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민이다
우리는 국민이다
  • 양선숙 칼럼위원
  • 승인 2014.05.12 18:01
  • 호수 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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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 두 편의 영화를 봤다. 첫 작품 ‘집으로 가는 길’은 2004년 10월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되어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 감옥에 수감된 평범한 한국인 주부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정연은 국가로부터 외면당한 채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756일간의 악몽을 보며 울분을 터뜨렸다.


며칠 후 지인의 연락으로 개봉일에 봤던 두 번째 영화 ‘변호인’.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로 권력유지에만 몰두한 국가가 국민을 철저히 짓밟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러나 두 편의 영화보다 더 적나라하게 대한민국 국민임을 좌절케 하는 세기의 사건 “세월호 참사” 앞에서 국민에게 국가는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모두가 구조되길 기다렸고, 기상악화로 구조가 더뎌진다는 말에 하늘이 돕기를 기도했지만, 24시간의 긴 시간을 스무날을 넘기기까지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 정부를 보며 심한 배신감을 저버리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에게 아주 커다란 사실을 인지케 했다. 희뿌옇고 냄새나는 구정물통인 줄은 알았지만 어디 하나 손댈 수 없게 썩은 대한민국의 실태와 무능한 정부를 똑똑히 보게 했다. 지식인 사회는 물론이고 공무원 사회의 바르지 않음을 지적한 거세개탁(擧世皆濁)의 한자성어가 떠오를 뿐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놓은 정치인, 공무원들이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처럼 본분을 잊고 책임을 회피하며 빠져나가는 작태에 분노하고 있다.


국가가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짓밟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박탈했다(헌법 제10조).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은 모두 자유주의 국가론에 입각해 만들어졌지만,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개인을 국가의 부속물로 취급하는 국가주의 국가론으로 국정을 운영하려 한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의 평화와 안전, 공공의 복지 이외의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


6.4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다. 자신이 지역을 위한 참신한 일꾼이라며 뽑아 달라 아우성을 친다. 그들 마음 속에 유권자(국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는 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도 속고 유권자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 묻고 싶다. 우리는 국민을 위해 일하고 신념에 따라 행동한 결과를 자기 자신의 책임으로 껴안고 책임지는 좋은 정치인이 필요하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챙겨야 할 일이 많은 5월을 보내는 마음이 시리기만 하다. 든든한 국가의 울타리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자녀들의 앞날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수 있기를 소망하는 것은 너무 큰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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