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절 특집/헌법 전문으로 본 3·1운동
■ 3·1절 특집/헌법 전문으로 본 3·1운동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5.03.02 15:03
  • 호수 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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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정사 출발은 3.1운동…군주제에서 민주공화제로
9차에 걸친 헌법 개정에도 헌법 전문에서 빠진 적 없어

▲ 3.1운동 당시 모습을 표현한 부조. 서울 탑골공원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은 최고의 법으로 헌법을 두고 있다. 헌법에는 가장 앞 부분에 헌법을 만들 당시의 헌법 제정의 역사적 과정, 목적, 헌법 제정권자, 헌법의 지도 이념이나 원리 등을 규정한 전문(前文)을 두고 있다. 우리 헌법은 9차에 걸친 개헌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헌법 전문에는 항상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 전문에 담긴 3·1운동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헌법 전문의 변천

현재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 헌법의 시작은 임시정부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1910년 일제로부터 강제로 우리 국토가 합병된 이후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하여 우리 민족은 한반도에 국민이 주권자가 되는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 것이다.

3.1운동 직후 상해 임시정부에 설립된 입법기관인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에서 헌법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임시의정원은 1919년 4월 10일 개원해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주권 재민과 삼권분립의 민주 정치 이념을 담은 ‘대한민국 임시헌장(임시헌법) 10개조’를 채택했으며 권력의 소재를 군주에서 국민으로 옮기고 민주공화제를 선언해 정부형태와 국정운영에서 민족 역사상 가장 큰 변혁을 가져왔다. 임시정부는 이 해 9월 제1차 헌법 개정을 했으며 8장 58조로 이루어진 오늘날의 헌법과 비슷한 체계를 갖추었다. 이후 임시정부 기간 동안 5차의 개헌이 있었다.

<1948년 제헌 헌법>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제제도를 수립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각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구리들과 우리들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 우리들의 정당 또 자유로히 선거된 대표로서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년 7월 12일 이 법을 제정한다.

우리나라 헌법의 역사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1952년 7월 1차 개헌이 있었고 1954년 11월 이승만의 영구집권을 위한 2차 개헌이 있었다. 그러나 헌법 전문의 변화는 없었다. 1960년 4.19혁명 이후에 개정된 헌법에도 헌법 전문은 바뀌지 않았다.
1960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개정된 헌법에서 전문에 변화가 일어났다.

<1962년 12월 26일 5차 개헌>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 정신을 계승하고 4.19의거와 5.16혁명의 이념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함에 있어서 정의正義·인도人道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 제제도를 확립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 평화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여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된 헌법을 이제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하여”라고 명시된 내용이 “3.1운동의 숭고한 독립 정신을 계승하고”로 바뀌었다. 즉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태어났다는 내용이 빠진 것이다. 이는 비록 선언적이지만 임시정부 계승의 의미가 약화된 것이다. 여기에 ‘4.19는 의거’와 ‘5.16은 혁명’으로 규정한 것이 눈에 띈다.
196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노린 6차개헌, 즉 삼선개헌에서도 헌법 전문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1972년 12월 27일 7차개헌>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 정신을 계승하고 4.19의거 및 5.16혁명의 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역사적 사명에 입각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함에 있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 평화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1962년 12월 26일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이른바 유신헌법의 전문이다. 3.1운동의 정신은 그대로 살아있다. 역시 국민투표에 의해 개정을 했다고 하는데 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유신 독재를 찬성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국민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1979년 10.26으로 유신독재가 종말을 고하고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이후 1980년 8차 개헌에서 헌법 전문은 많이 바뀐다.

<1980년 10월 27일 8차 개헌>
유구한 민족사, 빛나는 문화, 그리고 평화애호의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대한 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에 입각한 제5공화국의 출발에 즈음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1960년 6월 15일, 1962년 12월 26일과 1972년 12월 27일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수식어로 ‘평화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식어구가 붙는데 4.19와 5.16이 빠진다. 10.26 박정희 사망, 12.12 군사반란, 5.18광주민중항쟁 등 혼란스런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를 덮으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러나 이 때에도 3.1정신은 살아 있다.

현재 헌법은 1987년 6월항쟁의 결과물이다. 3.1운동으로 수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이 되살아나고 있다.

<1987년 12월 29일 9차개헌>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法統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 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正義·인도人道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各人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改正한다.

◆3.1운동 정신 부정하는 ‘건국절’

2008년 2월에 취임한 MB 정권은 느닷없이 그 해를 ‘건국 60년’이라 하고, 그 해 8월 15일을 광복절 대신 ‘건국절’이라며 전국 기초지자체에서 ‘정부수립 선포식’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자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 단체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원로들은 정부가 수여한 독립유공자 훈장까지 반납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 바람에 ‘건국절’ 제정을 발의한 의원들도 스스로 그 법안을 철회했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 일부 국회의원들이 다시 ‘건국절’ 제정을 입법 발의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1948년 8월 15일에 이뤄졌다고 보고 ‘8·15’를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48년 제헌 헌법의 헌법 전문(前文)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국가를 재건한다”고 되어 있다. 3·1 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고 이제(1948년)는 “민족독립국가를 재건”한다는 것이다. 현재 헌법 전문에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法統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면 왜 굳이 건국절로 명칭 변경을 하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사학자 이만열 교수는  “독재자 이승만과 박정희 등 반민족 행위자 친일 무리들을 건국 공로자로 조작해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1948년 8월15일이 건국절이 되면 국민에 의해 쫓겨난 이승만과 그가 정권을 잡기 위해 불러들인 친일파들은 건국공로자가 된다.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건국절 제정은 우리 독립운동사를 말살하고 친일파의 죄상을 덮는 일”이라고 말했다.
9차에 걸친 헌법 개정에도 3.1운동은 헌법 전문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4.19혁명을 무시하는 일은 우리 헌법 정신을 무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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