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방법을 가르쳐준다.
산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방법을 가르쳐준다.
  • 최현옥
  • 승인 2003.04.11 00:00
  • 호수 1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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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가족은 등반을 통해 서로를 가슴에 담는다.
“야호∼”
그들의 환호성은 만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봄보다 더 활기차다. 조금 전 산을 오르며 헉헉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서로의 얼굴에는 마냥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마에 맺힌 땀을 서로 닦아주며 산 정상에서 풍광을 바라보는 김성기(44·서천읍 사곡리)씨 가족, 그들의 마음은 어느덧 하나다.
“산은 가족들에게 일체감을 주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매주 등산을 하는 김씨 가족에게 산은 연인에게 사랑을 전해주는 연가 세레나데이다. 가족들은 산을 오르며 그동안 밀어두었던 대화도 나누고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난관에 부딪히며 서로의 마음까지 읽는다. 단순하게 운동 삼아 시작한 등반이 1년 반을 넘으면서 이젠 새로운 가족 문화로 정착, 대동단결의 끈이 된 것이다. 가족들은 주말이 되면 등산화와 생수통을 들고 누가 먼저 일 것 없이 산을 향한다.
“산을 오르며 자연을 가슴에 담아오듯 서로를 가슴에 담는 것 같아요”
산을 좋아해 혼자 등반을 했던 아내 박상분(41)씨. 몇 년 전 청주에 살 때 만 해도 남편 김씨의 바쁜 일과와 산을 좋아하지 않는 탓에 아이들과 산을 찾았다. 그러나 김씨는 서천에 이사를 오면서 가족과 함께 종천면에 위치한 자연휴양림 희리산을 찾은 후 지금까지 가족등반을 하고 있다.
“희리산의 능선을 타며 산의 매력에 빠졌다”는 김씨는 “많은 산을 다녔지만 그 중에서 다시 찾고 싶은 산 일 순위로 희리산을 꼽고 싶다”며 가슴속 여운을 풀어놓는다. 가족 중 후발주자로 산 애호가가 된 김씨는 이제 먼저 등산장소를 물색할 정도가 됐다. 부인 박씨는 지금 회상해도 추운 겨울 희리산을 등반하고 가족들과 컵라면을 먹던 모습이 소박하지만 행복으로 다가온다며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시작한 등반은 어느덧 충남과 전라도에 있는 대부분의 산을 찾았을 정도가 됐다. 김씨는 아이들을 감안해 근거리에 위치한 5백∼7백m 사이 높이의 산을 물색하는데 가끔은 지역축제와 등산을 겸할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하기도 한다.
“산을 오를 때 아빠가 손을 잡아주면 너무 좋구요. 지난주 갔던 미륵산은 바위를 오르는데 재미있었어요”
6살 때부터 어머니 박씨를 따라 등산을 시작한 아들 남준(9), 얼 듯 보기에도 장난꾸러기다. 산도 장난꾸러기처럼 호기심과 재미로 오르는데 가족과 함께 하는 등산은 친구들에게 자랑거리이다.
“등산을 하며 책에서 보았던 식물을 관찰 할 수 있어 즐겁다”는 딸 남희(13) 역시 가족들 과의 등반 시간이 즐겁고 가족사이에서 별명이 다람쥐일정도로 산을 잘 탄다. 남희는 아빠가 설명해주는 사찰은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가족 등산의 유익함을 말했다.
김씨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히며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아도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가르쳐주고 자연을 사랑하고 융화해 살아가는 법을 체험하게 된다”며 가족 산행을 다른 가족들에게 권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오락에 치중하면서 다양한 놀이문화 형성에 어려움이 따르고 여가선용을 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대천 오서산을 찾았다가 갑자기 내린 폭설로 하산이 어려웠다”며 힘들었던 산행을 털어놓는 가족들은 “난관을 통해 삶의 경건함을 배웠으며 가족 앨범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이었다”며 추억을 되짚었다.
“아이들이 성장해 삶이 힘들 때 가족들과 산을 오르며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하고 그 고통을 이겨내길 바란다”는 두 부부.
김씨 가족은 “산 앞에서는 눈빛으로 하나가 된다”며 벌써 다음주 오를 새로운 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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