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돈 언젠가는 받겠지?
떼인 돈 언젠가는 받겠지?
  • 신흥섭 칼럼위원
  • 승인 2012.07.09 14:55
  • 호수 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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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의뢰인이 찾아왔다.
사건의 전말은 1999년 친한 지인이 은행에서 1억원을 차용하는데 보증인이 필요다고 하여 보증을 섰다는 것이다. 얼마 후 위 지인이 잠적을 했고 어쩔 수 없이 2001년에 의뢰인이 은행에 위 돈을 변제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의뢰인은 갖은 고생을 다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위 지인이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벌어 외제차를 타고 나타났다. 의뢰인은 지인에게 돈을 달라고 하자 지인은 시간이 지나서 안줘도 된다고 하였고 그래서 의뢰인은 변호사를 찾아와 위 지인에게 1억원과 그 동안의 이자를 청구하고 싶다고 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 위 의뢰인은 위 지인으로부터 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민법에는 소멸시효라는 제도가 있는데, 소멸시효란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에 그 상태가 진실된 권리관계에 합치되는가에 상관없이 그 사실 상태를 존중하여 법률상 권리를 소멸하게 하는 제도이다. 이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소멸시효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자면 신문 전 지면을 사용하여도 부족한 바,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언급해보도록 한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는 데, 일반적으로 채권은 대부분 소멸시효에 걸린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대여금 채권이나 보증인으로서의 구상권과 같이 일반적인 채권은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다만, 상법상의 채권이나 행정법상의 청구권 등은 보통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고 예외적으로 1년이나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권리도 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돈을 빌려 준 사람은 10년의 시간이 지나면 항상 돈을 받을 수 없을까? 이에 대하여 민법은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소멸시효가 중단되면 이미 경과한 시효기간을 소멸하게 하고 그때부터 다시 소멸시효의 기간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돈을 빌려준 경우에 이자를 받는 것도 소멸시효의 중단사유가 되는데, 이자를 받으면 마지막 이자를 받은 때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나야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이러한 소멸시효 중단사유로는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및 승인이 있다.
청구는 주로 재판상 청구나 지급명령을 말한다. 재판상 청구는 그 권리를 민사소송의 절차에 의하여 주장하는 것(일반적으로 소를 제기하는 것)을 말하고 지급명령은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관하여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일방적으로 내리는 이행의 명령이다.
재판상 청구를 하여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채권의 종류와 관계없이 다시 확정된 날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돈을 지급하라’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은 법률상 ‘최고’에 해당하는데, 최고는 그 자체에 완전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고 ‘최고후 6개월 이내에는 시효가 완성하지 않을 뿐이고 따라서 최고후 6개월 이내에 앞서 언급한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을 하여야 시효중단의 효력이 유지된다.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이 있으면 시효가 중단되고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의 상태가 존속하는 한 시효가 진행되지 않다가 압류·가압류·가처분의 효력이 없어지면 그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가 그 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언제까지 돈을 주겠다’라는 표시(구두로 하면 입증이 어려우므로 서면으로 해야 활용성이 있음)를 하거나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소멸시효로 인하여 이익을 받는 자는 언제든지 이러한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돈을 빌려간 사람이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난 후에 ‘내가 언제까지 빌린 돈을 갚겠다’라고 하면 이는 소멸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돈을 빌려준 사람은 이를 청구할 수 있다.
 차용증이나 각서 하나만을 장롱 깊숙이 두고 있다가는 소멸시효로 인하여 채권이 소멸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소멸시효 중단이나 포기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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