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환경파괴가 부른 재앙 충청해안의 토사퇴적(5)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과 토사퇴적
기획취재/ 환경파괴가 부른 재앙 충청해안의 토사퇴적(5)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과 토사퇴적
  • 연합취재단
  • 승인 2014.09.22 17:29
  • 호수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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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발전, 논의 자체가 부끄러운 일”…경기만 전체에 영향
유속 떨어지며 토사퇴적 가중…대산항 등 준설비용 늘어

‘서해안 시대’를 외치며 대통령이 된 노태우는 대산읍에 석유화학단지를 들여앉혔다.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요뿐만 아니라 주변에 자동차 및 부품 산업벨트가 형성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석유화학제품 수요도 크게 늘어 적지로 떠올랐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대산읍 독곶리 일대에 삼성토탈, LG화학, 롯데대산유화, 현대오일뱅크 등 유화업체 4개사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해는 수심이 얕고 갯벌이 잘 발달하여 갯벌을 잘 보전하는 것이 공업단지로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으며 한번 사고가 나면 수 십년 동안 회복 불능의 생태계 파괴를 불러오는 유조선이 자주 드나드는 석유화학공업단지를 들여앉히는 것은 무리였다.
이러한 곳에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가로림만을 막는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생태계 파괴와 함께 인근 해역의 유속이 느려져 대산항 주변은 물론 그 영향이 아산만까지 미쳐 토사 퇴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서천과 태안신문, 홍주신문 연합취재팀이 지난 8월 24일 태안군 학암포항을 출발해 가로림만 해역을 답사했다. <편집자 주>

▲ 가로림만 만대항 앞의 어선

숲에 이슬이 더해진다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가로림만(加露林灣)은 남쪽의 천수만(淺水灣)과 함께 태안반도의 허리를 잘록하게 만들었다. 조선시대에 이곳에 운하를 뚫는 일이 추진되기도 했다.

가로림만의 해안선 길이는 162㎞, 해역면적 113㎢, 입구 폭은 3.2㎞, 남북 폭은 22.4㎞로 입구가 좁고 만의 내부가 넓은 호리병 모양을 하고 있다. 주변은 산세가 높아 유입되는 소하천도 거의 없는 곳으로 모래펄 갯벌이 잘 발달된 전형적인 ‘내만형 갯벌’이다.

이곳에 천연기념물 331호이자 멸종위기동물 2급으로 지정된 점박이물범이 서식하고 있다. 갯벌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물범이 서식한다는 것은 이곳 갯벌이 그만큼 싱싱하다는 지표이다.

▲ 가로림만과 조력댐 위치
이득보다 국민부담이 더 큰 사업

취재팀은 가로림만 입구에 도달했을 때 조류는 급하게 가로림만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만대항에서 출항한 낚싯배 10여척이 부지런히 우럭 등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이곳에 공기업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조력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다. 태안군 만대 포구와 서산시 벌천포 포구 사이 2km를 방조제로 막고 20개의 수차를 설치하여 하루 520Mw의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찬성측에서는 “해수가 드나들기 때문에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관광어촌으로 발돋움 하자”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가로림만에서의 조력발전 추진은 프랑스 랑스조력발전소를 모델로 하고 있다. 대서양으로 흐르는 랑스강 하구를 막아 24개의 수차를 설치하여 66년부터 가동, 연간 55만Mw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한다. 이 밖에 캐나다와 러시아, 중국에서 랑스 조력발전소의 1/10 규모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반대측에서는 “1961년 프랑스가 조력발전소를 건설을 시작하던 때만 해도 환경보존에 대한 의식이 희박했다. OECD 국가에서 조력발전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선진국들은 조력발전이 아닌 조류발전을 연구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조류 발전이란 제방을 막지 않고 조류가 센 곳의 수중에 수차를 설치하여 전기를 얻는 방식으로 생태계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가로림만 조력발전 타당성 검토에 참여했던 과학기술대 유승훈 교수는 “조력발전으로 인한 이득보다 이로 인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더 커 해양수산부 시절 유보했던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죽뻘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

밀물 때 가로림만 바깥쪽에서 조류는 충남 북부 해안을 따라 급하게 경기만과 아산만 쪽으로 흘러가며 썰물 때에는 그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이 때 바닷물을 가로림만 안을 들어갔다 나오는데 조력발전을 위한 방조제로 흐름이 막혀 조류의 유속이 약화된다.

일본 나가사끼현에서 이사하야만을 막음으로써 아리아케해의 어획량이 1/10 감소하고 일본 최대의 김양식장이 궤멸됐다. 반시계 반향으로 도는 아리아케해 조류의 유속이 30% 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현재 새만금 방조제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영향은 충청 연안까지 미쳐 현재 그 피해를 입고 있는 상태이다.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을 위한 방조제가 생기면 유속이 감소되어 각종 어족자원의 산란장인 모래펄갯벌이 펄갯벌(죽뻘)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토사가 쌓여 해양생물이 급격히 소멸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경기만 전역에 영향을 미쳐 어장의 황폐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대산항을 비롯, 당진항, 평택항 등지에까지 토사 퇴적이 가속화 되어 그 준설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밀물 때 가로림만 인근 해역의 조류 흐름

◇연재를 마치며

재자연화가 정답

가로림조력발전소 건설사업에 대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승인 여부 결정이 임박했다.

