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알파고, 인공지능에 대한 학습효과 -정해용 칼럼위원
[모시장터] 알파고, 인공지능에 대한 학습효과 -정해용 칼럼위원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16.03.21 11:41
  • 호수 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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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는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바둑 실력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알파고는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 중 최강이다. 이세돌은 세계 정상급의 바둑기사. 알파고를 개발한 인터넷 기업 구글이 알파고의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 성사된 대국이다.

이세돌은 ‘컴퓨터에게 질 리가 없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가볍게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과는 잘 알다시피 4대 1, 알파고의 압승이다. 완벽한 인공지능이었다. 그래도 인간이 한 번을 이겼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컴퓨터도 일종의 기계다.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기계가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경우는 이미 흔하다. 사람이 베틀에 앉아 천을 짜는 것보다 방직기계는 훨씬 더 빠르고 섬세하게 천을 짜내며, 사람이 지게를 지고 짐을 나르는 것보다 트럭은 비교도 할 수 없이 많고 무거운 짐을 훨씬 더 빠르게 운반한다. 무거운 돌을 들어 옮기는 데는 인간보다 포크레인이나 기중기가 훨씬 더 유능하며, 아무리 우수한 계산원보다 1만원 짜리 계산기의 계산 속도는 더 빠르다. 지폐를 세는 속도, 그림을 그리는 속도, 밭을 갈거나 벼를 베고 모를 심는 속도 역시 인간은 기계를 따라갈 수 없다. 바둑 기계 알파고가 프로기사처럼 바둑을 잘 둔다는 것은 전혀 이상할 일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기계를 이미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인간이 알파고의 등장에 놀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의 기계들이 주로 물리적 작업에서 인간을 ‘돕는’ 수준으로 이용되는 데 비해, 알파고는 ‘머리를 쓰는’ 일에서 인간을 능가했다는 차이점 때문이다.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만은 인간을 쉽게 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었다. 고정관념이 깨질 때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여기에도 사람들의 오해가 있다. ‘생각하는 기계’ 역시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계산기라는 것은 숫자들의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을 더하거나 빼고 나누는 ‘연산’을 하는 기계다. 이해나 판단 같은 것은 이미 ‘생각’의 영역이다. 전기 주전자에서 일정 온도가 되면 전원이 끊어지게 만드는 간단한 장치부터, 냉난방 센서, 프로그램에 따라 일정한 온도나 시간, 일정한 숫자를 감지하여 사람에게 경보를 보내주거나 전원을 올리고 내리는 등 스스로 동작을 제어하는 장치에 이르기까지,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과열 되었을 때 거래 자체를 중단시키는 경보장치나 항공기를 자동으로 운항하고 착륙까지 시키는 항법장치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에는 아기가 울면 음악이나 엄마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달래주는 장난감이나 복잡한 도로 위로 자동으로 운행하는 인공지능 자동차까지, 기계들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하여 간단하거나 복잡한 ‘생각’과 작업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학기술이나 기계의 발달에 더 이상 놀랄 필요는 없다. 그것을 막을 도리도 없다. 인간의 고민은 기계와 기술을 얼마나 유용하게 또 윤리적으로 사용하는가에 집중돼야 할 것이다.
물론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은 다른 기계들과 차원이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인간이 부여한 기능에만 머무르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알파고는 스스로 연습하면서 바둑실력이 늘어난다. 기계에 불과하지만 학습기능을 갖고 있으며, 생물의 두뇌처럼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무서움이 있다. 결국은 이것을 만든 사람조차도 그 지능을 다 파악하거나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알파고 개발자이자 딥 마인드 사장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알파고를 공개하면서 세계의 여론을 향해 호소했다. “인공지능을 윤리적으로 이용하는 문제에 대하여 세계가 논의를 시작해달라.”

마치 다이나마이트를 개발한 노벨이나 핵물리학의 이론을 제시한 아인슈타인이 그것의 평화적 이용을 담보할 수단을 간절히 요구한 일을 연상케 한다.
딥 마인드는 세계 최대의 IT업체인 구글에 편입되었는데, 예전에는 페이스북 회사로부터도 인수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데미스 하사비스가 페이스 북과 함께 일하는 것을 거절한 이유는 한 가지다. 페이스북이란 회사는 너무 기술을 흥미위주로 이용하며 인간에 대한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구글과 손을 잡을 때 하사비스는 사내에 ‘인공지능윤리위원회’ 설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개발자의 윤리위원회가 언제까지나 자기 기술을 관리하며 윤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노벨이나 아인슈타인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화약과 핵은 전쟁과 테러에서 가장 보편화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실 이런 고민은 인간의 도구가 가장 단순하던 시절부터 계속되어온 것이다. 돌도끼를 사용하기 시작한 원시 사회에서부터, 그것은 집을 짓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남을 해치는 데 사용되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는 기계 기술을 경계하는 것보다, 인간의 마음이 사악해지는 것을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다.(시인. peac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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