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성인문해백일장 수상작 소개
■특집/성인문해백일장 수상작 소개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5.11.23 14:18
  • 호수 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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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1일 서천군청소년문화센터 열린마당에서 서천군문해교사협의회가 주관한 ‘제4회 서천군 성인문해학습축제’가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앞서 오전에 성인문해백일장이 열렸습니다. 이날 백일장에서 대상과, 금상, 은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 대상

문해교실

김옥선(74세)

 자전거 타고 학교 가는 길은 기분이 좋다. 길가의 꽃들도 방긋 웃으며 공부 잘 하고 오라고 한다.
  70이 넘어 글공부 한다는 게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학교에 가면 언니도 있고 동생들도 보고 참 재미있다.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받아쓰기 할 때는 애 낳기보다 어려워도, 이름도 쓸 줄 몰라 바보같이 살 때를 생각하면 나는 지금 행복하다.
  나를 배우게 해 주신 우리나라 대한민국, 군수님, 그리고 선생님 모두 고맙습니다.

 

◆금상

우리 아버지

이태수(68세)

  해마다 추석이 돌아오면 우리 아버지 기억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1910년에 충청남도에서 태어나셨다. 1940년에 모집으로 일본 사람들이 아버지를 사할린으로 보냈다. 사할린에서 산판에서 나무를 베었다. 그 나무를 말판에다 실어서 끌어내었다. 그런데 사할린은 너무 추웠다. 여름에는 비가 자주 오고, 겨울에는 눈이 2미터까지 쏟아지고 바람이 쌀쌀하게 불었다. 아버지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렇게 힘이 들어도 아버지께서 우리를 많이 사랑하셨다. 노동임금을 타면 우리한테 꼭 사과하고 소시지를 박스로 사 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고향 생각이 나서 슬피 우셨다. 그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많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1967년에 아버지가 감기를 심하게 앓아서 돌아가셨다. 그리운 고향도 못 보시고 환갑까지도 못 사시고 돌아가셨다.
  그런 아버지의 소원이 나한테 돌아왔다. 2010년에 내가 남편하고 같이 사할린에서 영주 귀국하여 아버지 대신 아버지의 고향인 충청남도 서천으로 왔다. 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매일 아버지의 고향에 살면서 아버지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가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충청남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은상

우리 아버지

구순예(77세)

  아버지 하면 시아버지 생각이 난다. 시집살이 많이 시켰는데 삼년을 두고 “나는 너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사랑해주셨다. 날마다 비가 오나 눈이 와도 길산 양조장에 가서 술을 사고 술안주도 꼭 만들어서 대접하고 누가 그렇게 할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시면서 많이 사랑해 주셨다. 그리고 15일 편찮으시더니 4월 20일에 돌아가셔서 제사를 모신다.

  아버지 하면 친정아버지 생각이 난다. 우리 아버지는 시초면 신곡리에서 태어나시고 이름은 구 병자 소자이시고 일제 시대에 일본 모집을 끌려가서 고생도 많이 하시고 8.15 해방이 되어서 집에 오시는데 신기하게도 그 날이 아버지 생신날이었다.

  큰 항아리에 술을 담가서 동네 어르신들 모두 다 오셔서 풍물치고 술 드셔 가면서 춤도 추고 참 신나게 잘들 노셨다. 나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사과를 사 가지고 오셔서 그렇게 좋아 두 손에 사과를 들고 어른들 노시는 걸 구경하는데 집안 언니가 너는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언니도 하나 먹어가면서 같이 먹었다. 나는 정말로 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는데 동네 친구들이 학교를 안 다녀서 공부 취미가 없었다. 그래서 3학년을 다니다가 그냥 말았다. 국민 학교라도 졸업을 해야 한다고 다시 3학년으로 다녔다. 그래서 잘 다니는데 4학년 1학기 때쯤 6.25 난리가 났다.
  그런데 하루는 개가 지나가는데 총을 쏘아서 개창자가 디룽디룽 거리면서 걸어가는 걸 본 나는 벌벌 떨고만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무섭다. 그러다보니 또 20일이 넘었다. 그래서 또 학교를 못 갔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내가 너무 잘못 생각했다. 바보였는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한이 서리다.

  이제라도 잘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으련만 나는 너무 생각을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공부를 한다고 하니 너무 행복하다. 선생님이 자세하게 가르쳐 주시는데 너무 고맙고 너무 행복한 것 같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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