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서천 철새여행’에 부쳐
‘2013 서천 철새여행’에 부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3.10.21 14:43
  • 호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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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을 거치며 발전한 과학기술은 수많은 발명품을 낳으며 숲을 대규모로 파괴하였다. 벌목업자와 광산업자, 석유채굴업자는 떼돈을 벌며 자본을 축적하였으나 숱한 동식물이 멸종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산업사회가 무분별하게 개발을 진행하던 19세기말 미국에서 숲에 대한 반성이 싹트기 시작했으며 보호에 대한 이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두 부류가 미국의 초대 산림국 장관이었던 핀쇼(1865~1946)의 환경보전론과 시에라 클럽의 창설자 뮤어(1836~1914)의 환경보존론이다.
핀쇼 등 보전론자는 인간이 자연환경으로부터 장기간 큰 이익을 얻기 위해서 기업에 의한 무한한 수탈로부터 자연환경을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즉 보전론자에 있어서 자연환경은 인간의 이익에 봉사하는 수단으로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반면에 뮤어 등 보존론자는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어떠한 인간 활동도 용납하지 않았다. 보존론자에 있어서 원생자연은 종교적 명상의 원천, 현대 생활의 피난처 그리고 미적 체험의 장소이며 또 그 자신이 내재적 가치를 갖기 때문에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천군은 큰 강과 바다가 만나며 빚어내는 거대한 생태계를 품에 안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드넓은 갯벌이 있어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나그네새인 도요새들의 중간기착지가 되고 있으며 겨울에는 기러기목의 많은 철새들이 서천을 찾아 겨울을 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보전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금강하구와 연안 습지는 훼손 정도가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조사에 따르면 2년 전 겨울에 서천에서 겨울을 난 철새는 17만여 개체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13 서천철새여행’ 행사가 다음 달 8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매년 치르는 이 행사를 보면 탐조 여행과는 무관한 행사들이 펼쳐지곤 해 뜻있는 이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게 했다.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자연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모습을 보기에는 아직도 멀었다.
생태여행이란 현지의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어떻게 생태적인 삶을 사는가를 보여주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가운데 탐방객들은 자연과 더불어 감동을 느끼고 오래 묵어가고 싶은 마음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미 100여년 전에 핀쇼와 뮤어는 보전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것을 상기하면 우리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서천군 주위에 도처에 있는 생태관광 자원을 두고도 우리는 이를 잘 보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치하거나 훼손하고 있다.
3일 동안의 행사가 끝난 후에도 내년 1월 30일까지 탐조투어는 계속된다고 한다. 많은 외지인들이 서천을 찾는 만큼 ‘생태도시’라고 내세우는 이름값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흠잡히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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