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만능주의로 오염된 이상한 논리
물질 만능주의로 오염된 이상한 논리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3.11.25 16:24
  • 호수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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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육청 앞에서 집회하는 학부모들을 목격했다. 이유인즉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입주세대 학생들이 자신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로 학군이 편입되면 과밀학급이 되고, 그로 인해 학습의 질이 떨어지니 그들의 학군을 재조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언뜻 생각하면 그들의 집회 취지가 합당하고, 이해가 됐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속뜻은 따로 있었다. 필자는 그들의 속뜻을 잘 안다. 아니 십여 년 전, 직접 경험했고, 그로 인해 시달림을 많이 겪었으니까?


필자는 큰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당시(명칭) 육성회장직을 4년을 맡았다. 현재는 운영위원회로 명칭이 바꿨지만, 당시 필자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 가까운 곳에 아파트가 새로 지어져 입주했는데, 그 아파트는 다름아닌 임대 아파트와 소형 아파트였고, 그것이 문제가 된 거였다. 쉽게 말해 가난한 집 애들과 같은 학교를 보낼 수 없다는 것이었고, 가난한 집 자녀는 공부도 못한다는 거였다. 그러니 학군을 재조정해달라는 거였다.


당시 육성회장을 맡은 내게는 하루에 전화가 최소 몇십 통에서 몇백 통씩 걸려왔다. 일반 학부모부터 시작해 각종 감투를 쓴 사람까지, 아니 소위 동네 유지라는 사람들까지. 나중에는 정말이지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였다. 난 당시 그들을 설득하느라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일로 인해 오해와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그리고 거의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한 일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또한, 그러한 일은 비단 필자가 사는 대전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가 물질만능주의에 잣대를 맞춰 판단하고, “그러한 구시대적인 논리가 옳다” 라고 항변하는 것일까?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사는 대전을 예를 들면 90년대 초부터 신도시가 개발되어 아파트가 많이 늘어났다. 또한, 그 무렵부터 그룹 유학이 붐을 이루었다. 그러면서 누구네는 몇 평 아파트에 살고, 자동차는 무얼 타고, 자녀는 어디로 유학을 보냈고, 하며 상대에 대한 불신과 과시욕, 삶에 대한 격, 층을 조장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인격까지도 재력의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는 속물들이 너무나 많다. 필자는 얼마 전 어느 강연에서 이런 질문을 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에 소위 말하는 부자가 많은가? 라고. 필자의 결론은 진짜 부자는 얼마 없다. 현재 자신들이 부자라고, 자부하고, 자신들보다 못한 사람들을 얕잡아 보고, 무시하는 대부분은 잠시 운이 좋아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부를 누리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이곳 대전에서만 올해로 34년째 살고 있다. 그러면서 부자도 세월의 변천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봐왔다. 한 예로, 도시의 변두리에서 농사짓고, 어렵게 살던 사람, 산동네에서 대대로 밭 일구며 살던 사람, 도시 근교에서 과실나무를 가꾸며 살던 사람 등, 현재 그들이 어찌 사는가? 아파트는 최하 60~70평 이상 자가용은 한 집에 가구원 수대로 억대 수입차를 가지고 있다. 그럼 약 십여 년 전만 해도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살았다. 누가 누구를 얕잡아 보고, 현재 자신보다 조금 어렵게 산다고, 그 자녀들과 같은 학군 운운하며 이상한 논리를 정당화할 수 있겠는가?


그런 논리라면 매주에도 수십 명씩 로또 당첨자가 나온다. 그럼 로또 당첨됐다고 그 자녀가 못하던 공부 잘하고, 없던 재능이 바뀌는가? 우리는 현재 참으로 한심한 물질 만능주의에 오염되어 가고 있다. 어쩌다 재력이 늘었다 하여 그 사람의 근본이나 재능까지 바뀔 수는 없다. 조금 큰 평수에 산다고 공부 잘하고, 작은 평수에 산다고, 공부 못 하는가?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요, 추한 논리다. 남이 고액 과외 시키면 따라 하고, 남이 유학 보내면 집이라도 담보대출 받아 유학 보내고, 이웃집이 수입차 사면 더 큰 자동차를 사고, 그렇게 겉치장 한다고, 근본까지 바뀔 수 있을까?

공부도 재능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각자의 재능을 지니고 태어난다. 아직도 구시대적인 사고로 행동하며 아파트값 떨어질까 봐, 피켓 들고,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못사는 것이 죄가 아니라 겉포장하고, 가식적 행동하는 것이 죄라고.
어느덧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며 반성하고, 진정 삶의 참된 모습은 무엇일까? 라고, 생각해 보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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