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우울증 극복사례/(4)김난영 어르신
■어르신 우울증 극복사례/(4)김난영 어르신
  • 공금란 발행인
  • 승인 2015.01.05 16:07
  • 호수 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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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만은 걸리지 말아야지” 가족·이웃·사회적 관심 필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이 속담에 견주어 생긴 ‘젊어 고생은 늙어 고생’이란 말도 있습니다.

필자가 만난 김난영 어르신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젊어서 고생고생 하다 이제 좀 살만 하니 육신에 병이 들어 고통을 받고 계십니다. 남은 생애를 남들처럼 즐겨보지도 못하고 병원과 보건소를 전전하는 게 속상하신가 봅니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눈물 나고 내가 왜 이런가 싶고 심신이 괴로워 죽고만 싶다”고 말씀하시는 김 어르신. 이제 먹고 살 만해지고 자식들 모두 일가를 이뤄 자리 잡아 걱정거리가 없어지자 육신의 병으로 마음대로 활동할 수 없으니 분통이 터지다 못해 삶의 의욕마저 사라진 듯합니다. 

올해로 여든넷 되신 김난영 어르신은 일곱 살 때 친정어머니를 여의시고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없는 살림이지만 아들 다섯에 딸 하나, 육남매를 키워내셨다.

자녀들이 어머니 건강을 생각해서 수백만 원 대 하는 건강보조 침대를 사드렸습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안타깝게도 기대만큼의 효과는 못 보시니 더욱 속상하십니다. 

“갯벌에 푹푹 빠지면서 김 살 매고, 생선장사도 하고, 어린 자식 겨드랑이에 끼고 모시 째고 해서 애들 거뒀지” 옛 일을 회상하는 말끝에 눈물을 글썽인다. 옛날 살던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하십니다.

“아이들도 별수 있었남? 아침에 보리밥 한 뎅이 먹고 수 십리 길 되는 학교 갔다 오면 고구마 캐라, 김발 매라, 뭐 혀라… 부려 먹었지. 애들이 착해서 그러련 했지, 그렇게 일하고도 공부도 곧잘 해서 다들 잘 살지”

이런 자녀들에게 얻은 손주와 증손주가 스물다섯명이나 됩니다.
김난영 어르신은 지금 혈소판 이상으로 팔목이며 몸 여기저기가 멍든 것처럼 시커멓습니다. 이로 인해 기운이 딸려도 그 흔한 보약 한 재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고 감기약이나 예방주사 따위도 함부로 투약할 수 없는 상태이십니다.

필자가 찾은 날에도 누워서 이야기할 정도로 기운이 딸리신다는 김난영 어르신은 밤잠을 제도로 못 주무시고 불안감에 시달려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계셨습니다.

이런 김난영 어르신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치매만은 걸리지 말자”는 의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든 움직이고 움직일 수만 있으면 보건소건, 노인복지관이건 다니면서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계십니다.

김난영 어르신의 남편 이봉우 어르신도 한때 우울증으로 고생하셨습니다. 부부가 이렇게 된 데는 아들의 암 발병에 따른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다행이 완쾌됐지만 부모 입장에서 상심이 크셨을 터입니다.

부부 모두 보건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남편은 호전되어 소일이나 하신다며 서천읍내 일터에 나가십니다.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이 좀 걸리지만 스스로 의지가 있으신 게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성품 자체가 깔끔하셔서 정리정돈 안 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는 김 어르신, 말씀대로 편찮으신 상태인데도 집안 구석구석 먼지하나 없이 깔끔합니다. 또 집 안팎 화단에는 풀 한포기 없이 과꽃, 봉선화 등 화초들이 만발합니다.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 일하느라 못 배운 한을 풀고 싶다는 김 어르신, “치매만은 걸리지 말아야지”하는 작은 바람이 이뤄지도록 가족과 이웃, 또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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