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행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12.12.17 11:43
  • 호수 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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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많이 읽다 보면 별별 공부를 다 하게 된다. 한 때 인간의 운명에 관한 책들에 몰입한 적이 있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운명을 예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별자리나 생일 사주를 분석하는 방법, 다양한 방식의 점술들이 있다. 이중 몇 가지는 보통사람이 시도하기에도 어렵지 않아서 또 그 재미에 한참 빠져보았다는 거 아닌가.

시도해보니 그럭저럭 재미로 즐길 만 하였다. 어찌 보면 코에 걸어 코걸이, 귀에 걸어 귀걸이식의 말장난일 수도 있겠지만, 눈치 보아가며 그럭저럭 때려 맞춰 운세풀이를 하다 보면 듣는 사람들은 곧잘 고개를 끄덕이며 그 풀이에 몰입하게 된다. 그럴 때면 말하는 사람도 어느덧 자아도취가 되어 스스로 신묘한 예언자라도 되는 양 어깨에 은근히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맨 처음 역학에 흥미를 느낀 것은 역술가가 풀어낸 내 개인 인생의 행로에 대한 예언 때문이었다. 나이 서른 고비에 올라섰을 때, 그토록 미래가 궁금하여 난생 처음 ‘도사’를 찾아가 보니 이제 곧 직장이 잘 풀릴 터이니 기다리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이 당신 적성에도 잘 맞는 일이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그가 말한 대로 되었다. 심지어는 ‘몇 살 무렵까지 걱정이 없소’라는 말도 맞았고, 비로소 변동(아마도 걱정거리를 돌려 말한 것 같다)이 생길 거라고 말한 나이에 나는 내 집처럼 편안히 몸담고 일하던 직장에서 물러나왔다.


이쯤 되면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운명이 어찌 될 것인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거기 대비를 하거나, 어쩌면 그 운명의 흐름을 바꿔볼 엄두도 내볼 수 있지 않을까. 우연히 기회가 되어 역학에 관한 책들을 탐독하다 보니, 그저 재미로 하는 일이지만, 주변 동료들의 사주를 풀어주는 경지(?)에도 이르렀다. 


하지만 반풍수 노릇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신기한 역학의 원리를 좀 더 알고 싶어 주역을 읽기 시작했는데, 역학이 주역에서 비롯되었다고는 하지만 주역의 원론에는 점치는 일과 같은 사술(邪術)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물론 많은 종류의 점이 주역의 원리를 따른다. 하지만 주역 자체는 점치는 기술을 위한 원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주만물이 존재하고 변화하고 적응하는 이치를 설명한 단지 철학서였다.

동쪽이 있으면 서쪽이 있고, 앞면이 있으면 뒷면이 있고, 높은 게 있으면 낮은 게 있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을 근거로 존재의 이치, 변화의 이치, 인과응보의 이치를 깨우쳐 주는, 아주 보편타당한 진리에 관한 해설서였다. 아침이 오면 곧 세상이 밝아질 것은 점을 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고, 아름답게 저녁노을이 지면 곧 밤이 온다는 사실도 점을 치지 않고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이치를 글로 설명한 것이 바로 주역이며, 그 이치에 충실히 적응해 사는 것이 바로 주역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의 할 일이었다. 꽃이 지면 겨울이 오는 법칙을 주역은 상기시켜주는 것이고, 가을 추수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 이치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굳이 주역을 읽고 산가지를 흔들 필요도 없이, 인간은 조상 대대로 주역의 이치에 맞는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좋은 대학을 가고 싶은 학생은 그 방법을 학교 선생님이나 먼저 그 대학을 간 선배들에게 물으면 되는 것이고, 좋은 신랑을 만나고 싶은 여성은 좋은 남자에게 어울릴만한 교양과 실력을 쌓은 뒤 좋은 남자들이 많은 곳을 찾아가 기회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대개 사람들이 자기 운명을 궁금해 하는 것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의 일이다. 공부하지 않고 대학에 가고 싶은 사람, 기술을 배우지 않고 편한 직장 잡고 싶은 사람, 일 하지 않고 큰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요행을 바라며 점쟁이들을 찾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어떻게 해야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까에 대해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 것이다. 어떤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자신이 준비를 게을리 했거나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지 운명이 나를 저버렸기 때문이 아니다.

준비를 왜 게을리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을 더 추적해 올라가 보면 또 그에 합당한 개인적, 환경적 원인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우주 만물은 철저히 인과관계, 즉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 변화한다. 봄에 꽃피고 가을에 낙엽지는 것이 바로 주역이 말하는 이치다. 인간의 일 또한 인과관계를 벗어나서 벌어지는 일은 없다.


개인의 행복은 그 자신의 노력과 그가 갖고 있는 사회환경의 영향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그 사회는 나라의 운명 안에서 움직이고, 그 나라의 운명은 그 시대의 국제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안 되면 지역사회를 바꿔야 하고 지역사회로 안 되면 국가사회의 흐름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가 19일로 다가왔다. 선거가 개인의 행복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개인은 사회와 국가의 영향을 받지만, 개인이 국가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는 잘 없다. 어쩌면 선거가 거의 유일한 기회다. 개인이 자기 운명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기 위해 국가의 정책이나 국정 방향에 영향을 주고 싶다면, 반드시 신성한 주권 행사를 정당히 행사해야 할 것이다. 내 스스로의 노력을 포기하는 사람이 저절로 더 행복해지는 일은 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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