이와 관련해 충청남도가로림만조력발전환경영향평가검토위원회(위원장 허재영 대전대 교수)는 지난 11일 가로림만조력발전환경영향평가보완서에 대한 검토의견을 충청남도에 제출했다. 검토의견서는 환경영향평가보완서에 대해 ‘자연생태환경, 수환경, 사회·경제환경, 대기환경 분야에서 부실함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충남도가 지난 12일 발표했다. 가로림만의 운명은 이제 환경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연합취재팀은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새만금방조제 인근에서 토사퇴적으로 인한 환경재앙을 확인했고 이는 충남 서부 연안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도했다.

이미 충남에서도 석문방조제, 대호방조제, 천수만 A·B지구 방조제, 홍성·보령방조제, 남포방조제, 부사방조제, 금강하굿둑 등으로 충청연안 전체에 죽뻘이 쌓여가고 있다. 이로 인해 농어촌에 많은 소득을 안겨주었던 맨손어업이 궤멸됐으며 산란장 상실은 어장황폐화를 불러오고 있으며 해마다 수십억원씩 투입하여 치어방류사업을 벌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간척의 나라 네덜란드나 독일에서는 1970년대부터 갯벌보호에 나서기 시작하여 지금은 간척했던 곳을 되돌리는 역간척 사업을 하고 있다. 충남도에서는 가로림만의 보전은 물론 이미 사업을 벌였던 곳에서 재자연화를 검토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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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푸른충남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이평주

“가로림만은 어민들 삶의 터전”

▲ 이평주 전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연합취재팀은 태안 학암포 항에서 푸른충남21실천협의회 이평주 사무처장(전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만나 가로림만 갯벌의 상황과 이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어민들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 가로림만의 갯벌은 현재 어떤 상황이며 어떤 특징이 있는가.
= 가로림만은 만 안으로 유입되는 담수와 퇴적물의 양은 적지만 만 안쪽에는 매우 광활한 펄질 갯벌이 형성되어 있으며, 만 입구에 있는 두 개의 수로와 섬 등 돌출해안에는 자갈과 모래의 퇴적상이 분포한다.

가로림만의 갯벌 면적은 80㎢ 정도(8,000ha)이며, 2005년 해양수산부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갯벌 중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2007년 해양수산부의 가로림만 환경가치평가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전국 환경가치 순위는 가로림만이 1위, 한려해상국립공원 2위, 한강하구 3위, 우포늪 4위, 낙동강 하구 5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또한 해양수산부에서 2013년 밝힌 갯벌의 연간 가치 평균인 ㎢당 63억원을 가로림만의 해수면을 제외한 갯벌에만 적용해도 연간 5,040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에 가로림만의 가치는 이 수치보다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 가로림만 주변의 어선어업 선박 수와 맨손어업 어가 수는 얼마나 되는가?
= 태안군과 서산시 전체 2012년 현재의 재적 어선으로는 2412척(태안 1795척, 서산 617척)으로 파악되었으며, 현재 가로림만 주변의 선박 수는 파악하지 못했다.

맨손어업 어가 수 또한 가로림만에는 2007년 기준으로 1987가구 4946명의 어민이 바지락, 굴, 김 등을 양식하고 있으며 태안군 어가 인구의 25%, 서산시 어가 인구의 91%가 가로림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하지만 2007년 12월 삼성 허베이스피르트호 원유유출 사고와 가로림 조력발전 추진 본격화 이후 맨손어업 신고필증 신청자가 급증하여 현재의 맨손어업 어가 수는 상당히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들의 어업 생산량은 얼마나 되며 금액으로는 얼마인가?
= 가로림만은 15개 어항이 밀집해있으며, 21개 어촌계 등에서 바지락 굴 등이 주종인 마을어업과 양식어업 허가를 받은 면허어장 면적만도 1743ha 정도이다. 이곳에서 많은 주민들이 맨손어업으로 연평균 2,000여톤의 바지락, 굴, 낙지 등을 잡아 가구당 3,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 조력발전소가 들어선다 해도 해수유통이 되기 때문에 생태계에 큰 영향은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추진 측에서는 말하고 있다. 조력발전소가 들어선 후 가로림만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어민들은 생각하는가?
= 가로림만 입구를 조력 댐으로 막으면 해수 유출입량 감소 등에 따라 댐 내측의 고조위는 최대 96cm 하강하고(해안가의 육지화), 저조위는 대조기 때에 347cm까지 상승(갯벌이 항상 물에 잠김)하여 댐 내측은 거의 전체 폐어업해야 한다는 내용의 ‘어업피해보고서’가 나왔다.

이는 환경영향평가서의 조간대(갯벌) 노출시간 변화 내용과도 연동되는 것으로 “조력발전소 운영시 만내 전체 일 평균 노출시간은 6.73시간 감소”라는 것은 맨손어업 대부분과 바지락 등 여러 양식업 등에서도 1일 2번의 조간대 노출시간대에 어업 활동이 행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번의 썰물때마다 조업 가능시간이 3시간 22분 정도 감소한다는 것이므로 관련 어업에 지대한 영향이 미칠 것이다.

또한 가로림만 내측의 현재 전체 평균퇴적률은 0.24cm/yr 인데 조력댐이 만들어지면 퇴적률이 4배 가까이나 빨라지는 0.83cm/yr 로 변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는 생물들이 살지 못하는 소위 죽뻘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정부의 조력발전 계획에 대해 어민들 대부분은 어떤 생각인가.
= 서산 태안 어민들은 이미 천수만의 사례로 충분히 학습이 되어있다. 바다를 막으면 갯물과 갯벌이 썩고 주민들의 생계까지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기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조력 댐 계획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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