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날개
이카루스의 날개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3.12.09 15:45
  • 호수 6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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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에서 다이달로스의 아들,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충언인, “더 높이도, 더 낮게도 날지 마라.” 는 말을 어김으로써 이카루스 해협에 빠져 죽는다. 아무리 신화 속이지만, 이카루스의 죽음을 다이달로스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다이달로스의 부탁을 어기고, ‘더 높이’ 날아오르고자 했던 이카루스는 밀납으로 때운 날개가 태양열에 녹아 흐르면서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위의 그리스 신화 한 대목은 요즘의 과학세계로 분석하면 걸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 우선, 지구상에서 아무리 높이 오른다고 하여도 대기권을 벗어날 수 없음에야 높이 오를수록 기온이 낮아져서 밀납은 더 단단해졌을 것이다. 또한 밀납과 실로 엮은 날개가 인간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을 것이고, 인간의 몸을 부양하게 만들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쯤에서 신화는 신화로만 파악해보자. 대부분의 신화 등은 인간의 삶에 대한 과학적 지식보다는 철학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카루스의 날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인간의 욕망이다. 다이달로스의 조건은 도덕적 규범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경제적 개념으로 파악하면, 인간의 욕망은 편익이 되고, 도덕적 규범은 비용이 된다. 인간의 욕망이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은 모든 고전이나 경전에 밝혀진 바와 같다. 그럼으로써 우리 인간은 욕망을 추구하면서 인간 사회를 발전시켜왔고, 끊임없이 도덕적 규범의 제약을 받아왔다.


이를 어길 때에는 그만큼의 벌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종교적 의식이나 도덕적 규범으로 겪어왔다. 따라서 편익에는 비용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었다.
경제학 이론으로는 편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편익과 비용의 격차를 얼마나 벌리느냐에 좌우된다. 이를 인간의 욕망과 도덕적 규범(종교적 의식을 포함한)에 대입시켜 보자.


특히 인간의 욕망을 무한정으로 보장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세계에서 견주어보면, 편익은 무한대인데 비용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편익은 존재하고, 비용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욕망의 추구자’가 되고 있다. 즉, 브레이크가 없는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질주하고 있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경제학의 이론이 성립되지 않는 현실을 질주하고 있다.


그럼, 과연 자본주의는 비용이 없는 무한대의 인간 욕구를 추구할 수 있는 훌륭한 장치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가 개개인의 비용은 최소화시켜줄 수 있을지 몰라도, 개개인의 비용이 누적된 사회적 비용이 거대한 해일(쓰나미)처럼 뒤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징조가 우리 주변에서 마룻장 사이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연기처럼 눈에 보이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나라에서 살면서도 더 심화되는 ‘상대적 빈곤감’, ‘경제적 박탈감’은 심각한 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10년 전에 스스로 하층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33% 정도이었는데, 오늘날은 47%로 확대되어 거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경제는 극소수의 재벌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고 증오하면서도, 안방 드라마는 재벌 이야기들이 거의 독차지하는 것처럼 경앙하고 있다. 가진 자들이 불법, 탈법, 위법을 저지르고도 쉽게 빠져나오는 것에 대하여 증오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경앙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일수록 사회적 혼란과 개개인의 정신적 공황 상태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이제 ‘착한 자본주의’를 생각해 볼 때이다. 사람은 누구나 밥 한 그릇이면 배부를 수 있고, 옷 서너 겹이면 한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거기에다 금칠을 한다고 하여도 밥은 밥이요, 옷은 옷인 것이다. 금칠을 통해 자신을 돋보이려고 하기 전에 밥을 먹지 못하여 배고픈 이웃은 없는지, 옷을 입지 못하여 추위에 떠는 이웃은 없는지, 헤아려보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필요하다.


이카루스의 날개는 우주 시대를 맞이하게 해 주었지만, 추락의 심연도 더 깊어졌다는 것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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