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장항읍 활력 어떻게 찾을 것인가/②장항읍 도시재생의 바람직한 방향은?
■ 기획취재/장항읍 활력 어떻게 찾을 것인가/②장항읍 도시재생의 바람직한 방향은?
  • 고종만 기자
  • 승인 2014.08.16 12:59
  • 호수 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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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원·자원관 연계한 어린이 교육체험 테마지구 조성 필요
장항-군산, 백제문화권 중심으로 상생발전 함께 모색해야…

* 이 기획취재는 충청남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쇠락의 길을 걸었던 장항읍이 최근 2~3년새 장항화물역 부근 미디어센터 조성과 미곡창고를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 문화공간 조성,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청소년 유스호스텔과 서천군청소년수련관, 휴 리조트팬션 등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조금씩 기력을 되찾고 있다. 군과 장항읍 주민들은 부모와 생태원 등을 찾는 어린이와 학생에게 다양한 체험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체험형 도시재생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장항읍 도시재생 계획안 점검을 통해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죽은도시 연상케 하는 불 꺼진 장항

장항에서 바라본 군산의 야경은 화려하지만 반대로 군산에서 바라본 장항의 모습은, 몇 년 전 구글이 공개한 북한의 위성사진(불빛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음)과 흡사할 정도이다. 지난해 국립생태원과 생물자원관이 들어서고, 장항생태산업단지가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고 하지만, 장항의 모습은 같은 생활권인 군산에 비해 지나치게 초라한 행색을 하고 있다.

▲ 일본이 중일전쟁에 쓰일 군수물자 구입에 필요한 금제련을 위해 세운 장항제련소. 역사적·상징적 이미지를 활용, 수익모델을 창출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1929년 갈대밭을 매립해 조성된 장항읍은 군산과 함께 일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계획도시이다. 경남철도(장항선의 전신) 개통과 장항항 구축, 중일전쟁의 군수물자 조달을 위한 금제련시설인 장항제련소, 미곡창고와 정미소 등 장항은 수탈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1960년대까지 장항읍은 서천의 경제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장항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장항제련소 가동중단에 이어 1990년 금강하굿둑 완공에 따른 장항항의 항구 기능 상실, 장항역 직선화에 따른 역사 이전 등 여건이 지속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읍의 여건변화는 필연적으로 인구감소를 불러왔다.

지난 1월 현재 장항읍 인구는 1만2886명으로, 2000년보다 5240명이 줄었다. 5240여명은 마서면 인구(5800여명)와 맞먹는 수준으로, 지난 14년간 매년 374명꼴로 감소했다. 주민 연령대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65세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노령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장항선 직선화의 일환으로 역이 마서면으로 옮겨가고 난 뒤부터 옛 장항역 주변 도심부도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초저녁이 되면 일부 유흥주점을 제외하고는 점포들이 일찌감치 문을 닫으면서 장항읍은 활력이라곤 도저히 찾아볼 수 없어 ‘죽은 도시’란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생태원 개장과 함께 회생 조짐

활력을 잃었던 장항읍이 최근 2~3년 전부터 발전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항 발전을 견인하게 될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잇따라 개관, 운영 중인 가운데 체험 위주의 가족단위 관광객이 체류할 수 있는 숙박시설(서천군청소년수련관, 휴리조트팬션)도 들어섰다.

군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장항읍 도시재생이다. 군은 지난해 12월 개장한 국립생태원과 최근 준공과 함께 시험 운영 중인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찾는 체험 위주의 가족단위 관광객을 어떻게 하면 장항읍으로 유인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군이 장항읍 도시재생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올해 국토해양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 선도 지역 공모사업에 뛰어들면서다. 지난 4월 장항읍 도시재생사업안을 도를 거쳐 국토해양부에 제출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덕수 생태도시과장은 “준비 부족으로 아깝게 탈락했지만, 성과라면 도시재생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이라면서 “탈락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 재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참여는 필연적이다. 도시재생의 선도 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일본 나가하마의 마을 만들기는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민관협력형 도시재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쿠로베카(黑壁)로 대표되는 주민조직의 주도로 유리공예를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 성공을 거둔 것이다.

