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갱단이 거둬간 43명 젊은 목숨
[모시장터]갱단이 거둬간 43명 젊은 목숨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14.11.24 16:35
  • 호수 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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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다 건너 멕시코에서 날아온 소식은 가장 한심한 나라의 소식 중 하나입니다. 
이괄라라는 지방도시에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답니다. 시위라고 하면 또 신물 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이들은 졸업 후 교사가 되는 교육대학의 학생들로, 그들의 미래 생업과 관련된 ‘시골교사 임용 차별’ 정책에 대하여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9월26일)따라 이괄라 시의 시장님은 경찰서장에게 전에 없이 강력한 진압을 요청했답니다. 시장 부인이 무슨 행사에서 연설하기로 돼있었는데, 혹시나 학생 시위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여 특별한 대처를 요구했던 것이지요. 경찰은 지나치게 충성스러웠습니다. 학생들이 이동하기 위해 타고 있던 버스에 작심한 듯 총을 쏘아댔습니다. 총격으로 6명이나 되는 학생이 현장에서 죽고 다수가 다친 가운데, 살아남은 학생 43명이 경찰에 줄줄이 체포되어 어디론가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한 달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경찰에게서 이 트럭을 넘겨받은 사람들이 다른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전사들’이라는 이름의 정체 모를 괴한들이었다는 겁니다. 경찰에게 체포된 학생들이, 그것도 43명이나 행방불명이 되었으니 도시가 발칵 뒤집히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요. 대학과 친구들과 가족들이 경찰기관에, 정부에, 마침내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학생들을 찾아내라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마침내 대통령이 지시하여 연방검찰이 직접 나섰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해간 지역 경찰을 닦달해서 누구에게 넘겼는지를 알아냈겠지요. 그리고 그 누구들은 학생들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추적하여 알아낸 조사 결과가 11월7일 헤수스 무리요 카람 검찰총장의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그 진상은 어떤 잔혹영화보다 엽기적이었습니다. 

이들 ‘전사들’이란 조직은 지역의 갱단입니다. 경찰이 잡아다 준 43명의 젊은 학생들을, 이들은 덤프트럭에 싣고 이괄라 시 외곽의 쓰레기매립장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는 차에서 내린 학생들을 모두 총으로 쏘아 죽인 뒤 시신을 감추기 위해 석유를 뿌리고, 장작과 폐타이어들과 섞어 밤새도록 불태웠습니다. 새벽이 되자 갱들은 잿더미 속에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도 있는 뼈와 치아 등을 가려내 가루로 만들고 쓰레기봉투에 담아 강물에 던져 넣었답니다.

아르헨티나와 미국으로부터 법의학 전문가들이 긴급 지원되어 사건 현장으로부터 사람의 뼈로 의심되는 파편들을 수거했습니다. 그런데 이 전문가들이 DNA검사를 마친 후 밝힌 결과는 이랬습니다. “인간 유전자이기는 한데, 43명 젊은이들 중 일부의 유전자는 아닌 것 같다.”

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요. 갱들이 학생들을 죽인 자리에는, 예전부터 다른 사람들의 주검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의심해볼 수도 있는 것이, 멕시코는 각종 갱단 조직이 전국의 20%나 되는 지역의 경제를 쥐고 흔들며, 이런 곳에서는 납치 살인이 아주 흔하게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대통령에 출마하는 후보마다 범죄조직 소탕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최근 10년 동안 갱단과 경찰 간 소탕과 보복으로 죽은 인원만 이미 10만 명에 가깝습니다. 경찰관들이 하도 쉽게 공격을 당하기 때문에 이직률이 높고, 서로 경찰서장직을 맡지 않으려 해서 외부인을 공모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현 대통령 엔리케는 취임 이후 갱 소탕을 위해 특별치안군을 창설했습니다. 올 1월 미초아칸주에서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데는 다수의 장갑차와 11대의 헬리콥터가 동원됐습니다. 작전 장비를 추가하기 위해 올해도 미국으로부터 18대의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더 사들이기로 했다는군요. ‘나라 같지 않은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런 멕시코도 ‘최악’의 불안국가는 아닙니다. 해적질로 먹고 사는 소말리아 반군들은 아예 일정 지역을 그 나라 정부의 간섭 없이 지배할 정도입니다. 가까운 필리핀은 또 어떻습니까. 한국인들의 동남아 여행에서 인기 높은 지역의 하나이던 필리핀은 이제 여행자들이 기피하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여행자들이 빈번히 납치되고 살해되는 멕시코나 필리핀 같은 국가를 여행자들이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이런 나라들은 외국인 여행자나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가난은 더욱 가속되는 것이 필연적인 결과일 것입니다.

한때 선진국으로 여겨지던 멕시코나 필리핀은 어쩌다가 저 지경이 되어가는 것일까요.
한 가지 힌트가 있습니다. 그 나라의 부패지수입니다. 필리핀의 경우 2012년 조사된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가 세계 176개국 가운데 106위였습니다. 멕시코나 필리핀이나, 대부분의 조직 범죄 뒤에는 이들과 한통속인 경찰이나 거물 정치인이 있습니다. 부정 부패와 불법 테러는 정치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필리핀에서는 대선이 있던 2009년 한 해 동안에만 정치적 비판기사를 쓴 기자가 무려 32명이나 피살되었습니다. 부패한 정치가 그것을 고발하는 입까지 틀어막은 결과 급속히 불안한 나라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부패인식지수가 50위권인 우리나라는 일단 그들보단 훨씬 양반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릅니다. 전임 대통령의 43조원이나 되는 해외자원 개발 투자가 대부분 부실투자로 드러난 가운데, 왜 그런 투자를 강행했는가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과연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능력과 의지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 같습니다. <[시인, peac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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