참으로 구차한 복지
참으로 구차한 복지
  • 이애숙 칼럼위원
  • 승인 2012.06.25 13:45
  • 호수 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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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어쩌면 저렇게 살아 갈 수 있을까 감탄해 마지않는 엄마가 있다. 뇌병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20살 넘은 아들을 기르면서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남에게 유쾌한 마음을 주기란 쉽지 않은데 그 분은 만날 때마다 내게 그런 마음이 들게 한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들을 휠체어에 태워 여러 가지 체험활동에 참여시켜 같이 활동하며, 정성스레 밥을 먹이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눈물겹다. 몸 성히 걸어 다니는 이들만 봐도 마음이 미어질 텐데 그런 내색하나 않고 다른 아이들을 배려해 주고 이해해 준다. 온갖 설움에 얼마나 많은 세월 고통의 눈물을 흘렸을까마는 다른 사람에게 빛이 되는 것을 보면 머리가 저절로 숙어질 때가 많다.


당사자는 어떤가? 대부분 사람들은 중증 장애인들은 의사표현을 못한다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말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모든 의사전달 중 30%도 안 된다고 한다. 이는 언어로만 의사표현을 한다는 편견에서 비롯된다. 몸짓,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으로도 얼마든지 의사전달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얼굴표정 또는 손짓, 발짓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을 보면서 그에 맞춰 강약의 조절 또는 중지 등을 결정할 수 있으며, 자주 보다보니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횟수가 많아짐을 느낀다.


이렇게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당사자나 가족들에게 사회 복지란 또 다른 힘이 된다. 예를 들어 시행된 지 몇 년 되진 않지만 활동 보조 서비스 제도를 통하여 잠시나마 가족들은 본업에 충실할 수 있으며, 이는 가족 구성원들의 고통을 사회가 일부 책임지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이 사회에 태어나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 중의 한 가지를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또한 활동 보조인이란 서비스를 하는 직업을 발생시켜 사회에 기여하기도 한다.


그런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지난 5월 23일 충남도의회에서 집행부에서 제출한 추경예산안 신청 예산을 도의회 문화 복지위원회에서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지원금을 비롯하여 사회적 약자인 노인 장애인, 여성 아동들에게 쓰일 복지관련 예산을 반 이상 삭감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쓰일 예산을 분명한 원칙없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처리했다는 비난 여론과 시위 등 당사자들이 직접 문화복지위원회에 가서 항의하는 과정에 불미스러운 일까지 생겼다. 결과적으로는 6월 7일 본회의에서 장애인 및 노인복지 예산은 복원해서 심의 의결하는 것으로 일단락을 지었다고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사회적 약자까지도 도의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이용하려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장애인 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직접적으로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관련 예산을 복원시켰다고 문제의 본질이 희석되지 않는다. 권력의 방망이 하나에 좌지우지되는 사회복지 예산이라니 참으로 구차한 복지라 아니할 수 없다. 그 권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눈에 보이는 폭력만이 폭력이 아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할 때 우리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과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피눈물이 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며 그것을 도민들이 직시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알아두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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