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에서 인생을 배운다
조율에서 인생을 배운다
  • 최현옥
  • 승인 2003.04.18 00:00
  • 호수 1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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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조율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조율사 세상이 따뜻해지기를....

그는 지진계 바늘 같다. 피아노 음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현을 감고있는 핀을 감았다 풀었다하며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피아노의 아픈 곳을 주치의처럼 고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피아노 조율사 허성현(29)씨, 그는 단순히 건반을 만지고 음계를 맞추는 것이 아닌 피아노 조율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조율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의 선율을 전하고 있다.
“피아노의 흐트러진 음을 조율해 아름다운 음색을 만들어내듯 조율사로 일하며 세상에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피아노 조율을 배우면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는 허씨는 주위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조율사로 남고싶다.
허씨가 지역에서 피아노관리센터를 운영하게된 계기와 청소년들과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또 아직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아 많은 도움은 주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4년 동안 교회에 복지금을 보내며 소외된 이들을 위해 기금이 쓰여지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 피아노 조율로 어려운 가정이나 교회에 무료로 피아노 관리를 한다.
허씨가 이처럼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길 결심한 것은 어느 날 우연히 보게된 방송프로그램 때문이다. 노모를 모시는 효부 며느리에게 소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따뜻한 고기 한 그릇을 끊여주는 것이라는 며느리의 대답은 허씨에게 타인을 위한 삶에 대한 소명의식을 주었다. 허씨는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은 것이다.
피아노 조율은 한 개의 중간 음을 눌러보면서 기준 음을 잡는다. 그리고 이 하나의 음을 확실하게 잡음으로써 수많은 다른 음들이 자동적으로 정확하게 조율되는데 허씨는 자신의 이런 작은 실천들이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길라잡이가 되고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길 바라고 있다.
허씨가 인생의 파트너로 피아노를 맞은 것은 지난 96년 군대 제대 후였다. 음악의 ‘음’자도 모르던 그였지만 인생의 방황기에 만난 피아노 조율은 희망 자체였다.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를 벌고 낮에는 기술을 쌓기 위해 혼자 학원에서 남보다 2배, 3배 노력했다. 그 결과 실기시험에서 혼자만 통과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피아노 조율이라는 것이 음과의 싸움이므로 많은 근력과 지구력이 요구돼 2∼3시간 피아노와 실랑이를 벌이고 나면 녹초가 된다.
“피아노의 섬세한 소리를 찾는 재미에 피아노를 수리 하러갈 때마다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렌다”는 허씨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어렵게 배운 만큼 자신의 기술을 값지게 쓰고 싶다. 그리고 더 아름다운 음을 위해 피아노를 조율하듯 야간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우고 있으며 조율사 1종 자격 취득을 준비중이다.
허씨의 이런 남다른 노력은 지역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며 외지에서까지 수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아무리 좋은 피아노일지라도 정기적인 점검과 조율을 받지 않으면 곧 나쁜 상태가 되고 반면에 약간 질이 떨어지는 피아노라고 할지라도 알맞은 점검과 정기적인 조율, 조정을 한다면 악기의 수명이 연장 될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모든것이 달라진다”는 허씨, 지금처럼 앞으로도 지역에서 진실한 삶을 살고싶다.
일반 기계와는 달리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로써 음색, 음량, 음률, 터치, 예술적인 미관을 갖춘 피아노, 허씨는 피아노를 조율하며 예술품을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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