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소(소중한 것)를 지키기 위한 제언
[모시장터]소(소중한 것)를 지키기 위한 제언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5.03.16 10:34
  • 호수 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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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사전 예방을 철저히 하지 않은 게으름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말이다. 여기서 게으름은 단순히 ‘행동의 느림’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것’까지 그 의미를 확장하여 볼 수 있다.

지난 해,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부터 현 정부도 재난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재 사고, 교통사고, 건물 붕괴사고 등. 사고 소식은 하루 세끼를 대하는 식탁 위의 김치만큼이나 자주 눈에 뜨인다.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현 정부는 재난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각종 안전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면 강 위의 도로를 받쳐주는 교각의 밑 부분은 물살에 쓸려 붕 떠있는데, 도로와 교각을 잇는 부분의 볼트와 너트를 죄어준다고 그 도로가 안전할 수는 없다. 애초에 부실로 지어진 건축물에 벽돌 몇 장을 쌓아서 지탱해 준다고 그 건물의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 정부의 노력과는 달리 앞으로도 재난 사고는 곳곳에서 터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건축과 토목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른지 오래다. 우리 기술자들이 세계 곳곳에 나아가 건축과 토목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한 사례들 또한 비일비재하다. 그 기술과 견고함도 얼마든지 자랑할 만하다. 그런데 똑같은 기술자들이 한국 땅에 만든 건축과 토목들은 부실 천지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건축과 토목은 사상누각을 방불케 한다. 우리의 재난 문제는 바로 이러한 한국적 상황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고 잘 지킬 수 있겠는가?

첫째,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리비아의 대수로 공사는 두고두고 한국의 자랑거리이다.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건물은 세계 최고 높이로 63빌딩의 3배에 달하는 828m이며, 싱가포르의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지하철은 2012년까지 ‘싱가포르 올해의 안전대상’을 3년간 수상했다고 한다. 이들이 전부 한국의 건설 기술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외에도 현재 세계의 건축 시장에서 한국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들이 해외에서는 원칙과 안전을 철저히 준수하기 때문이다.

둘째, 법(규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지난 2월 12일의 영종대교 ‘100중 추돌사고’는 2명 사망과 65명 부상이라는 대형 참사를 낳았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짙은 안개 탓이긴 하지만, 운전부주의와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낸 사고였다. 교통규칙을 확실하게 지켰더라면, 이런 대형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법을 경시하는 풍조(예를 들면, ‘법 없이도 살 사람’ 은 착한 사람을 의미하며, 법은 악을 징계하기 위한 것으로만 여김)와 지위가 높을수록 법을 등한시 여기는 태도를 청산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법을 철저히 지키고 감시하는 태도를 함양해야 한다.

셋째, 국민 의식의 함양이 필요하다.
한 기술자가 해외에 나가면 원칙과 안전을 철저히 준수하고, 국내에서는 부실 덩어리를 만드는 웃지 못 할 현상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치권의 부패와 기업의 나태한 태도에서 기인한다. 정치권은 공사대금의 일정부분을 어떤 경우로든 상납 받고, 겉모양만 갖춰지면 준공을 해 준다. 기업은 기업대로 최소한의 경비를 들여 겉모양만 반들반들 하게 만들어 놓으면 만사 오케이다. 이런 상황으로 만들어 놓은 건축과 토목 작품들이 어찌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것이며,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겠는가?

이제 한국의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권위와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가 아니라, 청렴 의식을 바탕으로 모든 것이 바른 자리에 위치하도록 조정하고 통합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 기술자들이 해외에서 발휘하는 기술과 안전의식, 거기에다가 ‘우리 것’이라는 주인의식을 가미한다면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가서 그 나라의 건축과 토목 작품들을 보고 감탄하는 것 이상의 한국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외양간을 튼튼히 하여 소를 잘 지키도록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칙과 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우리 것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확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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