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즌, 부모가 더 아프답니다
졸업시즌, 부모가 더 아프답니다
  • 노대래 칼럼위원
  • 승인 2013.02.02 10:26
  • 호수 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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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시즌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많다. 세계경제도, 한국경제도 모두 어렵다. 경제침체가 지속되는 이유가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아니라 기술혁신의 성장동력이 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대두된다.


지금처럼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를 때(Unknown unknowns)가 가장 위험한 법이다. 미국, 유럽, 중국시장 모두 허약하다. 그간 우리는 재정, 금융수단을 모두 동원하였다. 지금쯤 경제가 한 번 도약해 줘야 하는데… 아직도 일자리 사정이 어려우니 큰 걱정이다.


대학생들과 장래 진로에 대해 얘기해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초고속으로 변하는 지식정보화 시대, 1학년 때 배운 것이 졸업 때면 헌 지식이 되는 시대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는 다른 취업스펙 등 학생들의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예전에는 법대생이나 상대생만 고시공부를 하였으나 요즘은 공대생, 음대생까지도 한다. 취직이 안 된다고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다. 대학이 잘못 가르쳤다고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도 없고, 취업시키지도 못하면서 입학시켰다고 책임을 물을 수는 더더욱 없다.


대학진학이 어렵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입학정원을 자율화시킨 결과가 이렇게 되었다. 정부가 대학정원을 철저하게 통제했더라면…그리고 청년실업의 책임을 정부에 물을 수 있다면…지금은 취업문제가 완전히 개인책임이 되었다.


교육, 의료, 주거, 실업 등 4대 사회복지 과제 중 유독 일자리 문제만 사회책임에서 벗어나 있다. 노동부가 뒤늦게나마 일자리와 고용창출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고용노동부로 명칭을 바꾸었다.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창출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로서는 일자리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 이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예측한 일자리 수에 맞게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시켜야 해결될 문제인데, 입구(입학정원)와 출구(일자리 수)가 영 따로 놀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생산성과 경쟁력이 높아져서 없던 일자리가 새로이 생겨나야 한다.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서로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 머리 싸매고 스펙쌓기 경쟁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제로섬 게임을 위해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발전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학업이나 연구, 실험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회에서 공급되는 일자리와 대졸자의 수가 균형을 이뤄야만 가능하다. 독일에서는 학비를 정부가 부담하되, 대학정원은 철저히 통제해서 낭비요인을 제거한다. 학생이 없을 때의 폐강기준이 엄격하다. 폐강당하지 않기 위해 교수는 매 학기 강의주제를 시장성이 있는 내용으로 바꾸어 간다. 수십 년 동안 이용하는 강의 노트란 있을 수 없다.


등록금 때문에 대학에 못가고 이것이 양극화를 촉발시킨다면 사회전체의 통합은 깨지고 역동성마저 잃게 된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원통제 없는 등록금 지원은 문제라고 본다. 반값이 아니라 전액 국가 부담으로 하더라도 입학정원은 일자리 수요에 맞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 입학생이 더 늘어나고 졸업 후에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등록금이 반으로 줄더라도 취업이 안 된다면 마음의 고통은 여전할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다. 취직이 안 되어 젊은이들이 겪는 아픔을 조목조목 분석하였다. 필자 생각으로는 젊은 청춘보다도 그들의 부모가 겪는 고통이 더 크다고 본다. 자녀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당사자보다도 부모가 더 애를 태운다. 자식 때문에 겪는 부모님의 아픔은 쉽게 내색조차 하기 어려운 법이다.
<방위사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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