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가 이야기
우물가 이야기
  • 석야 신웅순 칼럼위원
  • 승인 2016.06.01 08:35
  • 호수 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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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시인한테 전화가 왔다. 필자의 수상록 「별똥별」을 편집해 『대전 YWCA』1016,5․6 ‘우물가 이야기’에 싣고 싶다고 했다. 그리하시라고 말했다.

 

희미한 등잔불빛, 그 따스한 어머니 곁에서 언제나 나는 깊이 잠이 들곤 했다.

별똥별이 떨어졌던 그 곳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별똥별 도 놓쳐버리고 떨어진 곳도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 생각마저 까마득 잊어버렸다.

애틋한 것일수록 둔감한 것인가. 내 어렸을 적 포근히 잠들곤 했던 그 곳. 반세기가 지나고서야 그 곳이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어머니의 불빛임을 깨달았다.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고 늘 그 자리에서 깜빡거리고 있었던 어머니의 불빛. 그것은 영원 에서 멎은 내 지난 삶의 아픈 궤적이었고 내 지난 세월의 긴 묵언이었다.

어머니의 정화수에 그믐달이 아득히 뜨고 졌던 불빛. 다시는 갈 수 없는 이제는 서러운 종교가 된 불빛.

그 많은 사색과 기도를 지나고 또 몇 생을 지나야 맨 나중이라는 곳에 닿을 수 있을까. 세상에 서 내 가슴만큼, 세상에서 어머니의 불빛만큼 먼 곳이 어디 또 있을까.

우주에서 놓쳐버린, 놓쳐서 내 가슴으로 영원히 떨어졌던 그 별똥별들.

- 수상록 「별똥별」부분

한편의 시였다. 수상록이 시가 된 것이다. 연갈이만 했을 뿐인데, 시인의 재치가 또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재생산도 가능하구나, 이것도 또 하나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수상록 ‘별똥별’은 ‘우물가 이야기’를 만나 멋진 시가 되었다.

우주에서 놓쳐버린, 놓쳐서 내 가슴으로 영원히 떨어졌던 그 별똥별들은 내 고향 우물가에서 영원한 시가 된 것이다. 우물가는 오동꽃이 피고 지는 내 어머니의 빨래터였다. 그 때 그 빨랫소리가 내게로 돌아오기까지 반세기나 걸렸다. 반세기라도 걸렸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어머니의 빨랫소리는 오늘 아니었으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보고 싶다고 했다. 차 한 잔 대접해 드리면 그 차 역시 아름다운 시가 될 것이다.

시 하나 얻었으니 오늘 더는 여한이 없다.

일필휘지로 ‘우물가 이야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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