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논을 이 사람한테 팔고 저 사람한테 또 팔면...
■모시장터/논을 이 사람한테 팔고 저 사람한테 또 팔면...
  • 신흥섭 칼럼위원
  • 승인 2016.05.11 15:27
  • 호수 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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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섭 칼럼위원
 ‘갑’은 자신의 논을 ‘을’에게 1000만원에 팔기로 하고 2016년 3월 8일 계약금 100만원을 지급하며 계약을 했다. 그런데 ‘갑’은 위 논을 2000만원에 산다는 ‘병’이 나타나자 ‘병’에게 매도를 하고 등기를 이전하여 주었다. 이에 ‘을’은 억울한 마음에 ‘갑’에게 위 논을 내놓으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기세다.

위 사례는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례인데, 부동산 이중매매라 함은 매도인과 제1매수인 사이에서 부동산을 매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하였지만, 매매계약은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리는 일련의 행위로서 이러한 경우 민사적인 문제와 형사적인 문제를 분리해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민사적인 문제를 보면 과연 갑의 이중매매가 무효인지 문제가 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제2매수인이 제1매수인과의 매매사실을 알면서 적극적으로 매도를 요청하여 매매계약에 이른 경우에는 제2매수인이 매도인의 범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사회정의관념에 반하는 반사회적인 법률행위로서 그 매매가 무효로 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81. 12. 22. 81다카197).

 즉 판례는 다른 사람에게 팔린 사정만 알고 다시 팔라고 한 사정이 있을 뿐이라면 이중매매를 무효라고 할 수 없지만 이러한 사정을 알고 적극적으로 매도를 요청한 경우에는 무효로 보고 있다. 이 사건 사례의 경우 ‘병’이 매매사실을 알면서 ‘갑’에게 적극적으로 이중매매를 권유하였다면 이중매매가 무효가 되므로 ‘을’은 ‘병’에게 이전된 등기에 대하여 말소등기를 청구한 후 자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것을 청구하면 되지만 ‘병’이 이중매매에 적극 가담하지 않은 경우 ‘을’은 단순히 갑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형사적인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판례는 계약금 뿐만 아니라 중도금까지 받았는지에 따라 배임죄의 성립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즉 매도인이 계약금만 받은 경우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고 계약금만을 수수한 상태에서는 매도인으로서는 언제든지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고 계약의 해제가 가능하므로 위 매도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어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고(대법원 1984. 5. 15. 84도315),  중도금까지 받은 경우에는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수령한 이상 특단의 약정이 없다면 잔금수령과 동시에 매수인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에 협력할 임무가 있으므로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제1매수인에게 잔대금 수령과 상환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8. 12. 13. 88도750.).

 이 사건의 경우, ‘갑’은 ‘을’로부터 계약금만 받았을 뿐 중도금을 받지는 않았으므로 ‘갑’에게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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