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수직농장은 신기루
■모시장터/수직농장은 신기루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16.05.18 16:02
  • 호수 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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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상 칼럼위원
30층 높이의 빌딩에 공장처럼 농산물을 재배하는 ‘수직농장’이 대안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의 주장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다. 거의 모든 농작물의 재배는 물론이고 새우와 조개, 발이 둘인 닭과 오리까지 사육할 수 있는 수직빌딩 농장을 도시에 세우면 5만 명의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장차 다가올 식량위기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딕슨 교수는 강조한다. 친환경 유기농 로컬푸드라고 덧붙인다.

도심에서 재배하거나 사육하면 운송 거리가 짧으니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친환경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30층 높이의 수직빌딩을 짓고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자재와 에너지를 생각해보라. 태양빛을 충분히 받을 수 없으니 인공조명이 반드시 필요할 텐데 효율이 높은 발광LED를 사용한다고 해도 적지 않은 전기가 필요할 것이다. 농산물이나 축산물로 얻는 열량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의 소비가 없으면, 그리고 전기료 보조가 없다면, 채산성이 있는 재배와 사육은 불가능할 것이다.

도시가 우리 이상 넓고 높은 일본은 대기업의 참여로 수직농장이 붐을 일으킬 분위기라고 한 언론은 호들갑을 떤다. 그 언론은 학계 일부에서 초보적 연구를 시작한 단계에 그치는 우리의 초보적 수준을 안타까워한다. 산업계 전반의 관심사로 수직농장이 떠오르는 일본은 중동국가에 수출하고 있다며 조바심을 낸다. 농토가 넓은 미국에서 연구투자가 활발한데 국토가 좁고 땅값이 비싼 우리나라야 말로 수직농장이 절실해야 할 텐데, 조용하니 취재기자는 답답했을까?

2009년 남양주시 세계유기농대회를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수직농장 관련학회에서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는 향후 더욱 늘어날 인구의 식량위기를 극복할 대안이므로 “눈앞의 수익성만을 따질 게 아니라 조만간 닥쳐올 위기에 대비해 빌딩농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딕슨 교수에 이어 당시 우리의 정부 측 고위 전문가는 “빌딩농장은 농작물 재배나 체험학습, 관광 등 다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므로 앞으로 닥칠 “자연재해에 대비해 국내에서도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화답했다는데, 과연 수직농장이 내일의 대안일 수 있을까?

생산하는 농산물과 축산물에 비해 훨씬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수직빌딩은 유기농업과 무관하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농촌과 농민 그리고 생태계가 농산물 생산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유기농업일 수 없다. 바이러스와 병원균, 곰팡이와 해충의 침입을 기술적으로 잘 막아도 주변 생태계와 단절된다면 유기농산물이 아니다. 생산자인 농민, 생산지인 농촌, 그리고 그 주변의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농작물이어야 소비자의 건강과 행복을 도모할 수 있다.

수직농장은 수경재배를 원칙으로 한다. 사용한 물을 아무리 재활용하더라도 수경재배는 친환경일 수 없다. 유전적 다양성이 없는 농작물을 공장처럼 대량으로 재배한다면 약간의 환경변화에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상당한 약품과 에너지가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식물을 재배할 때 필요한 영양분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계산해 정확한 양과 성분을 제 때 투여해 다량의 생산량을 얻을지라도 안전하다 확신하기 어렵다. 현재 기술로 아무리 안전한 과학기술이라도 개선된 과학기술이 볼 때 허술한 게 일상인데, 인간이 파악한 몇 가지 영양분에 한정해 물속에서 재배한 농작물이 과연 내내 신선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할 수 있을까?

농민과 농토, 그리고 농촌이 남았을 때 다채로운 생물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농업을 보전하며 지원해야 한다. 농업은 농촌에서 농민이 주도해야한다. 공장처럼 기업이 장악할 때 우리는 광우병과 구제역과 조류독감을 만났다. 살모넬라와 리스테리아 균은 미국에 많은 공장식 채소 농장에서 흔하다. 수직농장은 다를까? 건강한 다음세대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도시의 확장과 인구 증가를 슬기롭게 자제하고 좁은 국토에서 제철 제고장 유기농산물로 자급자족할 대안부터 연구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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