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유전자 조작 식품이 몰려온다
쌀 관세화…유전자 조작 식품이 몰려온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4.09.29 16:57
  • 호수 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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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자급률 22%…농업기반 궤멸 우려
식량주권 상실…식품 안전에 빨간불
미국, 일본에 쌀 유전자조작 검사 폐지 요구

▲ 들판에 익어가는 벼. 쌀 자급률도 83%로 떨어졌다.
쌀 관세화는 누구나 관세를 내면 쌀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1950년 2월부터 66년간 양곡관리법을 통해 쌀 수입허가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2015년부터 쌀 관세화를 선언하고 농민들의 격한 바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고 있다.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하고 관세만 내면 어떤 쌀이든 수입해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쌀 시장 개방에 이어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밀려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후 쌀에 대한 관세 예외가 인정돼 1995년 초부터 올해 말까지 두 차례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쌀 생산 기반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는 의무수입물량(MMA)을 감당할 수 없기에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고,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쌀 수입 개방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양곡관리법 개정 절차도 거치지 않고, 농민들과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관세율도 300~500%라는 범위만 추정할 뿐이다.
뚜렷한 대책도 없이 시장개방을 선포한 것은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의 밥상은 카길, 몬산토와 같은 다국적 농업기업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2011년 곡물자급률 22.6%에 불과하다. 쌀 자급률 83%를 빼면 나머지는 5% 이하이다. 보리 22.5%, 두류 6.4%, 밀 6.6%, 옥수수 0.8% 등이다. 이는 OECD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캐나다(180%), 프랑스(174%), 미국(125%), 독일(124%), 영국(101%)은 높은 곡물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식량생산을 위한 농지면적은 줄고 있다. 1970년 270만6천ha였던 식량작물 재배 면적은 2010년 109만3천ha로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벼농사 재배지역 감소율이 가장 낮았지만 쌀 관세화 이후 이것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쌀 수입개방은 쌀 생산 토대를 무너뜨리고, 농촌사회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국제 곡물가격이 널뛰는 상황에서 국내 사료용 곡물생산기반이 완전히 무너졌기에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우 육우 전체 생산비 중 사료비 비중이 2012년 58.7%에서 2013년 61.2%로 상승한 상태다. 치솟는 사료비로 인해 축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의 곡물사료 시장을 장악한 카길이 마지막 남은 쌀 시장에도 진출하면 우리는 식량주권을 메이저 곡물회사에 넘기게 된다. 카길은 세계최대 곡물기업으로 자본력, 기술력, 물류를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WTO를 비롯한 미국통상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는 관세율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통상압박으로 관세율이 낮아지면 수입쌀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 곡물 자급률 추이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재배돼는 작물의 26%만이 재래종이라고 한다. 토종 종자의 74%를 잃어 버린 셈이다. 몬산토는 전세계 유전자조작식품(GMO)의 90%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쌀 관세화는 몬산토에도 기회가 될 것이다. 미국은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한 일본과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협상을 하면서 미국 쌀에 대한 유전자조작 검사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질 검사를 받은 뒤 유전자조작 쌀이 아니라는 증명서를 첨부해야 유통할 수 있다.
국제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쌀 관세화가 되면 유전자조작 쌀이 수입될 수도 있고, 한국에서도 유전자조작 쌀이 상업화될 여지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이미 농촌진흥청도 지난해 벼에 살충성 유전자를 도입한 ‘벼물바구미 저항성 벼’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도 GMO작물 개발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기에 유전자조작식품의 상업화에 뛰어들 수도 있다. 식품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다.

우루과이 라운드에 “쌀 수입 개방반대”를 외치며 장외집회를 벌였던 대학가는 2014년 놀랍도록 조용하다. 쌀 수입 개방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산물을 전량 사다 먹는 도시 사람들이 식품 안전에 더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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