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사랑의 울타리
가족은 사랑의 울타리
  • 최현옥
  • 승인 2003.06.27 00:00
  • 호수 1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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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해진 현대사회 김시가 보여주는 가족애는 한편의 드라마
“지난해 3월… 어머니는 끝내 이승의 끊을 놓고 말았어요”
마치 구두시험이라도 보듯 더듬더듬 이야기를 꺼내는 김영희(33·서천읍 둔덕리)씨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실감나지 않고 멀리 여행을 떠난 듯 하다.
3년전 폐암선고를 받은 시어머니를 극진히 간호, 병원 직원들에게도 귀감이 돼 화제였던 김씨는 마치 자신의 정성이 부족해 어머니가 일찍 떠나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관련보도 108호)
시어머니를 보내고 그녀의 일상이 크게 변한 것은 없지만 항상 옆에서 친구처럼 연인처럼 때론 남편보다 자신에게 애정을 쏟아주며 인생의 길라잡이였던 어머니의 자리는 크기만 하다 .
어렵다는 시아버님, 시숙 그리고 조카들까지 도맡으며 얼굴한번 찡그릴 줄 몰랐던 그녀. 남편이 형제들 중에 막내였지만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 꼭 서열상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녀도 분가해서 신혼의 행복도 느끼고 싶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부모님과 함께 살며 얻은 것이 더 많다.
처녀시절 친정어머니가 가족에게 희생하며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모습에 자신은 그런 삶을 택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 역시 한 가정의 며느리, 부인, 엄마라는 입장에서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는 모든 것이 용납 됐다.
그녀의 일과는 6시 30분에 시작된다. 출근하는 남편과 등교준비에 바쁜 4명의 아이들, 중풍으로 10년째 누워있는 시아버지까지 식사를 챙기고 빨래, 청소 등 가사 일을 하다보면 자신의 식사도 잊고 시간은 정오를 향해간다.
“시아버님과 커피타임을 갖으며 작은 휴식을 찾는다”는 김씨는 “이불을 빨려고 하는 데 아버님이 어머님이 꿰맨 거 라며 뜯지 말라고 말할 때 가슴이 아팠다”며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되도록 외출도 삼가고 세면과 대·소변 등 아버지를 간호하는 그녀는 지역에서 젊은 새댁 같지 않은 면모에 효부소리를 듣고 있다.
“우리 며느리 같은 사람은 하늘이 점지한 것이다”는 시아버지 김태준씨(88)는 항상 남의 집 귀한 딸을 대려다가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하다.
남편 김용진(37)씨는 부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가끔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는 하루종일 집안일과 씨름했을 부인을 위해 부부동반 외출을 하는 등 부인의 짐을 나눠지고 있다.
“조카들이 있어 오히려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다”는 김씨는 현구(11)와 서현(9)이가 너무 속 깊은 아이들이라 걱정이다. 그녀가 시아버지 간호하는 것이 힘들다며 집안 일을 도와주고 동생 원구와 고은이도 곧잘 돌보기 때문.
“친자식과 똑같이 대하고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대화로 풀어간다”는 김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변변한 학원한번 보내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가족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인생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김씨는 “가족은 서로에게 울타리로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다”고 말했다.
“버스를 타고 어머니 묘 앞을 지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편지를 쓴다”는 김씨는 “우리가족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어머니의 보살핌 덕이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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