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 우울증 극복 사례
■ 어르신 우울증 극복 사례
  • 공금란 발행인
  • 승인 2014.12.23 11:11
  • 호수 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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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시달리며 우울증 약 매일 복용
“보건소를 왜 이제 알았는지 몰라”

▲ 우울증을 극복하고 밝게 웃으시는 박순분님
올해 일흔일곱되신 박순분 어르신은 서천읍내 다세대 주택에 홀로 살고 계십니다.
열 아홉에 결혼해서 슬하에 3남2녀를 두셨는데 자녀들이 한창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에 남편을 잃고 혼자 되셨습니다. 두왕리에서 살면서 논일이며 밭일 닥치는 대로 품팔이를 다녔지만 굶는 날이 많으셨답니다.
품팔이하면서 점심 끼니 때 맞춰 아이들을 오게 해서 자녀들 밥을 얻어 먹였다고 하십니다. 그때는 주인 눈치고 뭐고 그저 내 새끼 굶주린 배 채우는 게 우선이었다는 박 어르신, 6~70년대 농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혼자 되셔서 외롭고 힘드셨겠다는 필자의 말에  “그런 생각 할 겨를이 어디 있었간, 그저 새끼들 굶길까봐 신경쓰니라구, 요즘 사람들은 힘들면 새끼 놔 놓고 혼자 내빼는 것들도 많은디 그게 워디 할짓이냐”며 정색을 하십니다.

무논에서는 손으로 쇠스랑처럼 흙을 고르고 가물 때는 호미로 모도 싶어보고, 틈나는 대로 모시도 하고 쌀 꿔다 먹고 대신 몸 부려 일해 주며 무슨 일이든 불러만 주면 마다하지 않고 다니셨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촌에서 여인들이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수원으로 가서 화장품공장에 다니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호적에 74세지만 실제 나이는 77세라는 박순분 어르신, 얼굴이 참 고우십니다.
지금은 시대가 좋아서 노인들 놀게도 해주고 일도 하게 하고 지금이야 굶는 일이 없지만 몸이 아파 못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많은 분들처럼 박 어르신도 먹는 약이 몇 봉지인지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혈압약과 우울증 약을 매일 복용해야 버틸  있기 때문입니다. 홀로 되신 후 어렵사리 어린 자녀들을 키우시느라 얻은 육신의 병이 마음의 병이 되었습니다.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누구하나 의지 할 사람 없이 홀로 겪어온 세월의 무게가 몸과 마음에 병으로 쌓였습니다.

주변의 권유로 노인복지관을 나갔지만 먼저 다니기 시작한 사람들은 모두 아름아름 무리가 되어 있고 아는 친구도 없어서 포기하고 종종 마실 다니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박 어르신에게 서천군보건소의 프로그램을 알 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진즉에 알았으면 얼매나 좋아? 국악공연도 봬주지, 꽃꽂이랑 종이접기도 가르쳐주지, 신명나게 노래도 가르쳐주지……”

보건소 선생들도 참 자상하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도 많이 사귄 덕에 보건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불면증도 많이 좋아지셨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보건소 나가는 날이 기다려지신다고 하십니다.
“절대 안 나올 사람이 아닌데, 혼자 사는데 아파서 못나오나” 보건소 다니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이름은 모르겠고 오석리에 사신다는 친구분 걱정이 많으십니다. 보건소의 도움으로 근황과 전화번호를 접하시고는 기뻐하시는 모습이 여고시절 동창생 소식을 들은 소녀 같았습니다.

박 어르신은 이제 먹고 살 걱정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몸과 마음을 살피시기로 작정하시고 노인 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하시고 보건소 프로그램에도 열심히 참여하십니다. 부족한 운동을 보충할 겸 급할 때가 아니면 버스도 안타시고 걸어 다니십니다.

창가에서 한참을 서서 필자에게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으시던 박순분 어르신은 이제 불면증도 우울증도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아 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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