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는 것과 잃는 것 사이에서
얻는 것과 잃는 것 사이에서
  • 이정아 칼럼위원
  • 승인 2013.05.13 14:45
  • 호수 6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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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반가운 선물을 받았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동화작가 강 정규 선생님이 시집을 보내신 거다. 지난 겨울 한 행사장에서 만났을 때 동시를 쓰고 계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책 선물을 받게 될지는 몰랐다.


시집 제목은 ‘목욕탕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이다. 경쾌하고 짧은 시들을 읽어나가다 보니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시집 속엔 손자를 본 기쁨과 환경에 대한 걱정, 사춘기 소년들의 비밀스러움, 그리고 노작가가 전하는 삶의 지혜가 들어있었다.
그중 특히 공감이 갔던 시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전기
               
그 섬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대요.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는
고길 잡으면 이웃과 나눠먹었대요.
전기가 들어오면서
생선을 잡아도 혼자 먹는대요. 냉장고에 넣어 두고.

전기가 섬에 들어옴으로써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를 생각해 봤다. 생활의 편리함을 얻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기쁨을 잃어버렸을 거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아들 아이와 함께 갔던 박물관에서 본 토기가 생각난다. 원시인들은 토기를 만들어내고 얼마나 기뻤을까? 식생활에서의 어려움을 한 방에 날려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더 큰 토기를 만들어 저장을 하고, 또 저장을 하고....그러다 점점 사유 재산이 생겨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만들고, 뺏기기 전에 해야만 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하고.
그 토기는 유리장 안에서 나에게 말했다. ‘내가 시작이었어.’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 어제보다 더 나은 상품들’이다. 빛을 내며 유리 장 맨 앞에 진열된 상품은 곧 과거가 된다. 어떤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현재를 살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속도감에 비켜서서 자발적 과거를 택하기도 한다. 무엇이 옳은지는 답할 수 없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을 뿐이다.


휴대폰의 기능이 진화를 거듭한 끝에 이젠 안경으로도 나온다고 한다. 길을 걷다가도 음성으로 문자 안내를 받고 음성으로 답을 하면 문자로 전송해준다고 한다.
‘녹화’라는 명령을 내리면 곧 안경이 보는 것들의 녹화가 시작되어 범죄 수사의 중요한 단서들이 될 거라는 말도 들었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 더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원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누군가의 안경을 통해 촬영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몇몇 나라들에서는 이 신기능 안경이 출시되기 전에 법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첨단 과학과 개인의 인권 사이에서 입법자들은 길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또, 미국의 몇몇 카페들 문 앞에는 벌써부터 첨단 안경 출입금지 스티커가 붙어있다고 한다. 커피 가격에는 이제 개인의 사생활 보호 감시 업무비까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가격 상승과 함께.


우리는 상품 구매 능력과 사생활 보호 능력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할 것이다.
 섬 주민들과 나누지 않고 냉장고에 들어간 생선들은 모두 어떻게 됐을까?  알뜰하게 천천히 다 먹었을까? 아님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른 채 썩어 가다가 어느 날 버려진 건 아닐까? 어쩌면 냉동시켜 오랫동안 우리 가족만 먹는 일보다 싱싱할 때 이웃과 나눠 먹는 일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은 섬 주민 중 누군가는 과감히 냉장고 코드를 뽑았을지도 모른다.  

거대한 자본의 흐름과 욕망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 본다. 무엇을 사고 또, 무엇을 사지 말아야 할 것인가?
잃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들면 용감하게 얻지 말 것이며 얻는 게 더 많다면 잃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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