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부모, 살기 바쁜 자식
외로운 부모, 살기 바쁜 자식
  • 양선숙 칼럼위원
  • 승인 2015.09.14 14:42
  • 호수 7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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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이야기
박햇님(가명)씨 어머니는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혼자 사시다 몸이 쇠약해져 요양원에서 몇 달을 생활하셨다. 햇님씨 남편은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님이 자신들과 살고 싶어 하셨지만 방 두 칸 좁은 집에 아버지를 모실 수 없어 요양병원에서 하늘나라로 보낸 아픔이 있다. 남편이 햇님씨에게 장모님을 모시자고 선뜻 손을 내밀어 집으로 모시고 왔다. 햇님씨네는 맞벌이 부부다. 일을 하는 낮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입어 요양보호사가 돌봐주고 저녁에는 온 가족이 식사하고 어머니를 부축해 아파트 앞 공원을 산책하기도 했다.

퇴근한 햇님씨는 직장일로 힘들었지만 친정어머니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고마운 남편을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가사에 공을 들였다. 새로운 생활에 서로를 맞춰가던 중 친정어머니는 시골 본가에 가고 싶다고 하셨고 점점 심해져 매일매일 보내달라고 성화셨다. 항상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어머니는 어떤 설득과 타협도 소용없이 오매불망 시골집을 그리워하셨다.

어머니의 보챔이 너무 심해 딸과 사위는 자신의 집이 불편해서 그런가 싶어 다시 요양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요양원에 어머니를 내려놓고 돌아서는데 어머니가 어린 아이 마냥 땅바닥에 주저앉아 집으로 보내달라며 엉엉 우셨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독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집으로 오는 길, 차를 세워놓고 햇님씨와 남편은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햇님씨는 요즘 재미있는 것도, 맛있는 것도 없다. 친정 엄마 생각에, 일을 그만두고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시골집에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 없는 자신의 형편 때문에 기쁜 일이 하나도 없다.

◇두 번째 이야기
한태양(가명)님의 어머님이 89세로 소천하셨다. 홀로 남으신 87세의 아버님께 자신의 집으로 이사해 함께 살자고 말씀드렸지만 아버지는 괜찮다며 시골에서 혼자 사시겠다고 하셨다. 며느리가 일주일에 한 번씩 먼 거리 밑반찬을 공수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세 번째 이야기
김달님(가명)씨는 육자매의 막내이다. 83세의 친정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충북 영동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혼자 사는 언니와 서울에서 산다. 언니는 야간에 일을 한다. 어머니는 낮에는 딸이 깰까봐 조심스럽고, 초저녁부터 일찍 자리를 펴고 홀로 밤을 맞이한다. 친구도 없이 텔레비전만 쳐다보시는 어머니는 뉴스에서 전해주는 사건사고에 민감하시다. 수시로 딸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는데 연락이 닿지 않을 때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온 자매에게 비상이 걸린다.

그런 어머니가 안쓰러워 지방에 사는 달님씨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오고 싶다고 하자 착한 달님씨 남편은 더 늦으면 후회할지 모른다며 흔쾌히 승낙을 했다. 달님씨는 사위와 장모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어머니집을 따로 구해 어머니를 모실 계획이다.

◇나의 이야기
내게도 양가 부모님이 살아계신다. 아직까지는 스스로의 힘으로 살고 계시지만, 건강이 여의치 않게 되면 자식의 손길이 필요하게 된다. 위에 소개한 나의 지인들의 고민을 미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식들의 삶의 자리에 부모님이 들어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 자식의 삶으로 들어오는 것이 부모님들 입장에서도 힘든 일이다. 부모라는 이름 때문에 자신을 포기하고 자식을 키운 그 헌신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부모의 삶의 터전에 내가 들어가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려면 생각의 전환과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내게 주문을 건다. 내 삶의 형태를 바꿔도 세상(생활)은 잘 돌아간다고, 부모님과 함께 하는 삶도 충분히 행복할 거라고. 하쿠나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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