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나간 쓰레기들
바다로 나간 쓰레기들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12.08.06 12:39
  • 호수 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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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아가미가 없다. 따라서 물속에서 살 수 없다. 물고기들은 물속에서 자유롭지만 물 밖으로 나가려하지 않는다. 물속과 물 밖을 자유자제로 돌아다닐 수 있는 양서류는 피부가 축축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그래서 멕시코 원주민은 개구리를 신격화했다. 개구리가 보이는 곳에 물이 있을 테니 옥수수 재배가 가능하다. 멕시코에서 개구리는 사람의 생존을 보장하는 동물이었다.


과학기술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곳에 집을 짓고 산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주택의 등장으로 인구를 늘렸지만 새들은 그 때문에 하늘을 빼앗겼다. 유리로 만든 건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은 자신의 경험에 없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자신의 속도를 몹시 추월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생활권을 늘린 사람들은 동물들의 생활권을 크게 줄었다. 산을 뜯고 강을 막는 아스팔트 도로는 건너려다 치어 죽는 동물을 크게 늘렸다.


<노 임팩트 맨>에서 저자는 해마다 세계적으로 버리는 비닐봉지가 5조 개에 이른다고 했다.
70억의 인구가 대략 700개, 하루에 두 개 정도 버리는 셈이다. 대부분 잘 사는 나라에서 버릴 것이다. 영국의 언론 BBC는 세탁기로 옷 한 벌 빨면 1900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떨어져나가 바다로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많은 옷은 인조견, 다시 말해 석유를 가공한 섬유로 만들었다. 거의 분해되지 않는 섬유의 아주 작은 조각들이 세탁기에서 바다 생물의 소화기관이나 호흡기관에 끼었다 사람의 몸으로 들어갈 것이다. 소각되는 비닐봉투는 사람의 호흡기를 공격한다. 물론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동물의 호흡기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혼획되는 밍크고래는 우리보다 해안선이 서너 배 긴 일본보다 그 수가 많다. 혼획은 용도가 다른 그물에 우연히 걸리는 경우를 말한다. 꽁치 그물에 걸린 밍크고래는 꽁치를 먹으려다 걸려들었는지 모르는데, 그 불행한 밍크고래는 ‘바다의 로또’다. 마리 당 수천 만 원에 달한다는데, 다른 나라는 밍크고래가 실수로 걸렸어도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꽁치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그물에 걸려든 밍크고래는 얼마나 황당할까. 사람처럼 손이 있다면 간단히 제쳐서 빠져나갈 텐데, 자신의 경험 세계에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버둥거리다 죽어갔을 것이다.


여름이다. 섬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뱃전에 삼삼오오 앉아 시원한 캔맥주 하나 씩 들고 이야기 나누는 그림, 생각만 해도 즐겁다. 여객선에 맥주가 빠지면 섭섭할 텐데, 여섯 개 씩 비닐 고리에 묶인 캔맥주를 마시고 남는 캔과 비닐 고리는 쓰레기통에 분리해서 넣으면 되는데, 비닐 고리를 호기 있게 바다로 던진다.
한데 바다에 떠다니는 비닐 과자봉투와 캔맥주 고리는 경험이 부족한 해양생물의 눈에 자칫 해파리나 먹잇감으로 보인다. 손이 없으니 제거하지 못하는 거북의 등은 자라면서 오그라들고 물개는 주둥이를 크게 벌리지 못해 굶주리게 된다. 비닐이 가득해 헛배가 부른 바다 생명들은 제 수명을 누리지 못한다.


파라솔이 아름다운 해변의 쓰레기도 조수를 따라 바다로 흘러든다. 바다로 나간 쓰레기는 세탁기의 미세 플라스틱처럼 결국 사람에게 되돌아갈 테지만, 바다는 당장 괴롭다.

<인천도시생태연구소 소장 brilsymbi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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