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빗이끼벌레 수조에 넣었더니
큰빗이끼벌레 수조에 넣었더니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5.06.29 19:31
  • 호수 7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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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리 50마리, 절반이 죽었다”
초등학생 연구·관찰…과학전람회 출품

지난해 큰빗이끼벌레가 금강에 창궐했을 때 환경부는 “수질에 무해하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충남연구원은 “큰빗이끼벌레가 사멸하면서 용존산소를 고갈시키고 질소를 발생시켜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도 큰빗이끼벌레는 창궐하고 있다. 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올해에도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있다. 지난해에 종천저수지와 봉선지에서 큰빛이끼벌레가 발견됐었다. ‘푸른서천21’ 홍성민 사무국장은 “올해에도 신성리 양수장 부근 원산천 하류에서 큰빛이끼벌레가 발견되고 있으며 금강호 안에 많이 서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큰빗이끼벌레를 연구해서 대전과학전람회에 출품, 장려상을 받은 두 학생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과학적으로 정밀한 데이터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환경부와 충남연구원 중 어느 쪽의 말이 진실에 가까운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실험 결론은

“큰빗이끼벌레 수조에 넣은 송사리 50마리, 절반이 죽었다.”

로 압축된다.

▲ (좌) 대전탄방중학교 1학년 14반 채민성 학생과 (우) 대전탄방중학교 1학년 2반 김서현 학생.

이 두 학생은 올해 중학생이 된 김서현(14), 채민성(14)군이다. 금강을 오르내리며 큰빗이끼벌레에 대해 취재를 해온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가 최근 이들을 만나보았다. 다음은  대전충청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학생(충남대 영재원)과 서현 학생 어머니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어떤 이유로 큰빗이끼벌레에 관심을 가졌나?
= 민성 : 작년에 큰빗이끼벌레가 화제였다. 서현이와 함께 김종술 기자님의 기사를 읽었는데 벌레가 생각보다 많이 번성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돼서 연구를 시작했다. 부모님과 상의해서 전람회에 출품하기로 결심하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다.
= 서현 : 큰빗이끼벌레를 포털뉴스로 검색해보았다. 100여 건이 넘는 기사가 있었다. 심각한 문제라 생각돼 민성이와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오는 7월에 미국에 가는데 호수나 강에 큰빗이끼벌레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 아이들이 큰빗이끼벌레 연구하겠다고 어머니에게 말했을 때 어떠셨는지?  
= 서현 어머니 : "전람회에 출품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혹스러웠다.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직접 채집하고 관찰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기에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4대강 사업은 정치적으로도 민감하기에 연구진들이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했기에 그냥 내버려 두었다.
서현 : 직접 채집하러 갔을 때 생각보다 깊은 곳에 서식하고 있어서 어려웠다. 금강에서 한 번 실패했고 대청호에서 어렵게 채집했다. 싱싱하지 않았지만 집에 가져와서 비닐장갑을 끼고 만져보고 무게도 쟀다. 우리 집(서현이네) 베란다에서 하나는 스티로폼 박스에 썩게 두고, 다른 하나는 채집통에 썩게 둬 변수를 두고 관찰했다.

- 이끼벌레를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 민성 : 악취가 나서 견디기 힘들었다. 썩은 하수구 냄새, 구역질이 났다. 그래도 마스크 쓰고 실험했다. 큰빗이끼벌레를 잘라 질량을 다르게 해서 관찰을 했는데, 나무나 다른 이물질들이 있어 눈으로 보는 것도 힘들었다.
= 서현 :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 마스크를 써도 힘들었다. 제일 처음에 만졌을 때에는 젤리나 휴지 조각을 물에 적신 느낌, 클레이 반죽이 많이 묽어졌을 때의 느낌이었다. 호기심에 손으로 눌러봤다.
- 에피소드가 있다면?
= 민성 : 분류한 다음에 여러 가지 측정을 했다. 처음에 가져왔던 이끼벌레를 많이 찍었다. 현미경과 노트북을 연결해서 사진을 찍었다. 용존산소(DO), 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BOD)를 재는데 우리가 구매할 수 있는 정도의 키트를 사서 실험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 변수를 달리해서 실험을 했는데 결과가 다르게 나와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 지난 23일 한산면 신성리 원산천 하류에서 발견된 큰빛이끼벌레
- 산소를 넣은 것과 안 넣은 것의 차이는?
= 서현 : 아예 자라지 않고 다 죽었다. 물을 갈아주다가 온도가 너무 낮아져서(12~1월경 실험) 죽은 것 같다. 살리기 위해 담요도 덮고 물의 온도를 올리기 위한 전기 기기도 설치했으나 온도가 올라가지 않았다. 아무 것도 안 했던 것은 녹조가 많이 끼었고, 나머지 수조의 물은 맑았다. 금강에서 채집에 실패해 녹색연합 김성중 간사님의 조언을 받았다. 깊은 물 속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다. 10월 말(24일경)에 처음 채집했고 2, 3번 반복했다. 베란다에서 이끼벌레, 송사리, 물풀을 수조에 함께 넣고 키웠다. 현재 이끼벌레는 모두 사라지고 수조에 있던 송사리 10여 마리를 집에서 키우고 있다. 수조 13개에 송사리를 50마리 넣고 키웠다. 반도 안 되는 수만 살아남았다. 정화하는 물질(EM, 레몬즙, 피트모스 등)을 넣었는데 얼마나 넣어야할지 몰라서 살리기 힘들었던 것 같다."
= 민성 : 서현이가 EM 관련한 발표를 한 적이 있어서 정화하기 위한 물질도 사용했다. 장기적인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단기적으로도 효과가 없었다.

- 연구를 하면서 새롭게 얻은 것이 있다면?
= 민성 : 큰빗이끼벌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금강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관심을 가졌다. 큰빗이끼벌레를 직접 보면서 '이런 생명체도 있구나' 생각했다.
서현 : 대전교육과학전람회에 출품하면서 과학용어를 많이 알게 되었다. 큰빗이끼벌레가 존재를 안 것만으로도 의미있다. 과학이란, 새로운 것을 알면서 배워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 강이 썩고 이끼벌레가 생겼다.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민성 : 이미 큰빗이끼벌레가 강에서 서식하고 있기에 바로 죽일 수도 없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큰빗이끼벌레의 존재를 알았으면 좋겠다. 직접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환경정화 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보호하는 활동 등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뉴스서천>은 <오마이뉴스>와 기사연대를 맺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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