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강 하구갯벌에서 시작된 문명
[데스크 칼럼] 금강 하구갯벌에서 시작된 문명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4.10.21 15:12
  • 호수 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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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에서 열리고 있는 생물다양성당사국 총회 참석자 40여 명이 지난 11~12일 금강갯벌을 찾았다. 저서생물과 철새등 종 다양성 풍부한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이들 가운데에는 서유럽 ‘와덴해공동사무국(CWSS)’ 옌스 애너마크 사무총장 등도 다녀갔다고 한다.

와덴해는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에 걸친 해역으로 한국의 서해갯벌과 함께 ‘세계5대 갯벌’ 가운데 하나이다. 독일 니더작센주 갯벌국립공원 관리소가 있는 빌헬름스하벤에 3개국 공동사무국이 있다. 이곳에 1주일에 한번씩 3개국 대표들이 모여 ‘와덴해 갯벌 살리기’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하고 갯벌 보존 방안을 강구하기도 한다.

이들이 바라본 한국 서해안의 갯벌은 와덴해와는 확연히 다르다. 와덴해에서는 산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평야와 염습지가 이어지다 갯벌이 펼쳐지는데 한국 서해안 갯벌은 해안선의 상당 부분이 산으로 되어 있고 큰 강들이 서해 갯벌을 향해 집중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강들은 내륙에서 모래를 날라다 부려놓아 물고기들이 산란하기에 유리한 모래펄갯벌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서해 갯벌은 지구상 어느 곳보다도 생산력이 큰 ‘땅’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드나듦이 복잡한 해안선과 암반조간대 등 자연 환경도 변화가 많아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인류가 숲에서 나와 농사를 지으며 정착생활을 시작한 곳은 바로 강 하구나 바닷가였다. 식량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별도의 염분을 섭취해야 하는 데 따르는 소금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육식 위주의 수렵생활은 동물의 체내에 함유된 염분이 있어 별도의 소금을 섭취할 필요가 없었지만 곡식을 위주로 식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은 별도로 소금을 섭취해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인류가 가장 먼저 문명을 싹틔운 곳은 한반도 전역을 포함한 요하 하류지역이었다. 이는 나일강이나 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 황하에서 싹튼 문명보다 2000~3000년이 더 앞선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금도 중국 요녕성에서 발굴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서 출토된 빗살무늬토기와 같은  토기가 금강 하구에서도 출토됐다. 1997년 장항읍 장암리 당크뫼에서 출토된 빗살무늬토기 두 점은 현재 부여박물관에 있다. 이러한 빗살무늬토기는 후대의 비파형동검과 함께 요하문명권에서만 출토되는 유물이다.

따라서 금강하구는 인류 문명이 처음 태동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반도의 강 하구나 갯벌에서 싹튼 문명이 시베리아나 중아아시아 등 내륙으로 전파됐음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갯벌은 인류가 정착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이었고 이 갯벌을 발판으로 인류는 내륙을 향해 문명을 확장해갔다. 그러나 한국의 서해로 흐르는 강들은 70년대 이후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며 그 희생양이 되어 하구가 모두 둑으로 막히게 되었으며 생산력이 가장 뛰어난 지역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파괴한 강 하구와 갯벌을 재자연화 하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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