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잡아먹는 ‘오적어’가 ‘갑오징어’로…
까마귀 잡아먹는 ‘오적어’가 ‘갑오징어’로…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5.05.18 10:40
  • 호수 7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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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 ‘꼴갑축제’, 5월의 미각 사로잡는다

▲ 서천특화시장 수족관 속의 갑오징어
금강, 만경강, 동진강 물이 한 해역에서 만나는 서해 어장은 예로부터 황금어장이었다. 어족자원도 다양하고 그 양도 풍부했다. 조기잡이철이면 파시가 들어서기도 했다.

해마다 보리누름 때면 갑오징어가 제철이다. 이 무렵 금강 하구 장항항에서는 ‘꼴갑축제’가  열린다. 꼴뚜기와 갑오징어의 머릿글자를 따서 ‘꼴갑’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지만 이 무렵 금강 하구에서 잡히는 꼴뚜기는 ‘대꼴뚜기’라 부르며 길이가 20cm 이상이어서 동해안의 오징어에 이를 정도로 크기가 크다.

갑오징어라 불리는 오징어는 동해안의 오징어와는 확연히 다르다. 다리가 짧고 살이 두툼하며 몸 안에 등뼈가 있다.  갑오징어는 살이 두껍고도 연하며, 맛이 달고 좋아 동해안의 오징어와는 비교할 수 없다. 갑오징어는 본래 이름이 오적어(烏賊魚)였다 한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오적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큰 놈은 몸통이 한 자 정도다. 몸은 타원형으로서 머리가 작고 둥글며, 머리 아래에 가는 목이 있다. 목 위에 눈이 있고 머리끝에 입이 있다. 입 둘레에는 여덟 개의 다리가 있어 굵기가 큰 쥐의 꼬리만 하며 길이는 두세 치에 불과한데, 모두 국제(菊蹄, 團花가 국화꽃 모양으로 양쪽에 맞붙어 줄을 지어 있으므로 이런 이름이 생겼다.)가 붙어 있다. 이것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물체를 거머잡기도 한다. 그 발 가운데는 특별히 긴 두 다리가 있다. 그 두 다리의 길이는 한 자 다섯 치 정도로 모양이 회초리와 같다. 이 긴 다리에는 말발굽과 같은 단화가 있다. 이것으로 어떤 물체에 달라붙는다. 전진할 때에는 거꾸로 곤두서서 가기도 하고 그대로 순순히 가기도 한다. 이들 다리에는 모두 타원형의 긴뼈가 있다. 이 오징어의 살은 대단히 무르고 연하다. 알이 있다. 가운데에 있는 주머니에는 먹물이 가득 차 있다. 만일 적이 나타나 침범하면 그 먹물을 뿜어내어 주위를 가리는데, 그 먹물로 글씨를 쓰면 빛깔이 매우 윤기가 있다. 단 오래되면 벗겨져서 흔적이 없어진다. 그러나 다시 바닷물에 넣으면 먹의 흔적이 다시 새로워진다고 한다. 등은 검붉고 반문이 있다. 맛은 감미로워 회나 마른 포 감으로 좋다. 그 뼈는 곧잘 상처를 아물게 하며 새 살을 만들어 낸다. 뼈는 또한 말이나 당나귀 등의 등창을 고친다. 이들의 등창은 오징어 뼈가 아니면 고치기 어렵다. 남월지(南越誌)에는, 오징어는 까마귀를 즐겨 먹는 성질이 있어서 날마다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것을 보고 죽은 줄 알고 쪼으려 할 때에 발로 감아 잡아가지고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오적(烏賊)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했다.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라는 뜻이다.”

물속에서 노니는 오징어를 직접 보는듯한 실감나는 설명이다. 그런데 언제, 무슨 연유로 동해안 고록어가 오징어가 되고 서해안 오징어는 이름 앞에 ‘참’이나 ‘갑’을 붙여 부르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자산어보>는 동해안 오징어에 대해서는 분명히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큰 놈은 길이가 한 자 정도 되고, 모양은 오징어를 닮았는데 몸이 좀 더 길고 좁으며, 등판이 없고 뼈만 있다. 뼈는 종이장처럼 얇다. 이것이 등뼈이다. 빛깔은 붉으스름하고 먹을 가지고 있으며 맛은 약간 감미롭다”_하략-

반면에 갑오징어의 몸길이는 보통 30센티미터 정도이나 더 큰 놈도 있다. 그리고 등에는 작은 배 모양의 석회질로 구성된 뼈가 있는데, 이 점이 가느다랗고 종이처럼 얇은 뼈가 들어 있는 동해안 오징어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갑오징어 뼈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 효능이 있어 약이 귀했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상비약으로 비축해 두었었다.
보리가 익어갈 무렵 금강 하구 어장에서는 갑오징어가 지천이었다. 산란을 위해 하구 갯벌로 모여드는 것이다. 이 무렵에 갑오징어의 제맛을 느낄 수 있으며 미식가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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