군도 도시 재생의 실질적인 추진 주체인 주민의 역량강화를 위한 10주 과정의 도시재생 아카데미를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학장 정철모 전주대 교수)과 공동으로 운영했다. ▲특화거리팀 ▲E로움팀 ▲신창1리팀 등 3개 팀으로 나눠 도시재생아카데미를 진행한 군과 전주대 산학협력단은 지난 7월25일 종강식을 겸한 팀별 발표회를 가졌다.

3개 팀 모두 SWOT(장점, 약점, 기회요인, 위험요인) 분석을 통해 각각 추진가능사업과 사업실행계획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특화거리팀은 추진가능사업으로 음식특화거리와 장항화물역 앞 도로 등 2곳을 사업 대상지로 정하고 어린이 문화의 거리(장항화물역 전면과 특화거리 벽면 등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타일아트) 조성과 가게 및 개인주택 자투리땅을 활용한 커뮤니티 가든을 ‘게릴라 가드닝(버려졌거나 돌보지 않는 땅을 가꾸는 것)’ 방식으로 추진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E로움팀 역시 도시재생에 대한 기본강의를 들은 뒤 서울 북촌 등 선진지 견학과 팀 워크숍 등을 거쳐 장항전통시장과 장항화물역, 한전 주변 주차장 조성지역 등 3곳을 사업대상지로 정한 뒤 쓰레기 불법 투기지역에 공장의 폐 팔레트를 활용한 화단과 화분, 울타리, 쉼터(벤치 설치) 조성사업을 추진해 미관을 개선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신창1리 김성흠 이장을 정점으로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신창1리 팀은 신창1리 사무소 등 신창1리를 A, B, C구간으로 나누고 벽화그리기(어촌마을 장항 상징 수산물과 나룻배, 제련소, 장항역 소재)와 도로변 화분설치 및 꽃심기, 조형물 설치 등을 통해 미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한덕수 생태도시과장은 “1기 도시재생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발굴된 성과물을 시범사업과 도시재생활성화 계획 등에 적극 반영하고 운영상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도시재생 대학 운영의 내실화를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달부터 40여명의 수강생을 모집해 다음달부터 11월말까지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지역주민이 참여해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이 많이 수립되고,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군 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시재생 아카데미 1기 수료생인 홍순경 새마을금고 전무(특화거리팀)는 “국내 도시재생 선진지인 서울 북촌이나 청주, 전주 모두 관이 아닌 주민주도로 추진해 성공한 케이스”라면서 “침체된 장항읍이 도시재생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장항발전협의회와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진중인 어린이 박물관 조성

▲ 장항도시재생의 거점공간 역할을 하게 될 장항화물역사
장항에 가장 적합한 도시재생 방법은 무엇일까?

