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오염 후유증, “살아갈 길 막막하다”
2007년 5월 장항제련소로 인한 중금속 오염 실태가 드러나면서 마을의 운명은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주민들 이주 정책을 폈다. 주민들은 마을을 떠났고 가옥은 철거됐다. 현재 오염토지 정화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모래터에 10가구가 남아있다. 이들은 대부분 세입자들이거나 대지가 산림청 소유이기 때문에 토지 보상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지난 23일 뉴스서천 취재팀이 모래터를 찾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송림리 사람들은 다덜 잘 살게 되얏다는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들은 같은 오염토지 구역이지만 마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이주 단지를 조성하고 최근 입주한 송림리 마을에 대해 말하며 소외감과 상실감을 표현했다.
김 아무개씨(여)는 이곳에서 장사를 하며 산지 23년이 됐다. 무허가여서 보상도 없다. 현재 투병 중이어서 장사도 하지 못하고 있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62세의 이 아무개씨(여)는 갯일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잇고 있다. 이들은 한사코 이름을 밝히는 것을 꺼렸으며 사진 찍는 것도 거부했다.
이 마을 주민들 대부분 앞으로의 생계 대책이 없다. 오지로 나가 이만한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없다. 이씨의 유일한 바람은 이곳에서 2, 3년만이라도 이대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모래터 10여가호 주민들 대부분은 70~80대의 여성 독거노인들이다. 최고령자는 88세의 할머니이다. 고령에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이웃집에서 아침저녁으로 찾아가본다고 한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도 거리가 멀어 가볼 엄두도 안난다. 이들끼리 모여 일상을 얘기하고 함께 음식도 나누며 서로 위로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도시로 나간 아들딸이 있는 집도 있지만 다들 도시로 가서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군에서는 노인복지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곳은 ‘복지의 사각지대’이다. 연말연시가 되면 이웃돕기 성금, 물품들이 넘쳐나지만 이 마을에는 라면 한 박스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전에는 보건소에서 출장을 나와 노인들 건강상태도 살펴보고 했는데 작년부터는 이마저 없어졌다.
재개발 붐이 일고 있는 장암리 바닷가 마을 모래터, 주민 14명은 어떠한 미래도 기약할 수 없는 처지이며 아무도 이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상 기후로 푸근한 겨울이지만 모래터 마을에 부는 갯바람은 주민들에게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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