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으로 우리는 하나
눈빛만으로 우리는 하나
  • 최현옥
  • 승인 2003.03.28 00:00
  • 호수 1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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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그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신송리에 거주하는 구모군은 선생님이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중증장애로 15년 동안 방안에 누워 생활하는 그에게 선생님과 일주일 2번의 만남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구모군에게 선생님은 이제 친구이며 연인, 어머니 그 이상이다.
“우리는 눈빛 하나로 모든 것이 통하는 사이가 됐어요”
서천초등학교에서 중증·중복장애아동을 위해 재택·순회교육을 담당하는 민은기(28)교사는 “학생들과의 오랜 만남을 통해 표정하나로 마음까지 읽는 관계가 되었다” 미소를 지어 보인다.
장애자식을 둔 부모들은 평생 죄인처럼 가슴속에 한을 묻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간다. 부모들에게 희망을 제공하고 조기교육의 기회조차 놓쳐 버린 아이들에게 평생학습기회를 제공해야겠다고 결심한 민교사, 그녀의 행보는 더욱 빠르기만 하다.
특히 장애아동이라는 편견과 무관심 속에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 또 부모의 무지나 지역에 교육기관이 없는 관계로 묵인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99년 대구대학교 치료특수교육과를 졸업 후 1년 동안 장애어린이집에서 현장실습을 마치고 서천초등학교에 부임한 민교사. 처음 장애아동을 접하며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이해조차 어려웠지만 아동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치료방법을 제시, 변화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특수교육의 매력을 느꼈다. 그녀가 현재 담당하는 아이들은 5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산, 종천, 장항 등 을 순회하며 찾아가는 교육을 하는 그녀에게 5명의 아이들은 어쩌면 벅차다. 좀더 다양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해 주고 싶지만 현실은 너무 냉혹한 것.
재택교육에 투자되는 적은 예산은 치료중심 교육을 요구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기구구입도 못하게 만드는 형편이다. 이에 민교사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식사지도, 대소변 가리기, 보행연습, 언어지도, 부적응행동 등 한가지 목표를 계획하고 지도한다. 오랜 시간동안 방치되면서 교육은 물론 치료의 시기까지 놓쳐버린 아이들, 그녀는 마음가짐을 더욱 단단하게 한다. 그리고 그녀가 제공할 수 없는 교육들은 타 교육기관과 연계 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준다.
“치료를 하면서 아이 상태가 호전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는 민교사는 스스로 지치지 않기 위해 에너지 충전을 하고 있다. 여러 책자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며 오랜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아이의 작은 변화에도 기뻐한다.
비장애아동들에게 너무나 쉽고 간단한 단어 ‘밥’ 하나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그녀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드는 것은 아직도 음지에서 교육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
열악한 교육환경이지만 신체부자유로 외출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민교사는 다양한 학습을 제공하고 싶다. 그래서 종종 갖는 체험학습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이 된다. 햇빛을 쬐며 세상을 구경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하다.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민교사는 가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학생에게 설명해 주는 것도 중요하단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에 난 상처를 치유한다.
“항상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는 민교사는 장애아동 학부모의 소원인 복지관 건립이 빨리 이뤄지길 기원했다.
민교사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내가 담당하는 학생들의 행복추구와 교육권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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