도시재생아카데미 1기 학장을 지낸 정철모 전주대 교수는 장항읍 도시재생의 큰 틀을 동일 생활권인 군산시와의 상생협력 방안을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 4월 군산시가 조례 개정을 통해 군산화장장을 이용하는 서천군민에게 군산시민과 동일한 ‘관내 요금’을 적용해 화장장 이용 부담을 덜어준 사례에서 보듯 서천과 군산은 ‘뺏고 빼앗는 관계’가 아니라 백제문화권의 중심으로 상생협약을 맺고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서천군과 군산시, 크게는 충남도와 전북도가 전략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담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교수는 “생태원과 해양생물자원관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부모와 함께 찾는 어린이와 학생들이란 점을 감안해 도시재생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장항화물역사 리모델링과 연계한 어린이 교육체험 테마지구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의 방향도 정교수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며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된 군산시의 근대역사문화지구와 광역적 연계 네트워크 구축을 전제로, 생태원 등을 찾는 가족단위 관광객 유인을 위한 도시재생 거점공간으로 장항화물역사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장항화물역사 일원에 조성이 완료돼 다음 달 개관을 앞두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장항미디어센터와 부속건물(유스호스텔), 일제 곡물 수탈의 상징이자 문화재청으로부터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미곡창고(장항복합문화시설로 현재 이곳에서 문화예술창작공간 시범사업팀의 인형극이 공연되고 도자기 공예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임)등을 연계한 어린이박물관을 조성하는 ‘어린이 교육체험 테마지구’를 조성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 다음달 9일 개관예정인 장항미디어센터가 청소년 라디오 1318 라디오는 내친구라는 시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군의 어린이 박물관 조성(안)에 따르면 박물관에는 장항의 근대 역사를 배우면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다. 작은 도서관을 비롯해 장항역사 전시관, 철도와 녹색교통 전시관, 인형 및 모형 전시관, 학생거리, 유리공예 전시관, 시민생활 체험관, 로컬 푸드 체험관, 친환경 주차장, 챌린지 숍 등이 들어서게 된다.

어린이 교육체험 테마지구는 어린이 체험학습 테마플라자 조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장항의 숨통 트이기’를 비롯해 어린이 체험교육 프로그램 도입 및 특성화를 꾀하는 ‘ 장항발전의 숨 불어넣기’, 주민자력형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장항의 맥박 찾기’ 등 3개 축으로 나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도시재생의 거점공간으로 활용할 장항화물역사는 리모델링을 통해 폐열차를 활용한 챌린지 샵 트레인을 설치하고, 주민과 청년, 실버세대의 창업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덕수 군생태도시과장은 “장항숨통 트이기 사업으로 추진되는 어린이 체험학습 테마플라자는 어린이를 둔 30~40대 학부모들이 가장 가고 싶은 매력을 지닌 핵심 거점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면서 “이곳에 다기능 체험센터를 비롯해 모형 만들기, 종이·섬유·유리·공예체험관과 인형·로봇 전시관, 어린이 로컬 푸드 카페 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항발전 숨 불어넣기의 일환으로 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스튜던트 스트리트를 조성하고, 전통시장과 미디어센터, 철도화물역사, 종교시설, 은행, 우체국 등 다양한 학생체험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장항의 맥박 찾기 사업은 ‘장항도시재생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례 제정을 통해 주민자력형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데 있다. 도시재생 주체가 될 지역리더를 발굴하고 주민역량 강화 사업을 주도하는 중간관리조직으로서, 향후 미디어센터 등 자산관리를 위탁 관리하고 부처별 국가 정책사업 유치를 위한 주민참여 제안서 작성과 기획지원 업무를 담당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주민참여 도출이 과제

제 아무리 좋은 계획을 가지고 있어도 주민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도시재생은 성공할 수 없다.
장항 도시재생의 성공여부는 국내외 도시재생 성공도시의 경우처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군의 행정지원이 뒤따를 때 가능하다. 주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면 더디 가더라도 주민들을 이해와 설득을 통해 도시재생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생태원 등을 찾는 관광객을 장항읍으로 유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존에 조성된 거점시설을 적극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경우 마을지도를 제작해 관광객들에게 2000원에 판매한다, 관광객들에게 2개 코스로 나눠 도시재생 전 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마을 박물관과 어둠의 집 등을 찾을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는 스탬프 투어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군도 서천9경 스템프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장항읍 체험프로그램에도 활용해봄직 하다.

일제 수탈의 상징인 장항제련소를 소재로 한 주민 수익모델 개발도 필요하다.
장항제련소는 일본이 중일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군수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금 제련을 했던 곳인 만큼, 도시재생 거점지역인 장항 화물역 일대 특화거리에 금세공 단지를 조성, 운영해보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한덕수 생태도시과장은 “내년도 장항 도시재생 공모 전까지 국내외 도시재생 선도 지역 성공사례와 전문가를 포함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장 장항다운 도시재생 방안을 마련, 활력을 되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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