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내 가족인걸요"
"모두가 내 가족인걸요"
  • 최현옥
  • 승인 2003.02.27 00:00
  • 호수 1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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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 다역의 조경녀소장, 장상보건소에는 울타리가 없다
오전 10시 신포교회에서는 찬송가 대신 건전가요가 흘러나온다.
“오른손, 왼손, 하나! 둘! 셋!”
교회안에 들어서자 30여명의 부녀자들이 강사인 마서면 장상보건진료소 조경녀(38)소장의 입장단에 맞춰 체조를 하고 있다. 조씨는 체조를 가르치는가 하면 노래와 레크리에이션, 건강 증진방법 등 주민 여가선용을 위한 평생교육의 장을 만들고 있다.
“소장님이 체조교실 한 다음부터는 스트레스가 풀려서 몸과 마음이 밝아지고 삶 자체가 향기로워지는 것 같아요”
체조를 마친 신포교회 여신도(회장 김영희)들은 강사 칭찬에 침이 마른다. 지난 1년간 고된 농사일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삶의 활력을 되찾기 때문. 이곳에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고 웃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신도들은 조씨를 천사라고 칭했다.
조소장은 주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 중 교회의 요청에 의해 지난주부터 2주 프로그램으로 체조교실을 시작했다. 체조의 ‘체’자도 모르던 그녀는 외지에 교재와 교습방법을 문의, 연령층이 다양한 주민들을 위해 따라하기 쉬운 동작과 오락, 건강상식 등 그녀만의 체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강습을 나오기 전 집에서 매일 프로그램과 간단한 체조를 연구·연습하는 그녀는 요즘 수지침과 테이핑 요법도 배워 지도하고 있다. 또 체조교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인근의 신아·선소리 주민들 대상으로 체조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장상에서 8년 동안 주민들과 호흡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작게 실천하게 됐다”는 그녀는 이제 주민들의 가족이다. 홀로 사는 노인과 거동불편 환자들을 가정방문 진료하며 그들의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의 아픈 곳까지 돌보게 되었다. 거동불편환자를 위해 식사를 손수 차려주고 중병 진단을 받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노인을 위해 치료비를 내준다. 또 홀로 사는 노인들의 병세가 짙어질 경우 외지의 자녀들에게 방안을 문의하고 응급사항 대처방법에 대한 보건교육을 강화한다.
그녀의 성실함이 지역 내 알려지면서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 장상보건진료소를 찾으며 매달 4백 여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에 조소장은 주민들이 보건소를 더욱 쾌적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진료소를 확장하고 주차장을 넓혔다.
“더 많은 환자들을 돌보고 싶지만 가정방문의 경우 시간이 많이 걸려 어려움이 따른다”는 조씨는 오히려 주민들에게 받는 것이 많아 더 열심히 하게 된단다. 주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가을에는 호박죽파티를 열어 따뜻함을 함께 나누고 있다.
“환자를 진료하며 노인복지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는 조소장은 특수사업으로 노인대상 프로그램 마련에 고심하며 거동불편 환자를 위한 지팡이 제공과 노인체조교실, 이동목욕사업 등을 구상중이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나 거동불편 환자들을 접하며 죽음을 바라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는 조소장은 “노인 복지에 대한 대책마련으로 그들이 생명연장의 꿈을 더 많이 꾸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진료소가 주민들이 언제든지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곳이 돼 기쁘다”는 조소장은 주민들과 호흡하며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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