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인의 이웃형제
귀농·귀촌인의 이웃형제
  • 한기수 칼럼위원
  • 승인 2015.06.08 17:11
  • 호수 7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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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수 칼럼위원
우리나라도 이제 도로가 잘 뚫려 자동차에 내비게이션만 켜놓으면 목적지를 알아서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그렇게 도로 사정이 좋다보니 전국 어느 곳을 찾아 가든지 전에 비해 시간도 많이 단축되고, 전국의 외진 곳에도 사람의 발길이 안 닿는 곳이 없다. 그러다보니 도로의 변화된 모습과 더불어 농촌의 풍경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변화 되었다. 거기에 요즘은 복잡한 도심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전원생활 속에서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귀농·귀촌인 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몇 년 전, 필자의 후배는 대기업의 치열한 경쟁구도의 체제에서 벗서나 자신이 늘 꿈꾸어왔던 퇴직 후, 인생 2막을 앞당겨 귀농을 선택했다. 후배는 인생 2막의 정착지를 찾느라 거의 2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경상북도의 산골마을에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 이사를 했다.

처음에는 꿈에 부풀어 늘 전화 목소리에도 생기가 돋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꿈과 희망은 서서히 희망사항이 되어갔고, 근심 섞인 이야기를 자주 했다. 이유인즉 도심에서의 생활과는 너무 차이가 많은 농촌에서의 생활보다는 그곳 주변 사람들과의 불화가 근본적 원인이 되었다.

그 후배는 도심에서 태어나 도심에서 자랐고, 도심에서 학교를 졸업했고, 도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모든 것이 전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으니 모든 것이 낯설고, 그곳 사람들과의 생각도 많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 4년을 지내다 결국 후배는 시간만 낭비하고 도심으로 다시 이사를 했다. 후배는 소위 말하는 원주민들의 텃세가 너무 심하다고 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할 때는 원주민들의 텃세보다는 후배 자신이 도심에서의 그간 적응해온 생각과 습관을 버리지 못한데 더 많은 원인이 있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늘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더 익숙해 있는 것 같다. 말 한마디라도 상대가 다정다감하게 하면 본인도 상대에게 잘하지만 조금만 서운하다 싶으면 어찌하는가? 본인은 상대를 더 서운하게 하지 않는가? 수십 년을 서로 다른 생활을 한 남끼리 만나서 짧은 시간에 어찌 마음에 꼭 들 수 있겠는가?

필자도 1년 전부터 고향을 자주 찾는데, 전에 내가 어렸을 때 성장하던 농촌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첫째 원인은 전에는 시골하면 같은 성씨를 가진 일가친척들이 집단촌을 이루고 살아온 동네가 많았고, 그러하지 않더라도 대대로 수십 년 수백 년을 같은 곳에서 살다보니 자연히 사돈의 팔촌이라도 인간관계의 끈을 이루고 살았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도심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있고, 농촌도 옛날처럼 벼농사에만 의존하지 않다보니 생활방식도 점점 도시화 되어가고 있다.

또한 도심에서 이사 온 사람들의 집을 보면 담이 있고, 대문이 걸어 잠겨있다. 농촌의 환경도 점점 도시화 되다보니 사람의 마음까지도 도시화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필자의 농촌 고향도 도심에서 귀농·귀촌한 집이 여럿 있는데, 고향을 올 때면 자주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닌 이웃끼리 다툼이다.

이유인즉 제일 많이 보는 것이 도심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 자신이 매입한 토지의 경계 때문에 이웃과 분쟁이 제일 많고, 토지 경계에 과실나무 가지고도 많은 다툼을 보았다. 심지어는 토지의 경계에다 바짝 나무를 심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사사건건 내 것, 네 것이 분명해야 하니 옛날처럼 지나가다 남의 밭에서 과실하나 맛보는 시절은 이제 상상도 못하고, 옛 추억으로 된지 오래 되었다.

“역지사지란” 말이 있다.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친척보다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이 이웃사촌보다 더 가까운 이웃 형제가 되지 않겠는가. 이웃 형제는 남이 먼저 내게 다가오길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이웃 형제가 되려고 진심으로 마음을 열 때,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귀농·귀촌생활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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