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을 원하지 않는 자연
간섭을 원하지 않는 자연
  • 장미화 시민기자
  • 승인 2016.06.22 18:03
  • 호수 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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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 생태계 파괴 아직도 진행 중

인디언 말로 ‘누워 있는 산’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카이밥(Kaibab)은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 국유림 안에 있는 지역으로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천혜의 자연을 품은 곳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불과 100여 년 전 카이밥 안에 있는 고원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야기의 전말은 1907년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그랜드캐니언이 숲 보호지구로 지정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슴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1907년부터 1923년까지 카이밥 고원(Kaibab Plateau)의 고요테, 늑대, 퓨마와 같은 포식자들이 대거 사냥되었다.

포식자가 사라진 고원은 사슴에겐 천국이었을 것이다. 두려운 대상이 사라지자 사슴의 개체 수는 초기 1906년 4000마리에서 1924년 1백만 마리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고원을 평화롭게 뛰어 다니는 그 당시 사슴의 모습은 미국 정부가 바라던 그림 그대로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1924년과 1925년. 불과 2년 만에 사슴의 개체 수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고원에는 사슴을 노리는 포식자들이 사라졌음에도 60% 이상의 사슴이 사망하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게다가 미국정부는 그렇게 보호하고자 했던 사슴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추가 사냥을 시작했다. 이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고원이라는 환경에 살고 있는 사슴 집단(Population)은 인간의 개입으로 포식자가 제거되자 그 개체 수는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사슴이 먹어치우는 초목의 수용능력(carrying capacity)이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죽음으로도 황폐화된 고원이 회복되지 않자 미국 정부는 추가로 사슴사냥을 허가한 후에야 식물들이 잘 자라고 사슴의 개체수가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 1932년 1만4000마리의 사슴으로 카이밥 고원의 생태계가 평형을 이루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카이밥 고원의 사례는 인간의 이기적인 간섭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예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생태계(Ecosystem)는 초목, 사슴, 늑대처럼 생산자-1차 소비자-2차 소비자로 이어지는 먹이사슬과 이들의 먹이 관계가 복잡한 그물처럼 얽힌 먹이그물을 형성함으로써 평형을 이루고 있다. 만일 생물적 요소와 생물이 상호작용하는 무생물적 요소간의 조화로운 평형상태를 흔드는 어떤 작은 변화가 생긴다면 당연히 조화는 깨지게 되는데 어떻게 얼마만큼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그 파급효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생태시스템은 복잡계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포식자 제거 후 사슴 개체수의 증가와 함께 초목의 황폐화로 다시 사슴 개체 수가 감소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 것처럼 작은 변화가 연쇄적으로 확대되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아쇠 효과’ 또는 ‘황소채찍 효과(Bull whip effect)’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100여 년 전 카이밥 고원의 사례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금강하구를 점하고 있는 서천군에서 인간에 의한 간섭이 생태계를 크게 파괴시켰다. 크고 작은 간섭은 오늘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과 공간의 지연(Delay)으로 당장,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눈앞의 이익을 위해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연파괴, 훼손, 환경오염, 이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를 다른 동네의 가슴 아픈 사연으로 덮어두지 말고 자연 위에 인간이 아니라 자연에 속해 인간임을 자각하고 인간의 이기적인 간섭을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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