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
메르스 공포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5.06.22 17:56
  • 호수 7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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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째, 아침마다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의 체온을 체크하는 일이 주요업무가 되어있다. 오백 명이 넘는 학생들을 일일이 체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아직까지는 학교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TV와 신문, 인터넷 서두마다 메르스 관련 내용이 독차지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오늘 날짜(6월 18일)로 사망자가 23명, 확진자는 165명, 격리자가 6730명에 달한다고 한다. 메르스 감염자는 전국적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
메르스는 현대 의학이 초고속으로 발달하면서 불노불사(不老不死)를 꿈꾸던 인류에게 치명타를 안겨주고 있다. 그 이전에 사스나 에볼라, 신종 독감이 창궐하기도 했지만, 이번만큼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그들은 아마 이웃나라에서 겪은 바 있고, 기후변화 등이 발생하면 함께 사라진다는 선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생한 메르스는 언제, 어떻게 사라질 것이라는 비전이 없다. 그저 점차 확산된다는 소식에 전전긍긍할 뿐이다.
2013년 상영된 바 있는 김성수 감독의 ‘감기’는 당시에 그다지 큰 반향을 보이지 못했다. 아마 감기 정도로 한 도시가 격리되고, 곳곳에서 푹푹 쓰러진다는 것이 과장된 표현으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오랑시의 페스트도 소설이니까 정도로 독자들은 인식했을 것이다.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2005년에 개봉된 스티븐스필버그의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은 외계인들의 침범으로 인해 지구가 초토화되고,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인류를 극렬하게 대학살하던 외계인들이 한 순간에 멸종되어 버린다. 그들의 멸종은 지구가 갖고 있는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이번 메르스의 여파는 대한민국을 한 여름에 꽁꽁 얼려버리는 것 같다. 위치적으로 중동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이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감염 환자 수가 많은 나라가 되었다. 초동 대응에 실패하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보건 위생 대처의 후진국으로 낙인받게 되었다. 또한 외국인들이 관광 등의 목적으로 가장 기피하는 나라가 되었다. 국내적으로도 국민들의 움직임이 둔화되면서 관광업을 중심으로 한 관련 산업들이 작년 ‘세월호’ 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고 한다.
국민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문 밖 출입도 자제해야 한다는 측과 그저 독감의 하나일 뿐이니 크게 수선 피우지 말고 평상시처럼 활동하여야 한다는 측이다. 본인은 그 어느 하나에 손들어 줄 수는 없다고 본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지나친 공포의식을 자제할 필요성이 있으나 예방과 퇴치를 위해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지나치게 요란 피우지 말고, 솔직하고 침착하게 국민들을 다독이면서 대처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만 보아도 요사이 보건 선생님이 과로로 쓰러질 판국에 놓여 있다. 하루에 메르스 관련 공문이 십여 건에 이르고 있으며, 요구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때일수록 꼭 필요한 내용만 담긴 공문 발송과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간적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고위관리자들이 하나하나 자신이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렸으면 한다.
메르스 감염 바이러스는 단봉낙타와 박쥐의 접촉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박쥐의 은밀한 서식처가 파괴되면서 인간이 사는 공간 가까이 다가오게 되고, 낙타와의 접촉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만큼 메르스 감염 바이러스가 쉽게 창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감염 경로를 파악하게 된 만큼 바이러스 퇴치약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의 3학년 한 학생은 박쥐와의 접촉에서 감염이 비롯된 것을 일찍이 알 수 있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그 학생은 ‘에볼라’가 삼국시대 신라에서도 발생했었다는 말을 했다. 현재 정부처럼 문제 발생 시에 요란만 피우지 말고, 이런 학생들을 미리미리 잘 키우고 대처하는, 진정한 재난안전 대책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이번 메르스 감염 사태를 교훈으로 당장 발등의 불만 끄려는 근시안적 안목을 버리고, 미리미리 대비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보건정책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반성해 볼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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