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사랑으로 치료해요
치매! 사랑으로 치료해요
  • 최현옥
  • 승인 2003.06.13 00:00
  • 호수 1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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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기 쉬운 치매 나교수는 사랑과 마음의 평화가 치료법이라 말한다
매주 금요일 서울 삼성의료원에 개설된 ‘기억장애 클리닉’에서는 초진환자 한 명에 의사 10여명이 3시간에 걸쳐 치료를 한다. 지난 94년 치매환자 치료를 위해 나덕렬교수(47)가 미국에서 도입한 이 방식은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하도록 돕고 있으며 전국의 신경과 및 정신과 전공의, 심리학과 학생들의 학습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은 환자를 사랑과 이해로 대하며 그들이 마음에 평화를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서천 마서 출신으로 현재 치매분야 최고로 꼽히고 있는 나교수는 “치매환자들은 자신의 제한된 뇌세포를 갖고 스스로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환자에 대한 인정과 이해를 일순위로 꼽는다.
치매에 걸리면 보통 기억을 하지 못하고 의사표현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방향감각과 계산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또 우울, 불안, 초조, 수면장애 타인을 의심하는 증상, 공격적 행동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가족들이 환자를 책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강요하기보다 이해와 사랑으로 그들을 도우라고 경고한다.
또 치매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는 병이 아닌 일상의 연장선에서 나타나는 질병이며 증상도 평소 그 사람의 행동과 의식을 그대로 반영한다며 마음의 평화를 갖고 살아가길 권하다.
이처럼 나교수는 환자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의사로 통한다. 아침 7시부터 회진을 하고 원거리에서 오는 환자들을 위해 8시에 진료를 시작하는 나교수는 환자들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쁜 일정으로 자신도 가끔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지만 눈을 감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는 나교수는 서남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 서울로 전학을 갔다. 가난한 학창시절을 보내며 그는 남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서울대 의대에 진학, 1학년 때 신경생리학을 배우며 신경계에 흥미를 느낀다. 그후 인간의 기억력, 언어능력, 방향감각 등 인지기능에 관심을 가지며 치매분야를 전공했다.
그동안 ‘정상인과 뇌 손상 환자에서의 인지기능’,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무시증후군의 진단과 치료’ 등 다양한 연구와 검사도구를 개발한 나교수는 국내 신경과에서는 처음으로 행동신경학 분석과 언어치료를 치매 환자에 적용, 치료수준을 한단계 높여 놓았으며 치매가족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해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새로운 분야에 개척정신으로 도전하며 해외잡지에 4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현재 성균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나교수는 치매의 종류는 50여가지가 되지만 알쯔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농촌지역에서는 특히 알코올성 치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금주를 요구했다.
치매는 평상시 습관으로 질병을 예방 할 수 있는데 이에 설탕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걷기 운동을 권장한다. 그러나 이것에 앞서 욕심을 버리고 마음의 화평을 갖기를 권한다.
“오랜 시간 치매의 원인을 분석하며 현대인의 삶이 갈수록 고통스러워 지는 원리와 치매가 발생하는 원리의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는 나교수는 자신이 처한 환경 속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가며 마음의 안정을 갖기를 바랬다.
치매환자의 약 10%는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해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는 나교수는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가족회의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자칫 치매환자 때문에 가족 사이에 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한국사회에서는 보호시설이나 입원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부모를 버린다는 자책이나 주위 시선 때문에 꺼리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재활프로그램은 오히려 환자에게 득이 된다고 말했다.
치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3백50만명 중 8.3%인 30만명 정도가 환자로 추정되고 있으며 불치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치매, 사랑과 이해 그리고 마음의 화평이 치료약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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