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상급식을 통해 바라본 복지논쟁
[기고]무상급식을 통해 바라본 복지논쟁
  • 한경석
  • 승인 2015.07.06 15:21
  • 호수 7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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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석씨
선별적 복지의 개념은 소득이나 재산을 기준으로 가난한 사람을 판별하고 이 집단에게 복지자원을 집중 공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한정된 자원을 모두에게 나눠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되어 왔다.

반면 선별적 복지를 공여 받는 사람은 모욕감을 갖게 되고 이는 사회적 권리를 훼손하는 것이라 비판받는 측면이 있다. 이에 반해 보편적 복지는, 복지를 모든 시민의 권리로 인정하고 소득이나 재산 기준과는 무관하게 복지를 제공하는 원리다. 이 방식은 인권보장이 용이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재원의 능력이 충분한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바, 최근의 무상급식 논쟁에서도 이런 비판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선별주의와 보편주의를 이렇게 상반되는 원리로 이해하면 두 할당 원리는 서로 대척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보편적 복지를 갖춘 국가에서는 이러한 이분법이 낡은 논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가령 모든 사람에게 복지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사회적 욕구가 더 큰 가난한 사람에게는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는 이론이다. 때문에 많은 복지국가에서 보편적 복지를 제공하되 욕구가 더 큰 취약계층에게 더 큰 자원이 배분되는 선별적 원리를 결합하는 것으로 일부에서는 ‘진보적 보편주의’라 부르기도 한다.

선별주의와 보편주의 원리 중 어떤 방식이 한국 사회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필자는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가 우리 사회의 더 중요한 복지배분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 그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복지를 확대해 온 국민이 공평하게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적 사회 구조가 이렇게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평하게 일하고 공평하게 나누는 이상사회를 부르짖으며 건설된 공산주의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이 단적인 반증이라 하겠다.개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역량이 각기 다른 시장자본주의 체제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일률적인 잣대로 복지를 공여하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위험하고 형평성에 어긋나는지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부유와 빈곤이 상존하고 있는 현실에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한 복지혜택을 공여할 수 있겠는가? 복지사회라 함은 사회 구성원의 복지가 형평성 있게 증진되고 보장되는 사회를 일컫는다. 즉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지만 여전히 빈곤하고 사회적 약자로 머물고 있는 취약계층에 가점을 더하는 선별적이고 차별적인 복지혜택을 공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재원조달이다. 세금 회피나 저항을 하지 않고 복지 재원을 위한 세금인상에 순응하는 국민과 기업이 얼마나 될까.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등을 인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 보듯 뻔하다. 참고로 2013년 우리나라의 GDP대비 소득세 징수액 비율은 3.8%에 지나지 않으며, OECD는 8.4%에 이르고 있다. 즉 서구 사회와 같은 복지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보다도 두 배가 훨씬 넘을지 모르는 엄청난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방식에는 각각의 일장일단과 특성이 있다 하겠다. 요는 운영방법과 투명성에 있다고 본다. 무상급식에서 촉발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어느 쪽으로 무게를 둘지 앞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오늘날 서구 유럽을 두고 “복지의 확대가 성장을 주도하는 시민주의 국가”라고 단정 짓기에는 극히 위험한 논리라는 것은 이태리, 스페인, 그리스 등의 사례를 통해 전 세계가 직시하고 있지 않은가?

스웨덴, 노르웨이 등 사회보장제도가 앞서있는 복지국가의 고민도 재정이 고갈되어가고 있어 이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세원을 늘려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명약관화한 일이며, 우리나라의 현실은 더더욱 그렇다.보편적 복지 옹호론자들은 자원외교, 4대강, 방위사업 등을 통해 탕진한 엄청난 국고 중 일부만이라도 할애하면 무상급식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패한 정책을 통한 혈세의 낭비는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의 탕진과 복지사업 재원과 상관관계를 지으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천문학적 금액이기는 하지만 한정적 사업이고, 반면 복지사업은 세대를 이어 계속 이어질 사업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바라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는 재정, 즉 세원부터 넓혀야 한다. 날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천문학적 국가부채를 도외시한 채 확보된 재원 없이 추진하는 인기 영합적 보편적 복지의 치중은 허구에 지나지 않으며, 훗날 엄청난 폐해를 낳을 것이 뻔하다.

“의무교육 체제에서는 의무급식을 해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론자의 주장은 ”급식은 의무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2012년 헌법재판소 판례에도 어긋난다. 이 판례는 선택적 복지에 대한 확고한 나의 신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우리나라의 무상급식, 더 나아가 보편적 복지의 전면 시행은 시기상조이며, 그 이유는 복지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과 경제적 상황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잘못된 사회복지 정책에 치중하다가 나락의 길로 빠져들고 있는 일부 서구사회의 추락을 ‘반면교사’로 삼아 진짜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게 힘이 되어주는 선별적인 복지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제도권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생활이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위해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입안과 공정한 실행으로 고통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소중한 목숨을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랑의열매나눔봉사단 서천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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