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넘는 미국 소가 몰려온다면
30개월 넘는 미국 소가 몰려온다면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13.04.29 13:53
  • 호수 6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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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바뀐 지 오래되지 않은 한국과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장 개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우리 측 협상단은 핵무기가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우라늄 수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을 설득하려 하겠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미국 무기는 우리가 구입하기로 이미 약속했으니 핵연료 재처리 협상의 반대급부로 부상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미국이 우리에게 받고 싶어 안달하는 게 있다. 물론 핵재처리 협상 테이블에 버젓이 내놓지 않겠지만, 미국산 쇠고기 추가 수입을 약속하라고 요구하지 않을까. 고기용으로 사육하지 않아 미국인들이 즐기지 않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다시 말해, 죽어라고 송아지만 낳던 암소와 정액만 내놓아야 했던 적은 수의 황소, 그리고 죽어라고 우유만 쏟아내다 지친 1000만 여 젖소를 도축해 포장한 쇠고기를 한국에 떠넘길 가능성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은 우유 생산량을 어린 나이부터 늘리기 위해 소 성장호르몬을 주입하는 나라로 악명이 높다. 우유를 위해 품종을 무모하게 개량한 젖소는 고기 맛이 떨어진다. 보통이라면 송아지에 불과한 생후 1년부터 임신을 유도하고, 출산하자마자 계속 우유만 쏟아내야 하는 젖소는 고작 30개월이 지나면 지쳐 버리고, 지방이 부족한 근육 질겨진다. 그런 살코기는 온갖 첨가물로 뒤범벅인 햄버거용 다진고기로 가공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질겨도 잘 요리해 먹는 한국에 수출한다면 미국의 쇠고기 산업체는 훨씬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정부를 흔들 권능을 가진 미국의 쇠고기 산업계는 미국 무역대표부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협상단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텐데, 사용 후 핵연료의 건식 재처리를 허가받는 대가로 우리는 그런 쇠고기와 더불어 불안까지 얹힐 수 있다.


건식처리하여 얻는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못 만드는 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하지만, 우리 정부와 핵산업체는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고속증식로’라는 핵발전소를 지으려 은근히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고속증식로는 벌써 세계적으로 6번이나 폭발한 우라늄 발전 방식보다 믿음직한가.
우리나라가 핵 재처리를 거쳐 고속증식로를 가동하려는 건, 관련 산업과 정책을 끌어가는 자와 그 방면 연구자들의 이기심일 뿐이라고 의심하는 반핵 전문가들이 많다. 고속증식로가 만들어 가동하다 고장나고 다시 가동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권을 챙길 수 있지 않겠나.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로 범벅일 30개월 넘는 미국산 소는 어떨까. 미국은 광우병 위험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소 도축 부산물을 소 사료에 바로 섞는 일은 자제한다지만 교차오염 가능성은 아직 통제하지 않는다. 소 도축 부산물을 닭이나 돼지에 사료로 주고, 닭과 돼지의 도축 부산물을 소에 주는 까닭에 광우병 원인물질인 ‘프리온’이 소에 전해질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얼굴 없는 공포》의 저자 콤 켈러허는 소에 도축 부산물을 먹인 이래 미국에서 치매가 무려 9800퍼센트 늘었다고 증언한다, 그는 미국에서 늘어난 건 치매가 아니라 광우병일 것으로 의심한다. 그 30개월 넘는 젖소의 쇠고기가 들어올 경우, 우리나라에 고속증식로 불가피론과 더불어 치매도 늘어날지 모른다.


유럽 불임학회는 2007년 3월, 성장호르몬이 들어간 쇠고기가 남자의 정자수를 줄여 불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언론은 전한다. 30개월 이상의 소에 성장호르몬만 들어 있지 않을 게 틀림없다. 사람이 먹는 항생제의 8배가 가축에 들어간다는데, 젖소는 특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런 소를 도축한 쇠고기를 먹으면 먹을수록 우리 몸에 들어오는 세균에 항생제 내성이 커질 것이다. 이른바 ‘슈퍼세균’으로 인한 질병은 늘어날 수 있다. 고속증식로는 커질 반핵운동 목소리를 피하며 조심스레 추진하겠지만 불임 환자와 젊은 나이의 치매는 전에 없이 증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30개월이 넘는 미국 소, 1945년 이후 폭발하지 않은 현실의 핵무기보다 우리의 생명을 더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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