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인색
인정·인색
  • 장인식 칼럼위원
  • 승인 2012.07.23 14:46
  • 호수 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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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고 믿고 결정하는 일이 인정(認定)입니다. 따라서 확실히 그렇다고 여기는 자체를 의미하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무엇을) 얼마만큼 인정하고 있습니까? 우선 나 자신부터 대입시켜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존심(自尊心)이 이러한 인정과 많이 연결되어 있는 듯싶습니다. 남들이 나를 무시하고 얕보면 자존심 상한다고들 표현하고 있죠. 과연 그러할까요? 객관타당성을 잃어버린 채, 혼자 막무가내로 행동해 놓고 남들이 이해못한다고 응석부릴 수도 있답니다.


주위의 가족(가정)도 이러한 인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택하고 있죠. 그런데 갑자기 뚜렷한 이유가 듣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왜 소중할까요? 혹시 그냥 가족이니까 귀하다고 맹목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이러한 인정이 많이 중요해보입니다. 여기엔 따뜻한 사람 내음(仁情)도 있겠지만 상대방의 인격(개인특성)을 중심으로 한 성품(인간성)과 성질(기질)도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것들을 분별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내 기준대로 당시의 감정과 기분대로만 그때그때 상대를 판단(평가)하고 있지는 않는지도 생각해봅니다. 더 솔직히 언급하면 나는 인정받고 싶고, 남들은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 아닌가도 돌이켜보아집니다.
게다가 자기 자신은 과대평가하고 남들은 애써 과소평가하려는 이중성까지 존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들 잘났다고 다투는 형국이 되겠네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주장만이 난무하겠죠.


그래서 계속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알아서 해~!”. 과연 이 표현은 긍정일까요? 부정일까요? 물론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겠지요. 하지만 여러분들은 대체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내가 너를 믿으니 모든 것을 맡긴다고 확신하고 계십니까?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표현도 있네요.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으로,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남이 참말로 믿기 쉽다는 뜻입니다. 확실한 증거도 없으면서 본인의 귀얇음으로만 세상을 판단하고 있는 게지요.


참, 연암 박지원 선생님의 ‘이명비한(耳鳴鼻한)이라는 말도 떠오릅니다. 자기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귀 울림’을 가지고 자꾸 왜 못 듣느냐고 남들을 괴롭히며 반대로 자기 자신만이 못 듣는 “코골기” 로서 남들을 괴롭히는 모습과 아주 흡사해 보입니다.
요즘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론 안 되는 지혜의 글들이 많이 사랑받고 있는 듯합니다. ‘남 눈치 너무 보지 말고 나만의 빛깔을 찾으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잠깐 멈추고 나에게 물어보세요. 지금 내 마음이 바쁜 것인가, 세상이 바쁜 것인가?


정리하렵니다. 서로 다르다고 모두 틀린 건 아니겠죠? 옳다고, 그렇다고 받아들임에 있어 인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를 사랑(인정)하는 것처럼 남도 그렇게 해 줘야 하겠지요? 믿음과 신뢰의 중요성을 새삼 느껴봅니다.

<우송정보대 교수 insi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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