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위기의 학교교육 대안을 찾아서
■ 기획취재/위기의 학교교육 대안을 찾아서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6.06.27 09:29
  • 호수 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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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군산 회현중학교 사례

폐교 거론되던 학교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우뚝’
“교사 자율권 보장되지 않으면 창의적 수업 어렵다”
자발성 담보 위한 교사학습공동체 시스템으로 정착

▲ 군산시 회현면에 있는 회현중학교
서천군에 9개의 중학교가 있다. 이 가운데 3곳은 사립이다. 학생수가 70명이 안되는 학교가 4곳이나 된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낼 때 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졸업 후 어느 중학교에 가게 될 것인지를 고려한다. 면단위 행정구역에서 중학교가 살아나고 이 영향이 초등학교에까지 미치고 있는 사례를 전북 군산시 회현면에 있는 회현중학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뉴스서천이 회현중학교를 찾아가 보았다.<편집자>

 

▲ 더불어 활력을 되찾은 회현초등학교
전북 옥구군 회현면, 군산 시내에서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버스로 30여분 가야 하는 곳이다. 남으로 만경강 하류의 평야지대가 즐펀하게 펼쳐져 있다. 나지막한 산에 의지해 회현면 소재지 있고 그곳에 회현중학교와 회현초등학교가 있다. 전형적인 농촌의 학교이다.
학교 체육관에서 만난 남학생에게 물어보았다.
“군산 시내에서도 이 학교 다니고 싶어 한다던데 사실이니?”“제 생각에는 다른 학교와 똑같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눈으로 보기에는 다른 학교와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학교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08년에는 전교생 71명으로 폐교 직전까지 몰렸다. 당시 학구내 초등학교 졸업생의 30%가 위장 전입을 통해 군산시내 중학교로 진학할 정도였다고 한다.

▲ 회현중학교 뒤뜰에 있는 시비. 김남주 시인의 ‘사랑은’이라는 제목의 시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현재 이 학교 학생수는 1학년 93명, 2학년 88명, 3학년 60명으로 총 241명이다. 학급수도 8개 학급이다.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 한때 경쟁률 14대1을 기록하는 인기학교가 됐다. 회현중의 변화는 인근 초등학교인 회현초등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회현중으로의 진학을 원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무시험 전형을 위해 회현중 학구내 초등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키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근 땅값까지 오를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이루어졌는지 이 학교 양은희 교사로부터 들었다. 이 학교의 변화는 2009년 교장공모제를 통해 취임한 이항근 전 교장이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이항근 전 교장은 ‘학생들이 돌아오는 농촌학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내세워 교장으로 뽑혔다 한다.
무언가 해보려는 의욕이 부족한 학생들, 학교와 교사를 불신하고 30여분 버스를 타고 군산 시내의 학교로 진학시키는 학부모들. 도시로 나가지 못하고 남게 된 아이들은 열패감과 무기력감에 젖어 있었다.

의욕이 없는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즐거운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 우선 목표로 정하고 다양한 방과후 체험활동을 마련했다. 전 학년 진로 탐색 교육을 실시해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찾는 기회를 확대했고 영어·일본어·중국어·독일어 등 외국어, 퍼즐, 바둑, 밴드, 제과·제빵, 영화제작, 가야금·해금 등 국악관현악, 클래식기타, 밴드부, 미용자격증반 등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했다. 이 전 교장은 교사들에게 두 가지 약속을 했다고 한다. 첫째는 수업 참관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학생들의 성적으로 교사들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 회현중학교 입구에 붙은 현수막. 학교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다.
교사들의 자율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창의적 수업이 이뤄지기 힘들다. 교장의 역할은 감독하고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교장 중심의 학교가 아닌 시스템 중심의 학교가 되면 다른 교장이 부임해 와도 학교의 정체성은 유지될 수 있다. 이 전 교장의 이같은 방침은 학교 살리기에 교사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교육 목표를 △자신을 소중히 가꾸고 타인을 존중하는 주체적 민주시민 육성 △상상력을 키워 새로운 비전으로 만드는 인간 육성 △정보운용 능력을 키워 자기주도적 삶의 기반을 만드는 미래형 인간 육성 △자연과 인간의 친화를 통해 감성적 삶을 영위하는 생태적 인간 육성으로 정하고 학새즐이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쳤다.

더불어 살아가는 봉사활동, 학생회 중심의 축제, 학교장과 함게 하는 자아 탐색여행,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탐구토론대회, 생각을 넓히고 나를 키우는 독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해외 교류학습,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사물놀이와 국악관현악반 운영, 교육가족이 함께 하는 교내 체육대회, 회현 주민과 함께 하는 가을 음악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체험교육 등이 지속적으로 펼쳐졌다.
수업 내용도 기본 개념과 원리에 대한 설명으로 교사의 설명을 최소화 했다. 또한 교사들간에 수업을 열고 학생들의 배움을 중심으로 수업을 관찰하며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어디에서 배움이 일어나고 어디에서 주춤거리는지를 협의했다.

▲ 회현중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학교장 인사말이 없다. 대신 교직원과 학생 일동으로 된 인사말이 있다.
양은희 교사는 교장이 바뀐 후에도 이러한 시스템은 계속 유지돼고 있으며 교사들 역시 자기주도적인 학교문화를 지켜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교사들의 결정을 학교가 존중해주다 보니 교사들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신들의 결정에 따른 책임감도 커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다 말했다.
또한 회현중이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을 무료로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것도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혁신학교, 농어촌 전원학교, 창의경영학교 등 다양한 사업에 공모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큰 몫을 했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있다. 회현중학교는 이를 당당하게 내세우며 지켜가고 있다. 교사들의 자발성을 담보하기 위한 회현중학교의 시스템이자 학교민주주의의 꽃이라하는 교사학습공동체이다.
교사들은 매주 수요일에 모여 수업을 열고 협의회를 하기도 한다. 또한 의결형 교무회의를 진행하고 독서토론을 하기도 하며 연수도 하면서 학교변화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벌인다. 이러한 시스템이 교사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고 사람이 바뀌어도 학교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원천이다.

회현중학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열성적인 학교장이 있는 학교에서는 학부모들도 열성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열악한 교육환경 극복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 모두의 문제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사회 모두가 교육공동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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