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황해도 위험하다
[모시장터] 황해도 위험하다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14.12.16 17:08
  • 호수 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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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황해는 안전하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회유하는 어류가 황해로 들어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이자 터전인 황해는 갯벌을 뭉텅뭉텅 개발한 이후 어획고가 크게 줄었어도 아직 풍요롭다. 하지만 위태롭다. 하구언으로 담수의 일상적 유입이 차단되고 4대강 사업으로 육지의 모래와 개펄이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

그뿐이 아니다. 바다모래의 과다 채취로 산란장이 줄어들건만 전력산업의 집요한 조력발전 추진으로 해안의 갯벌이 유실될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열거한 걱정은 애교에 불과하다. 치명적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핵발전소다. 우리와 중국의 핵발전소들이 황해를 둘러싸고 있지 않은가.

황해의 갯벌은 품이 넓다. 바닷가에서 10킬로미터 이상 넓게 펼쳐져 있고 깊이가 20미터를 넘는 곳이 많다. 동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다종다양한 조개를 비롯해 오징어와 문어, 고등어와 넙치, 그리고 대구, 농어, 우럭, 삼치, 갈치, 조기와 민어 들이, 갯벌로 형성된 조간대에 깃들어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펼쳐보라. 헤아리기 어렵게 그 종류와 수가 많다.

세월의 품도 넓다. 백두대간의 고생대 지층에서 비롯된 모래와 개펄이 굽이치는 강물을 따라 사시사철, 억겁의 세월동안 흘러들었다. 가장 늦게 자리를 잡은 사람도 갯벌이 있기에 역사와 전통을 해안에서 이어올 수 있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탄소동화작용으로 생산하는 산소와 그 과정에서 제거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효과적으로 예방해준다. 완만하게 펼쳐지며 고즈넉한 풍광을 언제나 제공하는 갯벌은 해안의 재해를 완충할 뿐 아니라 사람의 인문적 폭을 넓혀준다.

갯벌이 살아 있다면 조상이 그래왔듯 상당한 식량을 세세연년 자급할 수 있다. 하구언과 4대강 사업 구간의 대형 보가 철거된다면 어획고는 차차 회복될 게 틀림없다. 신공항과 신도시와 공단으로 개발된 갯벌은 당장 어쩔 수 없더라도 새만금의 제방을 개방하면 효과가 눈에 띌 텐데, 황해안의 수많은 발전소에서 막대하게 토해내는 온배수가 문제다. 갯벌의 생명현상을 방해한다.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를 태워 만든 고온 고압의 수증기는 발전터빈을 돌리고서 물로 식어 보일러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그때 수증기를 식혀야 한다.

발전소는 바닷물로 수증기를 식힌다. 수증기를 식힌 막대한 바닷물은 온배수가 되어 바다로 돌아가는데, 핵발전소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두 배의 온배수를 쏟아낸다. 3도 이상 수온이 오른 온배수는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킬 뿐 아니라 태풍을 끌어들일 수 있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핵발전 1호기의 노심은 현재 대단히 위험하다. 중성자를 30년 넘게 두드려 맞으면서 압력용기 강철의 취성이 매우 약해졌다. 영하의 물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와도 끄떡없던 강철이 지금은 섭씨 100도의 물이 들어가기만 해도 유리처럼 깨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정상으로 가동할 때 넘어가겠지만 지진이나 해일로 전력이 급작스레 멈출 때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온의 물로 높은 압력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압력용기가 깨질 테고,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사용 중인 핵연료가 수천도로 치솟으며 들어붙을 수 있다. 후쿠시마와 같은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인데, 영광핵발전소는 언제까지 안녕할 수 있을까? ‘한빛’으로 개명한 영광핵발전소의 설계수명은 곧 종료되지만 우리 핵동맹은 고리나 월성처럼 연장할지 모른다.

만약, 만약에, 영광의 핵발전소에서 후쿠시마처럼 7등급 이상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황해를 거의 영원히 잃게 된다. 고리핵발전소가 폭발하면 그 순간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재산 가치와 봉급생활자의 월급도 즉각 사라지겠지만 바다는 남는다. 물론 오염되지만 동해로 확산되며 희석될 테니 수십 년 뒤 회복될 수 있다. 수심이 낮고 확산이 느린 황해는 아니다. 갯벌 깊숙하게 오염될 우리 서해안은 회복을 꿈꿀 수 없다.

중국의 핵발전소도 걱정이다. 머지않아 설계수명에 근접할 텐데, 핵발전소를 감시하는 시민단체는 중국에 없다. 통제와 감시가 얼마나 엄격한지 알기 어렵다. 부쩍부쩍 늘어나 어느새 21기를 가동하는 중국이 황해 연안에 얼마나 많은 핵발전소를 추가할지 아무도 모른다. 100기가 넘을 것이라는 소문이 흉흉하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게 핵발전소의 안전관리를 요구할 수 있을까? 그런 요구가 온다면 중국은 얼마나 어이없어 할까. 위험천만한 핵발전소의 수명을 거듭 연장하는 국가가 아닌가. 아직 이렇다 할 사고가 없는 중국이지만, 이제까지 핵발전소의 폭발은 발전소 개수와 밀접했다. 수명이 긴 발전소일수록 더 위험했는데, 핵발전소의 설계수명은 30년을 넘지 못한다. 황해의 수명은 시방 핵발전소에 저당되었다. 우리의 삶도 저당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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