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품종에 미친 늦깎이 사과 농부
옛날 품종에 미친 늦깎이 사과 농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5.09.29 13:08
  • 호수 7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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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로 사과 재배하다

▲ 바닷물로 사과 재배하는 나우열씨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따먹은 과일이 사과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약 성경에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 즉 선악과(the fruit of the Tree of knowledge of good and evil)라고 쓰여 있지 어떤 나무인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정체 불명의 그 나무 열매가 사과(apple)가 된 것은 영어에서나 독일어에서나 사과라는 말이 본래는 나무 열매를 뜻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사과와 함께 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스위스에서는 4천년 전 유럽 원주민의 유적에서 탄화된 사과가 발굴되기도 했는데 고고학자들은 이를 사과가 재배됐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미과 사과속으로 분류되는 사과는 현재 북반구 전역에 광범하게 분포되어 있는데 현재 우리가 먹는 사과와 직접 연결되는 사과의 원산지는 카프카스 산맥 일대라는 설이 유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재래종 사과인 능금을 재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 중엽에 쓴 책 <계림유사>에 ‘임금(林檎)’으로 표기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 홍만선이 저술한 <산림경제>는 사과재배법을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땅에서 오래 재배돼온 사과의 종은 현재 단절돼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품종 개량 때문이다. 19세기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사과의 품종 개량이 이루어졌는데 19세기를 기준으로 그 이전의 사과와 이후의 사과로 확연히 갈라진다고 한다. 이러한 개량종이 이 땅에 들어온 것은 1884년경부터 선교사들이 몇 그루씩 사과나무를 들여와 심은 것이 처음이었다.

이후 농약이 사용되면서 사과의 품종개량은 더욱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 이전에는 품종개량을 했더라도 병충해를 이기는 몇몇 종만 살아남았는데 농약을 사용하면서부터 병충해에 약하지만 크고 단맛을 내는 품종으로 개량이 진행됐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사과는 농약을 토대로 개량된 품종이다.
마서면 남전리에 사는 나우열씨는 5년 전 취미로 100여주의 사과나무를 재배를 시작했다. 그는 1910년대에 개발된 종인 홍옥을 고집하고 있다. 자두 정도 크기의 작은 야생종도 있다. 재배 역사가 긴 이 품종들은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과는 바다에서 8km 밖에 심어야 한다는 게 교과서적 상식이다. 그러나 나씨는 바닷가에서 가까운 이웃 동네에서 사과나무 몇 그루가 잘되는 것을 보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비인면에서는 ‘해풍사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전남 무안에서는 양파 재배에 바닷물을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양파 외에도 바닷물에 잘 견디는 작물에는 마늘과 토마토, 고구마 등이 있다고 한다.

바닷물에는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갖가지 미량 원소들이 들어있다. 많은 사과 농가에서 칼슘이 든 비료를 주고 있지 않는가. 그는 바닷물을 길어다 사과나무에 뿌려보기로 하고 이를 시행에 옮겨 올해에는 나름대로 터득한 ‘바닷물 농법’으로 큰 수확을 거두었다. 사과는 입냄새 제거에 효과가 크고 껍질째 먹는 이 사과에 나씨는 ‘키스사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 야생종 사과
그는 바닷물을 이용하면 저장성이 좋아지고 해충이 감소하며 풍부한 영양을 함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도도 15브릭스 이상으로 높아진다. 그렇다고 사과 맛이 짜지는 않다.
바닷물은 길어다 1주일 정도 가라앉힌 다음 물을 10배 이상 희석해서 사용하는데 점점 바닷물의 농도를 높인다고 한다. 이러한 바닷물을 진딧물 등 충해가 심한 7~8월에 엽면에 살포한다. 이 덕분에 그는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힘닿는 대로 500주까지 늘릴 계획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서천군이 새로운 농법의 사과재배 원조로 떠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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