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물난리’
인간이 만든 ‘물난리’
  • 양선숙 칼럼위원
  • 승인 2012.08.27 10:32
  • 호수 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소 비를 좋아해서 기나긴 장마도 지루하지 않게 보내곤 했는데 최근 내가 사는 군산에 내린 폭우는 비라기보다 물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말로만 듣던 폭우를 경험하고 나니 물이 무섭다. 성경에 하나님이 인간을 심판하기 위해 물을 사용했다. 40일 동안 쉼 없이 비를 내리게 한 장면이 있다. 3시간여 동안 내린 비로 군산 시내가 물에 잠겨 마비가 될 정도이니 하나님이 물의 위력을 제대로 사용하셨던 것이다.


물은 부드럽다. 모든 것을 감싸고, 모든 것에 흡수되며, 생명 존속에 필수 조건이다. 그러한 물이 힘을 합치니 핵폭탄보다 강한 무기가 되어 인간의 모든 공력을 무너뜨린다. 따스한 보금자리와 삶의 터전인 직장을 침식시키고, 쇠 덩어리 하나에 몇 천 만원 하는 자동차도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못 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수문을 열지 않은 군산시의 잘못이라는 시민들과 밀물 시간 때 폭우가 내려 물이 빠질 수 없었다는 시청, 시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아파트가 물에 잠겼다며 침수의 원인을 놓고 말이 많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존재해야 한다. 미래안(未來眼)을 갖지 않은 개발이 자연을 훼손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의 몫이 되었다. 폭우를 걱정하며 전화를 하신 친정어머니가 “올 여름 폭염으로 고생을 시키다 갑자기 엄청난 비를 내리게 하냐”며 하늘(하나님)을 원망하셨다. 어머니께 인간이 너무 자연을 함부로 사용해서 그렇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마음만 답답할 뿐이었다.


올 여름 연일 35도를 넘는 더위와 열대야, 국지성 폭우의 자연재해는 인간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옮겨가며 우리는 자연과 함께하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며 지금까지 왔다. 그로 인해 오존층이 파괴되고 지구의 평균 온도의 상승으로 엘리뇨 현상이 기상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홍수·가뭄·폭설 등의 이상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살기 좋은 금수강산인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여름만 되면 국지성 폭우와 태풍으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되고, 그 피해를 떠안은 국민의 한숨소리는 짙어만 간다. 앞으로의 국토 개발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공생하며, 도시계획은 자연재해를 이겨낼 수 있도록 수립되어야 하겠다. 도시계획 수립에 근간이 되는 통계자료를 수집, 분석할 때 기후의 변화를 중요하게 다뤄야한다.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자연피해를 내 몫으로 끌어안는 국민들은 국가나 관(官)이 믿을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주길 바란다. 걱정은 되지만 올해도 아무 일 없이 지나길 바라는 행정,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행정은 국민을 괴롭게 할 뿐이다.


새벽녘 수도꼭지에서 물 흐르는 소리에 잠이 깼었다. 하루는 전기 없이, 삼일 동안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물을 길어다 먹는 불편을 겪던 터라 깊은 잠을 깨는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가 그저 반갑기만 했다. 전국 곳곳에서 자원봉사의 손길이 폭우가 훑고 간 참담했던 모습을 보듬어주고 이제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간다.
15호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고 있다. 이번 여름 우리나라에 근접한 태풍 중 가장 강한 대형 태풍이라는 소리에 걱정이 된다. 우리 모두 태풍 대비에 만전을 기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겠다. 볼라벤의 위력이 급 하강해서 조용히 지나길 바라는 것은 헛된 꿈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