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우직함처럼 농촌 지키고 싶어요”
“소의 우직함처럼 농촌 지키고 싶어요”
  • 최현옥
  • 승인 2003.04.18 00:00
  • 호수 1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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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이겨낸 부부의 외침, 농촌이여! 희망을 노래하자
끝없이 밀려오는 농산물 개방 앞에서 농민들은 화가 이중섭의 ‘소‘처럼 인내의 한계를 넘어 시대적 울분과 분노에 찼다. 하지만 어려운 농촌 경기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며 소의 성실함과 부지런한 근성으로 농촌을 꿋꿋이 지켜 농업의 미래를 밝히는 사람이 있다.
기산면 월기리에 거주하는 이석구(55)·이영옥(52) 부부는 농촌경기가 어려운 이 시점 오랜 시련과 인내를 딛고 농촌을 지키겠다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진실된 마음으로 농업에 종사하며 언젠가는 제 자식 같은 소들이 저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왔습니다”
소와 대화라도 주고받듯 사료를 먹는 소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씨, 그의 눈은 소의 눈망울보다 더 순박하다. 소가 곁에 있었기에 좌절하지 않았다는 말을 건네는 그의 눈에는 순간 알 수 없는 서러움이 차 오른다.
이씨 부부는 지난 75년 농촌에 귀농, 맨주먹으로 시설채소를 시작했다. 시설채소 규모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며 이씨는 부 수입원으로 외국 개를 키웠다.
그러나 개 수입 파동이 일어나면서 오히려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고 이씨는 살길이 막막해지면서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식사마저 거르게 됐다. 이에 부인 이씨는 그의 버팀목이 돼주며 재개의 기회를 엿봤다. 두 부부는 한우와 양돈 사육을 시작했으나 행운의 여신은 그들의 편에 서주지 못하면서 새로운 농사를 시작할 때마다 수입개방에 가격이 폭락, 부채는 늘어만 갔다.
이씨 부부는 급기야 농업에 관한 안정대책과 최소 소득보장 없이 수입개방을 일삼는 정부에 분노를 느끼며 농촌을 등질 생각을 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농업만이 우리의 희망이다’는 마음으로 부부는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추운 겨울에 소나 돼지가 새끼를 낳으려 하면 산고를 같이 했고 시설이 미비한 축사를 돌아보며 가족처럼 보살폈다. 또 가축관리 지식을 쌓기 위해 주위사람들과 서적을 통해 공부했으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았다. 농업경영인중앙회 후원으로 덴마크와 네덜란드로 선진지 견학을 가서 선진지 농업의 실태를 분석했다.
이제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해 어떤 시련도 이겨나갈 자신이 있는 이씨는 내 영역은 내가 지킨다는 사명으로 구제역에 대비, 방역소독과 백신주사 등 근면·성실하게 소를 사육하고 있다.
앞으로 소의 규모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는 이씨는 현재 한우 1백13두와 돼지 4백두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농촌 경기가 어려운 실정 속에서 고소득을 올리며 지역 주민들에게 성실한 부부로 인정 받고있다.
“오랜 기다림이 있었기에 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이씨는 요즘 신바람 나는 삶을 살고 있다. 축사 앞에서 소만 바라보고 있으면 배가 불러온다.
하지만 아직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소 값 파동의 예에서와 같이 산지 가격이 떨어져 연일 농가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소비자 가격은 개선되지 않아 유통상인만 배불리는 결과가 속출하기 때문.
이에 “사육농가의 경영비 절감, 육질개선, 브랜드화 등을 통하여 수입 육과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와 정부의 지속적인 안정대책추진으로 최소 소득보장 정책이 실시 되야 한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소를 나타내는 축(丑)은 추위에 얼어붙어 있던 생물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인지 두 부부의 움직임은 느릿느릿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소가 2천 여년 이상 우리 민족과 함께 살면서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되어 왔듯 농업은 우리의 식생활과 직결되므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문이다. 소를 키우며 소의 우직함으로 농촌을 지켜온 이씨 부부,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농촌은 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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