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 마음을 담아요
친정어머니 마음을 담아요
  • 최현옥
  • 승인 2003.06.20 00:00
  • 호수 1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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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함과 화려함을 더하는 주씨의 폐백음식은 예술작품으로 승화된다.
봉황을 상징하는 닭, 자손번창을 기원하는 대추·밤, 쇠고기의 홍두깻살 부위로 정성껏 말려 만든 육포, 아홉가지 안주로 구성된 구절판과 곶감·오징어 오림 그리고 술.
결혼식을 마치고 신부가 신랑의 가족을 정식으로 대면해 예를 올리는 폐백음식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화려한 색과 세심한 모양으로 정성이 느껴진다.
음식을 쌌던 보자기 역시 음·양의 조화로 겹보에 싸서 묶지 않고 네귀를 모아 근봉이라고 쓴 간지로 도려 말아 존경과 축하를 뜻하고 일이 순조롭게 풀리라는 배려가 담겨있다.
“시가에 처음 보내는 음식인데 행여 흠이라도 잡히면 어떻게 해요. 음식을 만들 때마다 마치 내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으로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10여 년째 폐백음식을 만드는 주경자(55·서천군 군사리)씨는 음식에 정성을 다하며 지역에서 모든 신부의 친정어머니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변형시킨 그녀만의 독특한 폐백음식은 화려함은 물론 정갈함과 정성이 묻어나 호평을 받는다.
혼례를 앞둔 집의 음식장만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폐백음식을 배우게 되었다는 주씨는 눈썰미와 손재주가 뛰어나 한번 본 폐백음식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그녀가 만들어낸 음식을 본 시댁에서는 친정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그녀의 솜씨가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주문 문의도 들어왔다.
“항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그녀는 폐백이 지방마다 차이가 많고 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므로 지역 특산물을 주로 이용한다.
폐백음식의 꽃인 폐백닭은 좌·우측에 밤과 대추를 쌓아 자손의 번창을 의미하고 달걀 지단으로 꽃을 만들어 3정승, 은행은 임금을 상징하는 등 최고를 추구한다.
술안주로 넣는 구절판도 곶감, 오징어 등 그녀가 손수 모양을 만들며 곶감은 꽃을 연상하도록 오림으로 음식의 차원을 넘어 예술작품으로 승화하고 있다.
또 홍어, 조기, 게 등 각 지역에서 유명한 특산품을 조리해 아들·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음식을 장만하고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천연색소를 이용한다.
재료선정에서부터 꼼꼼함을 자랑하며 음식을 만들기 전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주씨는 폐백음식 주문 양에 따라 적게는 이틀에서 많게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
“맛은 물론이고 눈으로 평가받는 폐백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주씨는 서적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있으며 몇 해전에는 음식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위해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의 음식에 대한 정열과 노력이 지역뿐만 아니라 외지에 알려지면서 공주, 대천, 군산 등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으며 종종 전화로 음식 만드는 방법을 물어오기도 한다.
“항상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음식을 만들고 있어 아직 크게 실수한 경험은 없다”는 주씨는 폐백음식 뿐만 아니라 약재와 쌀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음식에도 관심이 많아 강연이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지역에서 치러지는 음식관련 경진대회에 참석해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쌀을 이용한 꽃떡은 쌀 소비를 촉진하고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웠다는 평을 받았다.
“옛 음식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숨어 있어 고전을 살리면서 현대인의 입맛에 맞도록 응용하고 싶다”는 주씨는 부업을 위해 폐백을 배우고 싶은 주부들을 위해 강연도 하고 싶다.
축복과 감사 그리고 예가 담겨있는 폐백음식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하고 있는 주씨는 친정어머니의 마음으로 페백음식에 사랑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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