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에 대한 우리의 자세
‘갑질’에 대한 우리의 자세
  • 심재옥 칼럼위원
  • 승인 2013.06.03 15:09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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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일로 만난 어떤 분과 함께 밥 먹으러 식당에 간 적이 있다. 평소 일도 잘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 호감을 갖고 있던 이 분이 의외로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는 서슴없는 반말에다 거친 행동까지 보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점심시간에 가뜩이나 테이블을 오가며 주문받고 반찬 나르고 상치우고 상차리고를 반복하는 분들에게 반찬 더 갖다 달라, 에어컨 좀 틀어 달라, 물수건 좀 갖고 와라 등의 주문이 반말로 던져지는 그 자리가 나는 매우 불편하고 불쾌했다. 더불어 함께 밥먹는 그 분에 대한 신뢰와 존경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무리 돈 내고 사먹는 밥이라지만 남을 위해 밥 짓고 상 차리는 분들의 노동에 대한 태도가 어찌 그리 형편없을까. 아마 그 태도로 보아 그분은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형편없을 게 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돈으로 사는 것은 한 끼의 밥이지 식당 노동자들의 인격까지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약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그 때 깨달았다.


 요즘 편의점주들의 잇단 자살과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대기업들의 ‘갑질’에 대해 사회적 지탄이 드높다. 차원이 다르기는 하지만 식당 아주머니들을 하대하는 개인들의 태도나 대기업들의 횡포가 본질적으로는 같은 ‘갑질’이라고 생각한다. 돈과 권력, 우월적 지위를 가진 강자들의 부당한 행위라는 점에서 그렇다. 원래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맺게 되는 갑을관계가 얼마나 평등하고 협력적으로 유지되는가는 사회의 건강성을 드러내는 척도이기도 할 터이다. 그러나 최근 을에 대한 갑의 부당한 횡포와 착취, 비열한 ‘갑질’들을 보자면 우리 사회는 중병을 앓고 있는 비열한 사회임이 분명하다.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이런 갑질들에 대처하는 수준의 저열함이다. 갑들의 횡포를 근절하는 방안으로 몇몇 기업은 계약서에서 아예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빼겠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도 나서서 갑을 표현을 뺀 표준근로계약서를 제시했고 한다. 대표적 갑을관계인 근로관계에서 갑과 을이라는 표현만 빠지면 노동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정리해고와 부당노동행위 등 기업들의 대표적 갑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건가?

시간제 노동의 문제는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개선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대통령의 인식이나, 기업과 정부의 인식이 하나같이 바보같아서 화가 날 지경이다.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파악하고 이를 규제할 법과 제도,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쓸 생각은 안하고 정부가 고작 용어 바꾸고 인식개선이나 하자니, 한심한 노릇이다. 나아가 765KW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할머니들의 힘없는 삶을 파탄내는 한전이나, 48일간 주민들을 속이고 급기야 환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경상남도 홍준표 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같은 막가파 행정이야말로 주민들에게는 초울트라 수퍼 갑질 아니고 뭐란 말인가.


  약자들에게 꼴불견 갑질을 일삼는 사람들은 함께 안놀아 주면 된다. 주변의 나빠진 평가로 불이익을 느끼는 개인들은 그나마 반성하고 변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들 위에 군림하면서 울트라 수퍼 갑질을 일삼으면서 변명과 궤변만 일삼고 있는 대기업과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들은 어찌해야 할까? 서로가 서로의 갑질을 덮어주고 털어주는 이런 울트라 수퍼 갑들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 을인 국민들의 매운 맛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서울시민들 우습게 알다가 한 방에 훅 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처럼 말이다.


반성없는 갑들에겐 매가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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