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 매각의 의미
<워싱턴 포스트> 매각의 의미
  • 장 호 순 교수/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 승인 2013.08.19 11:04
  • 호수 6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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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경영난으로 매각된다는 뉴스는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뉴스일뿐더러, 신문으로서 그 영향력이 <워싱턴 포스트>만한 신문이 드물고, 거의 해마다 퓰리처 상을 수상하는 권위있는 신문이기 때문이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낸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신문사이고, 최근 미국 정부의 국내외 비밀도청 사실을 처음 폭로한 언론사도 <워싱턴 포스트>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매각은 아무리 잘 만드는 신문이라 하더라도 경영이 받쳐주지 못하면 버틸 수 없다는 점을 새삼 부각시키고 있다. 1877년 창간된 <워싱턴 포스트>는 수도 워싱턴의 신문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신문이다. 통일교 재단에서 발행하는 <워싱턴 타임즈>라는 또 다른 일간지가 있긴 하지만 독자 수나 영향력에서 비교가 안된다. 그런데 <워싱턴 포스트>의 독자 수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

수도 워싱턴 지역의 인구는 500만명에 달하는데 신문판매 부수는 그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적으로나 전국적으로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독자가 거의 반으로 줄어, 올해 3월 조사결과로 구독자수가 47만 5천부로 파악되었다. 그동안 신문사 고용인력도 꾸준히 줄어 한때 1000명에 달하던 근로자가 640명으로 축소되었다. 그래도 경영적자는 멈추지 않아, 올해 상반기에만도 적자가 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의 매각이 <워싱턴 포스트> 소유주들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 포스트>를 소유한 모기업의 자산가치는 42억달러인데, 이중 신문은 2억 9300만달러로 전체 그룹 자산 규모의 7%정도에 불과하다.


<워싱턴 포스트>의 모기업은 신문에서 시작해, 방송, 서적, 컨설팅 분야로 사업영역을 늘려왔는데, 신문에서는 적자를 보아 왔지만, 대신 TV방송과 수험서 시장에서는 많은 수익을 올려왔다. 이번에 적자가 누적되는 신문을 매각함으로서 모회사는 오히려 경영상태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포스트> 인수한 사람은 제프 베조스(Jeff Bezos)라는 미국의 대표적 신흥갑부이다. 그는 아마존(Amazon)이라는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쇼핑사이트로 성장시킨 혁신적 경영인이다. 베조스는 252억달러로 추산되는 자기 재산의 1%를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권위있는 신문을 소유하게 되었다. 매각사실이 발표된 직후 <워싱턴 포스트>의 근로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베조스는 회사가 매각되더라도 고용은 승계될 것이고, 자신은  신문의 경영이나 편집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매각 발표 이후, 미국 언론들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첫째는 그토록 잘 나아가던 <워싱턴 포스트>가 왜 싼 값에 팔렸는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주가 된 베조스가 앞으로 신문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혹은 이용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미국의 권위있는 대도시 일간지들은 <워싱턴 포스트>와 마찬가지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엘에니 타임즈>와 <시카고 트리뷴>은 오래전부터 매물로 나왔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고, <보스턴 글로브>는 최근 헐값에 팔렸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늘면서 신문의 구독료와 광고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베조스의 <워싱턴 포스트> 인수에 대해서는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높다.  미국의 신문이 과거 20세기 초반처럼 다시 돈 많은 부호들의 점유물로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없진 않지만, 미국에서는 스티브 잡스 버금갈 정도로 존경받는 혁신적 경영인인 베조스가 신문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부여하고, 아마존과 <워싱턴 포스트>를 결합시켜 새로운 혁신적 경영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새로운 소유주를 맞이한 <워싱턴 포스트>의 향후 진로에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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