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로 주민화합 이끌죠”
“풍물로 주민화합 이끌죠”
  • 최현옥
  • 승인 2003.02.20 00:00
  • 호수 1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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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산팔읍기능보유자 이한수씨
징· 장구·북·쇠가 하나로 모아져
절정에 이루듯 모두가 화합하며 살아가길…

설이 끝나면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풍물고사로 온 동네는 풍물소리로 가득 찬다. 마당에서 펼쳐지는 풍물 한마당은 우리 심장을 고동치고 맥박을 꿈틀거리게 하는 놀라운 힘과 흥겨움이 있다. 이에 겨울동안 꽁꽁 얼었던 마음과 몸이 풀리고 주민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모두가 하나가 된 것이다.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풍물로 지역주민들을 하나로 묶고 싶은 저산팔읍기능보유자 이한수(73·한산면 호암리)씨는 요즘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생을 마감하기전 서천군 문화재 농악단을 창설하기 위해서다. 타 지역은 여러 단체가 있으나 서천군만 농악 단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던 이씨는 지난 7일 한산복지관에서 지역부녀자 부터 25명을 주축으로 농악 단 창설을 위한 교육에 들어갔다.
“서천 농악단이 후발주자로 뛰게 되었지만 전국에서 가장 앞서는 농악 단으로 만들 거여”
노익장의 옹고집을 보이는 어투로 포부를 말하는 이씨의 의지는 대단하다.
특히 풍물을 배우려는 사람도 없고 기능보유자들마저 세월의 흐름 속에 생의 끈을 놓아 버리는 이 시점에서 논에서 김을 메며 풍물놀이를 하는 ‘농부가 농악’이나 협동을 요구하는 ‘프로농악’ 등을 전수하기를 원하기 때문. 이에 이씨는 자비를 들여 풍물에 필요한 장비를 구비하고 과거처럼 풍물이 일상적 놀이문화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씨가 풍물을 정식으로 배운 것은 그의 나이 24살 때이다. 군 복무하며 전주 호남 국악원에서 장구를 배웠는데 끼가 있었는지 강사까지 하게 되었다.
그 후 생계에 쫓기며 풍물은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왔다. 고향 부여를 떠나와 서천에서 농기계 수리 센터를 개업하고 그는 오랫동안 잃어 버렸던 동심을 찾듯 풍물을 다시 시작했다.
이씨는 8개 읍 중 어느 지역의 모시가 우수한지 경합하는 저산팔읍길쌈놀이에 푹 빠진 것이다. 저산팔읍길쌈놀이는 8개 고을 주민들이 꽹과리, 장구, 선창 등에 맞춰 놀이 참여자들이 어우러져 어깨춤을 추다 지휘자의 함성과 함께 지방별로 흩어져 모시를 짜고 그 틈에 상인이 어느 지역의 모시가 우수한지 심사하는 것. 82년과 86년 전국민속경영대회 충남대표로 참가하여 문화공보상과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 현재 한산모시 행사가 개최될 때마다 재현하고 있다.
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최소인원 1백50여명을 동원하며 지도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막상 공연이 오르면 참여자들과 관객이 혼연일체가 되는 모습에 보람이 크단다.
사라져 가는 문화를 살리고 싶어서 3∼4년 전만 해도 지역의 10개 면을 순회하며 야간수업을 한 이씨, “이제 몸이 쇠약해져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며 아쉬움을 전한다.
또 “점점 세분화되고 개인주의가 만연되는 현 세태를 보며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풍물은 광장문화를 유도해 내며 민족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것이다”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길 강조했다.
작지만 선두에서 휘몰아치며 기선 제압하는 꽹과리와 북편과 채편으로 풍부한 표현력을 자랑하는 장구소리. 이에 질세라 둥둥 울리는 북과 서로를 감싸는 징. “이런 친구들이 있기에 평생 외롭지 않았다”는 이씨는 네 개의 사물이 하나로 모아져 절정에 이루듯 서천 군민도 화합하여 살아가길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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