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CCTV로 귀결된 영유아 보육정책
[모시장터]CCTV로 귀결된 영유아 보육정책
  • 양선숙 칼럼위원
  • 승인 2015.03.02 14:49
  • 호수 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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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선숙 칼럼위원
나의 사회생활 첫 근무지는 초등학교였다. 학교 부설로 공립유치원이 운영되었는데 근무조건이 다른 영유아 교육기관 보다 열악하지 않았음에도 유치원교사는 힘든 직업임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내 마음 속에 유아담당 교사는 힘들게 일하고 그 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명감 없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라 각인되어 있다. 어린 아이들이 좋다며 유아교육과 진학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만나면 쉬운 길이 아니라고 조언을 하곤 한다.

한동안 지역 생활정보지를 볼 일이 있었다. 구인란에 보육교사 모집 광고가 꾸준히 많은 것을 보고 주위에 보육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많던데 부족한 이유가 뭘까, 어려운 직종이라 이직율이 높은가보다 생각하고 지나쳤다. 직장 동료 중 영유아를 둔 부모들이 몇 명 있어 누리과정이니,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도 우리 집 아이들은 청년기를 지나고 있기에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월 인천 어린이집 교사 폭행 사건으로 온 나라가 공분하면서 나의 관심이 자연적으로 우리나라 영유아정책에 마음이 쏠렸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과거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지원하던 영유아 보육료와 양육 수당을 2013년부터 0~만5세 영유아에게 확대하여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유아 보육 지원의 대부분은 시설 이용에 대한 보육료 지원에만 치중되어 있다. 만 2세아를 기준으로 할 때 가정에서 자녀를 키울 경우 현금으로 받는 양육 수당은 100,000원이고, 보육시설에 맡길 경우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보육료는 286,000원이다. 이러한 차이는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들 중 직업을 갖고 있지 않아도 아이들을 시설에 맡기는 사실상 영아의 시설 보육을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으로 사립 보육 시설의 신설이 빠르게 늘어났고, 교사의 충원이 어려워지자 1년 안에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자격미달의 보육교사들을 양산하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공립 보육시설을 매년 50개씩 신축하고 매년 100개씩 기존 운영시설을 국공립으로 전환한다는 내용과 보육교사 처우 실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교사 급여를 국공립어린이집 수준으로 개선하는 등의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임기 1년도 안돼서 국공립 보육시설 50개가 사라지는 등 집권 3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이 공약은 많은 부분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인천 어린이집 사건 이후 보육시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의 보육 정책의 근본적인 고민과 대책, 보완 없이 CCTV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신고포상금 증액 등을 법으로 정해 사랑과 신뢰의 장(場)이 되어야 할 어린이집을 불신과 감시의 대상을 만드는 일로 신중함을 잃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육정책을 유지하는 스웨덴의 경우 1850년대부터 아동의 보육정책이 정치권의 주요 쟁점이 되어왔다.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국가는 여성노동력이 필요하자 종일제 시설보육과 가정보육의 균형 있는 발달을 도모했고, 초기 빈민층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아동 보육제도로 시작해, 전체 아동들의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기 위한 공적제도 기능으로 발전시키는 일에 정부가 앞장섰다.

4살 어린 제자를 비인격적으로 폭행한 인면수심의 교사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번 어린이집 교사 폭행 사건은 장기적인 안목이 없는 보육정책의 실패로 드러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보육정책의 문제점을 외면한 채 한 개인의 잘못으로만 단정하고 모든 보육교사를 궁지로 몰아붙이는 것은 결국 우리자녀들의 보육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일이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그 중 영유아 교육은 심혈을 기울여야 할 가장 중요한 주춧돌임을 잊지 말고 국민이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기관을 만드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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